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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를 통해 만드는 더 나은 세상

    포스페이스랩 최지호(시스템경영공학 01), 승영욱(경영 05) 동문

    데이터를 통해 만드는 더 나은 세상

    데이터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가 데이터를 조직화하여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데이터는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서 가치가 생긴다.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식품・외식 데이터 솔루션 기업 ‘포스페이스랩 (forSPACElab)’ 창업자 최지호(시스템경영공학 01), 승영욱(경영 05)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지호 안녕하세요. 포스페이스랩 CPO 최지호입니다. 승영욱 안녕하세요. 포스페이스랩 대표이사 승영욱입니다. |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호 저는 대학교에서 시스템경영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산업공학 연구를 이어갔어요.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 LG가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서 ‘UX 연구소’라는 연구 조직을 만들었어요. 마침 제 전공이 ‘HCI’라고 UX랑 연결되는 분야였거든요. LG전자 UX 연구소에 입사해서 4~5년 뒤에 출시할 제품 컨셉을 잡고 사용자 반응을 수집하는 일을 했죠. UX 연구소를 5년 정도 다녔고 LG전자 사내벤처기업에서도 2년 가까이 일을 해보니까 조금 더 민첩한 조직에서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은 프로세스가 느리거든요. 그래서 네이버로 이직해서 웨일 브라우저를 만들었어요. 기획부터 브랜딩, 브라우저 출시, 2.0 버전 업데이트까지 4년 정도 리뷰를 하니까 제품이 거의 완성되더라고요. 업무가 약간 지루해지던 차에 우연히 승영욱 님을 만났어요. [승영욱 대표이사(사진왼쪽) 최지호 CPO] 승영욱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롯데그룹 유통사업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사업총괄팀에서 보고서를 만들고 편의점 채널 데이터 분석하는 일을 6년 정도 하다가 ‘바로고’라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어요. 바로고에서는 자금 유치, 전략 총괄 등의 CSO(Chief Strategy Officer) 업무를 맡았어요. 당시에 20명 남짓이었던 회사 직원이 150명 규모가 될 때까지 회사를 키워보는 경험을 했죠. 그러다가 회사를 나와서 최지호 님과 창업했어요. *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 포스페이스랩 공동 창업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최지호 사실 저는 승영욱 님을 만나기 전까지 외식업계나 배달 산업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내가 주문한 음식이 우리 집 앞에 오기까지 그 중간에 무언가 기업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죠. 그런데 승영욱 님을 통해 배달 산업을 처음 접했고 승영욱 님이 바로고에서 함께 일하던 분들과 창업을 논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식업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게 됐어요. 승영욱 시대가 변하면서 외식업계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났어요. 특히 배달 주문 접수 쪽은 배달의 민족이 IT화를 시켰어요. 주문이 매장으로 넘어가서 배달 회사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전달하기까지 뒷부분의 과정이 되게 복잡하지만 여기도 바로고 같은 회사들을 통해 IT화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개별 사업자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아직 IT화가 진행되지 않았어요. ‘이 지점에서 뭐라도 할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 회사 동료들 그리고 최지호 님과 창업을 진행했죠.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외부 환경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프로세스 |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나요? 최지호 저희가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 스타트업 붐이 불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죠. 그런데 실제로 창업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저희 팀이 창업할 수 있었던 건 승영욱 대표님이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법인을 세웠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한 명이 나서서 일을 추진해야 창업을 할 수 있어요. 다들 몸을 사리면 일이 진행되지 않거든요. 승영욱 님이 구심점 역할을 해주셔서 팀원들도 일을 저지를 수 있었어요. 승영욱 사업을 오래 하려면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룹의 힘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룹으로서 잘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 회사에서 제 역할은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는 거예요. 더 좋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미션이 될 것 같아요.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좋은 투자자를 데려오는 일이 좋은 멤버들을 구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거예요. 우리 회사 2대 주주이기도 한 웹케시 그룹 석창규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회장님께서 저희 회사를 좋게 봐주시고 투자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거든요. 덕분에 회사 성장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 포스페이스랩은 어떤 회사인가요? 최지호 저희는 외식업 본사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옛날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전국에 500개가 있다고 치면 500개의 매장이 같은 포스를 썼어요. 본사가 각 매장의 데이터를 다 받아서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주문이 들어가는 채널이 다양해졌어요. 배달 업체도 한두 개가 아니에요. 데이터가 파편화되었는데 문제는 본사에서 이 데이터들을 합쳐서 볼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이러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요. 그래서 저희가 중간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서 본사가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기업의 방향성을 ‘식품・외식 데이터 솔루션’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지호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해요. 그리고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프랜차이즈에 가맹하죠. 프랜차이즈 본사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연구하고 IP 개발에 주력해야 해요. 그런데 포스사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 인력을 낭비하게 됐어요. 문제는 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브랜드가 죽으면 피해는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받는다는 거예요. 승영욱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예전에는 배달의 민족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 직원이 직접 포스기로 주소지를 입력하고 라이더를 호출해야 했어요. 제가 바로고에서 일할 때 포스사들과의 API 연동을 통해서 이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포스사와 컨택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건 포스기에 들어있는 데이터가 고객사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외식업계의 데이터가 끊겨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죠. 실제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데이터 소유권이 없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이걸 해결한다면 시장 전체의 문제도 풀리고 우리가 만든 프로덕트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두 분이 회사에서 맡은 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최지호 저는 프로덕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보통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메모장이나 메신저 같은 틀을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한테는 데이터 자체가 상품이거든요. 틀을 갖춘 데이터 퓨어라는 상품도 있지만 이건 껍데기고 실제 고객들이 사용하는 상품은 이 안에 있는 데이터예요. 저는 껍데기와 데이터를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어요. 승영욱 저는 대표직을 맡고 있어요. 대표이사로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저희가 직원 대부분이 엔지니어 그룹으로 구성된 개발 회사이다 보니 사내에 문과 출신 직원이 4명뿐이에요. 4명의 직원이 영업부터 전략, 재무, 회계, PR, IR, 인사 등의 업무를 다 해야 하므로 이러한 업무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 IR (Investor Relations) :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 활동 | 두 분이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최지호 제가 생각하는 승영욱 님의 장점은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거예요. 제 주변 사람들의 인맥 스펙트럼과는 차원이 달라요. 나이나 분야를 초월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승영욱 님의 포용력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승영욱 최지호 님은 신뢰도가 높은 스타일이죠. 사내 디자이너 그룹, 개발 그룹 등 파트를 가리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편이에요. 뛰어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고 소통 능력도 받쳐주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최지호 님을 신뢰하고 있다고 느껴요. | 포스페이스랩은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호 저희가 기대하는 만큼의 전문성이 있는지가 제일 중요해요. 개인의 경력이나 자체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그리고 유연하게 일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해요. 저희가 디렉션을 주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맡은 파트에서 직접 디테일을 찾아가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완벽한 프로덕트라는 게 없는 산업이에요. 프로덕트의 정의는 우리끼리 만들어 가야 해요. 그래서 내부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해요. 승영욱 ‘너는 이것만 해라’ 식의 틀이 싫은 분들, 팀워크를 통해 조화롭게 퍼포먼스를 내보고 싶은 분들이 우리 회사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 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능력은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최지호 저희같이 작은 회사에서는 대기업만큼 디테일하게 HR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지원자들에게 인턴 기회를 주거나 직접 업무를 시켜보는 경우가 많아요. 지원자들과 대화도 많이 하죠. 면접 시간에만 이야기를 나누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지원자들과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그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요. 승영욱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는 그 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랑 이야기해 볼 기회도 주면서 같이 일할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들어보는 편이에요. * HR (Human Resources) : 인적 자원 관리 |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지호 회사가 망하지 않고 모두가 성공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지금 여기에 있는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 다니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회사가 거쳐 가는 곳이라면 여기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이 그다음 단계에 도움이 되어야 하잖아요. 이 팀에서 만든 프로덕트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업계에서 듣고 평생의 레퍼런스로 가져갈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게 모두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승영욱 어떻게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더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없다고 잘 안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관계를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시너지를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 하나의 그룹을 이끄는 리더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최지호 리더에게 중요한 건 구성원들에게 욕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아요. 리더가 어떤 결정을 하면 그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구성원도 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구성원도 있겠죠. 리더가 아닌 일반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욕 먹지 않기 위한 결정을 할 수도 있는데 리더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흔들리지 않고 필요한 결정을 해나가야 해요.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더라도 그것들을 모두 해명할 수 없어요. 그냥 지나가는 거죠. 리더는 그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승영욱 리더는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생각해 보면 지금 하려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커요. 왜냐하면 저희는 남들이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걸 만들고 있거든요. 누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확신하겠어요? 애초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영역인 거예요. ‘이거 이렇게 해서 안 될 수가 없다’는 강한 자기 확신이 없으면 99%의 안 될 가능성을 이겨내는 건 쉽지 않아요. |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최지호 제가 창업의 길에 들어서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사회에서 기업이라는 조직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금융권 기업들의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 사건이 이슈가 됐어요. 기업이 그런 일을 하면 사회 전체가 악영향을 받아요. 사업체의 의사결정이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지죠.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들이 계속 생겨요. 그때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상당히 중요해요. 회사에 도움이 되면서 이 사회에도 기여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영욱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는 무게감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창업해야 해요. 개인 장사를 할 사람과 기업을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할 고민의 깊이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창업을 하게 되면 책임져야 할 구성원들이 생기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창업을 결심하셨다면 최대한 다양한 학교 선배들, 창업가들을 만나보고 피드백을 들어보면서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 마지막으로 성균웹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지호 이렇게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중심이 되는 게 무엇인지 묻는다면 답은 여전히 독서라고 생각해요. 저는 학부생 때 도서관에서 살았거든요. 그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고 느꼈던 것들이 제가 지금 하는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대학생 때 다양한 책을 읽어둔 덕분에 제가 사회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었어요. 사고의 유연성을 만들어주는 건 독서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승영욱 우리 학교 김경환 교수님과의 일화가 생각나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비즈니스 광고 사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골프와 관련된 광고 상품을 하나 만들었는데 특허를 낼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어요. 당시에 전공 교과목을 가르쳐주시던 김경환 교수님을 찾아갔죠. 김경환 교수님이 제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그 자리에서 학교 변리사를 불러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특허 출원도 하고 대학생 발명 공모전에 나가서 1등도 했어요. 내가 무언가 만들 수 있고 그게 세상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이 경험이 제가 창업을 결심하는 데도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 이후로 위닝 멘탈리티가 생겼거든요.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대기업에 취업하고 나서도 항상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어요. 여러분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조그마한 거라도 자기가 직접 만들어보고 타인의 피드백을 듣고 무언가를 완성하는 경험은 소중해요. 나의 재능을 찾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시도하면서 다양한 기회에 대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 No. 60
    • 2024-07-05
    • 2943
  • 공직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

    조달정책 전문가 김지욱 동문(정보공학과 90)

    공직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

    기술고시는 5급 공개채용선발시험 과학기술직을 부르는 호칭으로 행정부 소속 5급 공무원을 선발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과학기술 직군은 전산직, 공업직, 방송통신직 등 일반적으로 이공계열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시험을 치르며 선발 인원이 적기 때문에 합격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김지욱 국장은 정보공학과(현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 합격 후 조달청에서 물품 및 서비스 구매, 전자조달 및 조달품질관리 등 주요 업무를 두루 거친 조달정책 전문가다. 공직 생활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은 그를 모셨다. Q. 공무원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하신 계기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처음부터 공무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건 아니었습니다. 복학 후 정보공학과에서 공부하면서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다른 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코딩이 저랑 맞지 않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군 제대 직전 같은 학과 선배님들로부터 기술고시에 대해 듣게 되었고, 공대를 나와 정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공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술직의 경우 일반행정직보다 인원을 적게 뽑아서 불확실성이 컸어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지만, 당시에는 1차 객관식으로 영어와 한국사 그리고 전공과목 두 개를 봤었고 2차는 전공 4과목으로 주관식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 첫 도전에 1, 2차를 합격하여 수험 공부를 빨리 끝마칠 수 있겠다는 기대와 달리 3차에서 떨어지면서 쓰디쓴 아픔을 맛봤습니다. 이후 4년 차에 학교 졸업과 동시에 최종 합격하며 고시원 생활을 마칠 수 있었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첫 도전에 바로 합격했다면 많이 자만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그때의 실패가 이후 공직 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기술고시에 합격하면 어떤 업무나 프로젝트를 맡게 되나요? 기술직이든 일반행정직이든 들어오게 되면 업무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본인 직렬을 살려서 관련된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허청, 병무청, 산림청, 행정안전부 등 모든 정부부처는 기본적으로 전산직이 필요해서 인원을 뽑지만, 이들이 항상 정보화 부서에만 있을 수 없어요. 그런 부처도 있다고 들었지만 대체로 다양한 부서를 돌아야지만 국민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알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본인 업무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한 곳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전산직으로 들어오면 조달청은 전자조달기획과나 전자조달관리과 등 정보화 부서에 조금 더 머무르기는 하지만 결국 관리직 공무원의 소양은 다양한 부서의 일을 파악하는 것이라 다른 부서도 가게 됩니다. 정보화 부서에서는 정보시스템 운영과 기획, 정보화사업 수행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Q. 공직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 있을까요? 사무관 시절에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시스템 구축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라장터는 사용자가 입찰공고, 업체등록, 계약 체결, 대금 지급 등 모든 조달 과정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할 때 여러 가지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작업들이 많습니다.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기관과 협업하고 연계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업무가 수행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고 기획 관리했습니다. 새벽 3~4시까지 회의도 하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한국의 전자정부를 대표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어서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이 나라장터를 팀원들과 함께 구축하였던 것이 뜻깊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 밖에도 주시카고총영사관에 주재관으로 나갔을 때 외교부 소속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국빈방문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일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은 다른 부처로 발령받아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하기도 합니다. Q. 공직 시작했을 때와 현재 하시는 업무 고시를 보고 처음 공직에 들어서면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시안을 완성하는 작업을 맡습니다. 실무자로서 여러 업무를 수행해내죠. 과장을 달고 나서는 과의 업무를 총괄합니다. 회의를 주재하고, 각 과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조율하는 것, 과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국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지휘하고 기획하는 역할이 과에서 국으로 늘어난 것뿐이죠. 각 과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보고받고 회의를 진행하며 다른 사업국 혹은 다른 청이나 부처와 협의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서 출장도 많이 다녀야 하지요. 국장으로서 필요한 소양은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책임을 지고 큰 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직원들이 바라는 관리자의 모습입니다. 실무자로서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힘들 때도 있습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래에서 잘 해결하지만 위로 올라오는 문서는 대부분 쟁점 사안이나 고민해 봐야 할 안건을 가지고 옵니다. 같이 머리를 싸매고 결단을 내릴 줄 아는 리더여야만 아래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대전정부청사 전경 (출처: 정부청사관리본부) Q. 공직 생활을 오래 하신 국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공무원 생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공무원의 장점으로 워라벨은 흔히들 꼽고 단점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떤 공직에서 근무하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전합니다. 연차 초반에는 일이 물밀듯이 들어와서 워라벨을 지키며 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여유가 생기고 월급이 오르는 것이죠. 안정적인 것과 편안하다는 다릅니다. 공무원이 되려면 멘탈도 강해야 해요.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해서 공무원이 되겠다고 한다면 말리고 싶네요. 단점으로 꼽은 매일 반복되는 업무도 사실이 아닙니다. 공무원이 항상 똑같은 업무를 본다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여러 부서를 돌며 여러 업무를 배우고 생소한 부서에도 몸담아보고 연차가 쌓인 후에는 일을 기획하고 관리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 냅니다. 대국민서비스가 향상되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보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면 공직 생활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물론 법으로 제한되는 것도 많고 보고해야 하는 것도 있어 완전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하는 데에는 힘들지만 제도의 틀 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얘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가로 공무원이 되어서도 유학을 갈 수 있고 공관이나 국제기구에서도 일해보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런 부분도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조달청에 들어왔을 때 외교부 주재관으로 근무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요. (웃음) Q. 앞으로의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직도 조달행정 업무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조달청에 몸 담고 있는 시간까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조달 행정이 더욱 나아질 수 있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어떤 업무든 상관없이, 어디를 가든, 어느 부서를 가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길은 다양합니다. 앞으로 장래에 뭘 할지 깊이 고민해 보십시요. 고시라는 게 합격하면 좋지만 되기까지의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거 너무나 잘 압니다. 열매는 달지만 합격의 길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앞으로 장래에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아닌지 충분히 고민해 보고 들어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공무원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에 무슨 사명감과 책임감이냐 하실 수 있지만 그런 친구들이 공직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힘써야 한다고 믿어요. 수년을 공부해 공무원이 됐는데 적은 월급을 보고 실망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월급이 적은 것도 사실이고 워라벨도 장담하기 힘들죠. 고생해서 들어왔는데 환상과 다를 수 있어요. 공공 업무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초반의 고생을 이겨내고 관리직 공무원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니까 20대의 3~4년을 쏟을 가치가 있는지, 내가 공무원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바꾸어 나가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한 후 시험 준비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9
    • 2024-06-24
    • 4170
  • 도전과 은혜의 흘려보내기

    소프트웨어학과 이지형

    도전과 은혜의 흘려보내기

    이지형 교수는 대학원 선택의 기로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믿고 인공지능 연구실을 선택하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한 순간부터 인공지능 분야의 우수한 인재 양성에 힘써온 그는, 2019년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 대학원의 설립에 큰 기여를 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 인재 양성의 방향성에 대해 "진정한 프로가 되어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책임감과 미지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또한, 정보 및 지능 시스템 연구실의 연구가 자연어 처리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대회 LREC-COLING에 게재 승인된 성과를 통해 성균관대학교의 연구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지형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인공지능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 진학 시 실험실 선택을 고민했습니다. 컴퓨터 공학의 꽃은 인공지능이라 생각하고, 인공지능 연구실을 선택했습니다. 성대에 부임한 것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전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했는데 성대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설레며 기쁘게 시작했습니다. 2019년 인공지능대학원이 처음 나왔을 때 인공지능 대학원 선정에 강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성대의 역량을 믿고, 제안서를 열심히 작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 인재 양성과 연구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대학원과 학부의 인재 양성은 다릅니다. 인공지능 대학원 사업은 연구보다 전문가 양성이 목표입니다. 인재 양성은 학생들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고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졸업하지 못한 학생, 시험 통과 실패, 휴학 등 개별 학생의 문제에 깊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우수 학술대회에서 구두 발표나 챌린지에서 1등하는 등 성과를 낼 때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저는 모든 학생들의 개별 성과와 과정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 인공지능 인재 양성의 방향성 저는 학생들에게 프로가 되라고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르는 일도 해낼 수 있는 능력,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이름에 명예를 걸고 일을 완수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우리 나라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인재 양성을 하길 바랍니다. 인공지능 핵심 알고리즘 개발자, 기술 전파 및 적용 전문가 등 다양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의 기술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죠. | 정보 및 지능 시스템 연구실의 논문 2편이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대회 LREC-COLING에 게재 승인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나는 프로그램 코드 버그를 탐지하는 것입니다. 거대 언어 모델을 이용해 프로그램 코드에서 로지컬한 에러를 찾아내는 연구입니다. 두번째는 적은 트레이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오그멘테이션을 통해 적은 데이터로도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모든 연구가 각기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 훌륭한 연구도 인정받지 못할 때가 있고,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는 연구가 인정받을 때도 있습니다. 연구는 기발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인정받도록 개선하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논문이 여러 번 거절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수정하여 최종적으로 억셉트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을 이끄는 목표나 장점 운영 철학 학생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합니다. 논문 작성과 연구 활동은 교육의 도구로 활용되며, 연구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와 학생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함께 논의하고 즐겁게 연구를 진행합니다. 인공지능 학과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학생들과 공동 목표에 동의를 얻고 협력하는 과정입니다. 어려움은 피할 수 없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상대방의 요구를 이해하고 충족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 도전해 보고 싶으신게 있나요? 현재는 사회적, 가정적으로 주어진 일들을 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배우고자 합니다. 도전은 큰일을 성취하는 것뿐 아니라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도전은 능력이 부족해 어려운 일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죠. 도전을 통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역량을 얻게 되므로 가치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의 가치는 공학의 일종으로,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학문입니다. 인공지능은 도구로서 인간의 사용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자동화 및 인간을 돕는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수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연구와 학생들을 만나는 직업입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역할이고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직업으로서 매력이 있습니다. | 어떤 연구자 혹은 교육자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조금 염세적인 생각인데 특별히 기억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이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길 바라지만, 특별한 욕심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삶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 은혜를 동일하게 갚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받은 도움을 같은 사람에게 돌려주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더하기 빼기 식의 계산 없이 받은 만큼 베풀며 살고자 합니다. 교육자로서의 소망 있다면 제가 받은 은혜를 학생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실험실의 학생들도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며 살기를 바랍니다. | 성균관대 학생들한테 한마디 오늘 이야기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도전과 은혜의 흘려보내기입니다. 첫째, 도전하는 사람 되기. 도전이란 자신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고 도전을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으며,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은혜의 흘려보내기. 받은 은혜를 내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직접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 돌려주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자로서든 개인으로서든,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실험실의 학생들도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 No. 58
    • 2024-05-17
    • 8344
  • 미술 작가 조영주의 카덴짜(Cadenza)

    미술교육과 97, 조영주 동문

    미술 작가 조영주의 카덴짜(Cadenza)

    조영주의 작업은 사회 구조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도, 그 구조에 완전히 종속되지도 않은 주체의 행위자성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다문화 이주 여성, 장애인, 돌봄 노동자 등 조명되지 않았던 주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회 구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제고한다. 소외되었던 주체들의 퍼포먼스 작업 참여는 협주곡 안에서 정해진 규칙에서 잠시 벗어나 연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마련된 독주 부분을 의미하는 '카덴짜 피오리투라'와 호응한다. 항상 타자화되었던 이들이 작가의 작업물에서는 비로소 카덴짜의 독주자로 존재하는 것이다. 소수자의 신체 이미지를 활용해 우리 사회의 미묘한 불합리함을 일깨우는 미술 작가이자 우리 대학 겸임교수인 조영주(미술교육 97)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덴짜(Cadenza): 연주자의 기교를 발휘시키기 위한 화려하고 즉흥적인 프레이즈 "안녕하세요. 미술 작가 조영주입니다.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제20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송은미술대상 수상 혜택으로 개인전 <카덴짜>를 송은에서 선보일 수 있었어요. 송은미술대상은 제 작품 생활에 전환점을 마련해주어서 더욱 뜻깊어요. 이번 개인전 역시 저에게 중요한 경험의 한 꼭지가 될 것 같습니다. * 송은미술대상은 전도유망한 국내 미술 작가를 지원하고자 2001년 송은문화재단에서 제정하여 매년 공정한 공모와 심사를 통해 운영하는 미술상이다. 2011년도에 리뉴얼된 이래 매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향후 서울 청담동 송은에서 개인전 개최가 지원된다. 지난 4월 송은에서는 2020년 진행된 제20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조영주 작가의 개인전 <카덴짜>를 선보였다. | 송은미술대상을 받고 개인전 <카덴짜>를 개최하기까지 약 4년이 흘렀어요. 그동안 작가 조영주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송은미술대상은 제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육아나 돌봄의 문제를 예술가가 직접 이야기하고 나서지 않았어요. 굉장한 소외감과 고독감으로 힘겹게 작업을 이어왔는데 송은미술대상 수상 이후 많은 사람이 제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예술가는 그런 힘을 먹고 살잖아요. 그래서 신이 나서 작업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 이번 전시 <카덴짜>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자신을 비롯한 주변인들이 떠오르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젠더나 남녀노소 상관없이, 본인이 겪어온 다양한 관계에 주목해 보는 관람이 되길 바라요. | <카덴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작업 특성상 많은 사람과 협업했어요. 촬영감독, 안무가, 퍼포머, 사운드 아티스트 등 함께한 모든 분에게 감사하죠. 전시중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럴 때 큐레이터분들은 물론, 주변 모든 분이 힘을 모아서 하나씩 일을 해결해 나가는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전시와 좋은 작품은 작가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구나’라고요. 모든 분의 열정과 혼신이 모아졌던 순간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산 신체 해후_ 세 번째 눈을 가진 사람들> 이원생중계 라이브퍼포먼스, 30분, 2024 | '아줌마'의 자기표현을 주제로 삼은 작품 <꽃가라 로맨스>(2014), 양육자와 피양육자 간에 발생하는 힘의 역학을 다룬 작품 <입술 위의 깃털>(2020)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 <이산 신체 해후>(2024)까지 우리 사회가 터부시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연구하고 이를 시각적 언어로 가시화한 작업들이 눈에 띄어요. 여성의 신체성을 둘러싼 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본래 '작업을 한다'는 건 나 자신과 주변인,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가 그렇게 작업을 할 거예요. 제가 여성 이미지와 사회에 내재된 권력관계에 집중하게 된 건 우리 학교 재학 시절 '성균 극회' 활동이 큰 몫을 했어요. 그때 '성균 극회' 활동을 전공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거든요.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고 공연 예술의 형태가 재미있어 보여서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제가 젠더적인 불평등을 느끼고 그 부조리함으로 억울해했던 경험들이 모여서 관련된 작업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 특히 한국 사회에서 구조적인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 작업을 통해서 무언가 시위를 하거나, 그렇게 해서 사회를 바꾸고, 사람들을 계몽할 생각은 없어요. 제 작업을 찬찬히 보시면 불평등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내지도 않아요. 잘잘못을 따져 그 앞에 사람들을 세워서 나무라는 건 사회운동가들이 많이 하니까요. 대신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하는 지점을 어떻게 같이 바라볼 수 있게 만들지를 연구해요. <휴먼가르텐> 폴리우레탄, 스폰지, 가변 설치, 2021-2024 <살핌 운동> 비디오 설치, 2 채널 영상, 컬러, 다채널 사운드, 18 분 30 초, 2023 | '대학생 조영주'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 이야기도 해주시겠어요? 저는 미술교육과 서양화를 전공했는데요. 제가 미술교육과 마지막 학번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미술학과 시스템에 교육학 수업을 더 해서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했었죠. 학과에서 만나 뵈었던 여러 작가 선생님의 가르침이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나네요. 연극 동아리 '성균 극회'에서 4년 내내 활동한 경험이나 관악부에서 2년간 플룻을 연주했던 시간들도 생각나요. 이외에도 과외 아르바이트랑 미팅, 소개팅도 열심히 했던 시절이었어요. 에너지가 무척 많았던 때였습니다. | 대학생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미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유학을 떠나고, 파리에서 학부를 다시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의심 없이 미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원 시절 담당 교수로부터 인종차별을 받았고 그 교수로부터 당시에 제가 하던 작업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많은 무시를 받았죠. 지금은 대학원 시절이 짧기도 하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학생의 입장에서는 담당 교수로부터의 인정이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어렵게 시작한 유학이니 졸업장이라도 따고 (미술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졸업까지 버텼어요. 다행히 졸업 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아 명예롭게 대학원을 졸업할 수 있었어요. 프랑스의 국립미술학교는 (졸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지정한 심사위원단이 생전 처음 보는 학생들의 작품을 평가하게 되어 있거든요. 저를 차별했던 담당 교수는 제 졸업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죠. 그렇게 영광스러운 졸업을 한 뒤에는 '당분간 미술을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재밌고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는 미술을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아직 미술이 재밌어서 하고 있나 봐요. (왼쪽) 솔리스트들 | 라이브 퍼포먼스,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5 분 23 초, 2024 (오른쪽) 다문화 여성들로 구성된 행복메아리 합창단원들(<솔리스트들> 참여자)과의 기념 촬영 | 미술 작가로서의 시작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장래 희망을 그림으로 그리라고 했는데 파리의 길거리에서 베레모를 쓰고 이젤에 화판을 둔 제 모습을 그렸어요. 그 시절에는 ‘미술’ 하면 파리의 화가가 떠오르던 때였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생때 우리 학교로 강의를 나오시던 홍순명 선생님이 계셨는데, 당시 막 파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셨어요. 그 영향도 많이 받았고 학부 졸업 후 미술을 더 공부하고 싶어 저도 무작정 파리로 떠났습니다. | 오랜 기간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슬럼프도 겪으셨다고 들었어요. 힘든 시기는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아이를 출산하고 몇 년간은 고립감에 아주 힘들었던 시절이었어요. 매일 명상을 했고, 정해진 시간에 작업실에 앉아 있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그 힘든 시기를 지날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어떤 주제일지 궁금해요. 유럽에서 10년간 저의 20대와 30대를 보냈습니다. 젊은 한국 유학생, 젊은 한국 여자 작가로서 지냈던 시간이 현재 이주 여성들과의 작업과 무관하지 않죠. 한국 여성들의 다양한 이주 형태 그리고 이들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갈등하며 본인의 정체성을 구축했는지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경험은 언젠가 나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힘겹고 고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느냐는 각자의 몫일 거예요. 나를 돌보고, 나아가 내 주변인들과 사회와 환경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너무 멋지지 않을까요?! 성균웹진 이다윤 기자

    • No. 57
    • 2024-04-30
    • 4146
  • ‘하루를 세 줄로 기록하다’

    정보통신공학부 00, 배준호 동문

    ‘하루를 세 줄로 기록하다’

    “어떤 메시지를 딱 마주할 때 느끼는 한마디가 엄청난 용기와 힘이 되어줄 때가 있어요” 일기는 하루를 마치고 쓰는 기록이다. 그날의 있었던 이야기와 감정을 담는다.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기록해 저장할 수 있다. 때로는 일기 쓰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배준호 대표는 그런 이들에게 하루 세 줄만이라도 매일 써보기를 권한다. 기록이 지닌 힘이 무엇인지, ‘세 줄 일기’ 배준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 줄의 글과 한 장의 사진으로 일기를 작성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 ‘세 줄 일기’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윌리엄 대표 배준호입니다. Q. 세줄 일기를 개발하게 되신 동기를 영상으로 봤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던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주실 수 있나요? 회사를 관두고 세계 여행을 떠났을 때 매일 일기 쓰는게 힘들다고 와이프에게 토로했습니다. 그러자 '하루 세 줄만 써보는게 어떻겠냐'고 얘기한 데서 세 줄 일기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거예요. 공유와 공감도 많이 받아서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달라는 출판사 연락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누구든지 세 줄로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이 아이디어는 책보다는 콘텐츠 쪽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처럼 예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했고 개발자 친구와 함께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들었을 땐 형편없었죠. 그럼에도 2만 명씩이나 되는 분들이 다운을 받아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투자도 받고 문제점을 개선하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Q.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획과 개발을 모두 하신 건가요? 기획과 개발은 아주 다른 영역입니다. 기획자가 말하는 인간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고차원적 이야기를 개발자는 단순하고 명료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서로 충돌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는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프로토타입이 중요합니다. 프로토타입은 이들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색감, 폰트, 글자 크기 등등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어요. 프로토타입을 잘 만들어 개발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저는 컴퓨터공학을 나왔지만 개발 직군으로 가지 않아 개발자의 역량을 갖추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앱 설계와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큰 그림을 알 수 있어 개발자의 고충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었어요. 개발자가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개발자가 저한테 이건 만들 수 없다고 거짓말할 수 없었죠. (웃음) Q. 성대 재학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00학번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로 입학했고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도 재밌었는데 이걸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학부로 들어와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들어오니까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었습니다. 저는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과대학 특성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문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아쉬움과 갈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한 번 명륜 캠퍼스에 가 박현순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PR의 이해’라는 강의였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수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수업 방식이 인상깊었고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주변에서 문과 복수전공을 하고 싶으면 경영학을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고민 하고 있을 때 박현순 교수님이 ‘네가 재밌고 끌리는 걸 해봐’라고 말씀하셔서 신문방송학 복수전공을 결심했습니다. 율전과 명륜을 왔다 갔다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앱을 개발할 때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작업은 공대 지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신문방송학을 나와 일했던 홍보팀 이력과 영상 만드는 기술, 글쓰기를 좋아하는 체질은 세줄 일기의 단단한 줄기가 되어주었죠. 인문학과 공학은 함께할 때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Q. 사실 매일 일기를 빠트리지 않고 작성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일기 쓰기를 습관화하기 위한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기록은 왜 할까요? 기록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기록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해요. 이런 시간은 우리에게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거울은 바로 글이에요. 유일하게 내가 내 몸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오브제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하루 세 줄 쓰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Q. 세줄 일기가 여타 플랫폼과 다른 차별되는 특징이 있을까요? SNS는 SNS이고, 블로그는 블로그입니다. 세 줄 일기는 ‘일기’입니다. ‘세 줄 일기’는 일기를 담으라고 한 그릇이라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알리기 위함보다는 내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세 줄 일기입니다. SNS는 자신의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지만 일기는 그 사람의 일상, 속마음을 담는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일기에는 힘들거나 안 좋은 일도 쓰니까요. 한 예시로 암 환자 분들도 세 줄 일기를 많이 이용하십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공감대를 마련하고, 많은 이들이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울어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세줄 일기에 개선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있을까요? AI를 활용한 ‘일기 속 나와의 대화’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일하게 IT화, 디지털화 되지 않은 것은 ‘thinking’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생각, 느낀 점, 추억을 가공해 소중했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일기를 먹고 자란 AI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죠. 바쁜 하루 속에 예전 일기를 다 정독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수익성 문제도 짧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보면 아시다시피 사실 수익성이 거의 없는 사업입니다. 광고주 투자 말고는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뭐로 돈을 벌어야 하나? 해답으로 최근엔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세 줄 일기로 쓰는 키오스크’ 등 행사나 축제 현장에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간단하게 세 줄만 기록하면 내가 여기에 왔다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Q. 본인의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이 앱을 개발하려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간도 필요하지만 실행을 해야 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행에 착수하세요.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처럼요. 그리고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합니다. 돈을 어떻게 끌어올지 고민하십시오. 중소벤처기업부, 여러 곳의 창업지원금 등을 잘 찾아서 투자받아 시작하세요.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일단 해봐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20대,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가장 그럴 나이이죠. 내가 뭘 할 줄 알고 뭘 아는 사람인지 고민해 보는 세 줄의 시간이라도 매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1년이 됐든 5년이 됐든 천천히 본인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너 그거 할 때가 아닌데’ 같은 주변의 메시지를 극복하고 도전하세요. 여러분이 ‘나다운 삶’을 그릴 수 있도록 우리 선배가 그런 걸 기다려주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갈게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 다 너무 똑똑합니다. 여기에 자신감만 조금 불어넣어 주고 싶어요. “쫄지 마, 일단 해봐!”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6
    • 2024-04-15
    • 10446
  •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글로벌경제학과 11, 오수현 동문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 물건과 관계를 맺는다. 음식을 사 먹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릴 때, 혹은 자취방을 구할 때 등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어울린다. 이러한 관계에서 생기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민법에서 규정한다.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민법에 대해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오수현 동문은 글로벌경제학과(11)를 졸업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재율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동시에 민법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법학 서적 속 수험서와 실용서 사이 인문 교양서 역할을 하는 민법책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러한 소망을 갖고 3년간의 작업 끝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Q.『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 이 브런치북 대상을 받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민법에 관한 책을 쓰시기로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학부를 마치고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7기로 처음 들어갔을 때 전 방황하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수험 공부로써의 법학에 적응하기 어려워했어요. 자발적으로 유급을 선택했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방황하고 헤매면서 왜 수험 법학에 실패했을까? 에 대한 물음을 오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시간 동안 두꺼운 교과서를 찬찬히 음미할 여유가 생겼고, 법학의 큰 틀을 잡으면서 민법의 기초와 이해를 탄탄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황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법학에 흥미와 인사이트를 주면 더 많은 후배가 법학에 잘 적응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험 법학의 경우 모든 수험이 그러하듯이 예외적인 사례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런 사례가 시험에 합격하는 데에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많은 학생들이 법학의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Q. 집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책을 집필할 때 가장 방점에 두었던 것은 ‘쉽게 풀어쓰자’ 였습니다. 사실 굉장히 중요하고 실생활에 중요한 판례임에도 다 넣을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땐 줄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흔히 말하잖아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내용을 줄이고 줄여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첫 초안은 8개월 만에 마무리했는데 거의 800페이지에 달했어요. 분량을 줄인 대신 정말 얘기하고 싶은 얘기는 미주에 적었습니다. 저는 전공 교과서를 쓰는 입장이 아니므로 쉽고 재밌는 민법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Q. 사실 법이라는 학문 특성상 공부할 때 단어 혹은 개념을 혼동하기 쉬운데요, 변호사님만의 해법이 있을까요? 딱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한자어 풀이에 익숙해져라. 법학을 공부하다 보면 정말 많은 한자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자어가 많을 때 한자어 풀이를 정의와 일대일대응을 시켜서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한자어를 알면 법학 용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2. 두 번째는 정의 규정이나 문장을 멋대로 끊어서 밑줄 치지 마라 입니다. 법학의 분량이 아주 많다 보니 수험생들은 계속 이를 요약하고 분량을 줄이려 합니다. 사실 다른 부분들도 중요한 개념인 경우가 있는데 수험생 입장에서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렵습니다. 밑줄과 요약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분량 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필요한 작업이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밑줄을 긋지 않은 부분이더라도 꼭 정독하라는 겁니다. 친구들이 특히 앞에 전제(~~한 경우, ~~한 때에)가 되는 부분을 종종 잊어버려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처음엔 연필로 책을 전부 다 그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지우면서 정말 중요한 부분만 펜으로 밑줄을 남겼어요. 네 맞아요, 결국엔 다 읽으라는 말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 계속 보지 말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Q. 여타 법과 민법의 가장 차별되는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에 썼듯이 민법은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 인물 관계의 키워드를 잘 붙잡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합니다. 동그라미 하나, 직선 하나, 네모 하나 관계도를 명확히 그리면서 공부해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제 책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Q. 변호사 활동도 함께 하면서 책 집필은 언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보통 달리기를 하고 돌아올 때 영감을 얻습니다. 돌아올 힘을 생각 안 하고 다 뛰고 난 다음 천천히 걸어오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핸드폰에 하나씩 적어 놓아요. 집에 돌아와 리마인드 하며 적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든 다른 무엇이든 저는 운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운동을 하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정신이 명료해져요. 특히 섬세하고 잡생각이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글 쓰는 것을 취미로 생각하거나 업으로 삼고 싶은 친구들은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만들어 놓으시길 추천해 드려요. Q.성대 재학 시절 변호사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부끄럽지만 자타공인 아카데미학을 추구하는 학생이었어요. 인문학 공부를 좋아하고 도서관에 앉아 여러 분야를 탐독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성균관대 글로벌 경제학과에 입학해 1학년 때 기초학문을 많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경제학 박사들끼리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할 정도로 탐구심이 높았습니다. 2학년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학교를 다녔고 나머지 2년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복수학위를 수료했습니다. 학점과 상관없이 학문을 탐구하고 학구열이 높았던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요즘 외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 해외에 갔다 오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려요. 저의 학부 시절 키워드는 앞서 말한 아카데믹과 해외 경험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회 혹은 동아리보다는 자신의 내실을 다지는 데에 충실했고 이것이 결실을 맺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며 환경을 확 바꿔보는 도전도 했고, 궁금한 논문은 찾아 읽어보고, 좋아하는 작품 혹은 작가 책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변호사님은 탐독과 다독의 고민 기로에 섰을 때 무엇을 더 우선하나요? 저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 다독보다 탐독을 중요시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독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시간 내에 다독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해 봤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오디오북을 활용하자’ 였습니다. 6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방법인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오디오북으로 평소 자신이 잘 읽지 않는 책을 듣는 것입니다. 듣는 독서가 실제로 효과적이라는 뇌과학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만일 자신이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다독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번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처음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플랫폼을 잘 활용하라는 말씀을 드릴게요. 요즘은 작가 및 출판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잘 구축된 플랫폼이 많이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창작의 날씨처럼 꾸준하게 글을 쓰면서 구독자를 알릴 수 있는 곳들이 있어요. 이러한 플랫폼에서 글을 쓰면 좋은 점은 자기 글의 현실적 경쟁력을 따져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양질의 글도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지 않으면 출판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구독자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출판사에서 연락도 오고 섭외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어렸을 적부터 작가라는 꿈을 놓지 않았는데 군복무 시절 도전해 보자 해서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고 어느새 첫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Q.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교는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잘해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합니다.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십분 누렸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적극적으로 성균관대학교를 활용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 이용하길 바랍니다. 교수님이나 행정실 방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뭐라도 나올 거예요, 열심히 우는 아기한테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요. 여러분들의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No. 55
    • 2024-04-03
    • 7329
  • 내 삶의 방식과 속도로 나아가기

    글로벌리더학 10, 김율리 동문

    내 삶의 방식과 속도로 나아가기

    보건이란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는 건강한 식습관 유지하기, 혹은 운동하기와 같은 여러 보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개인이 노력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율리 교수는 이에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지속적인 건강 증진과 사회 전반의 건강 형평성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문제 의식과 해결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보건 메시지’란 무엇인지, 보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보건 커뮤니케이션 (Health communication) 연구자 김율리입니다.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 (구 자유전공학부) 10학번이었고, 학석연계과정을 통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University of Denver에서 3년 차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석사과정에 진학할 때만 해도 ‘연구자’나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뚜렷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학부과정 동안 자유전공학부 소속으로 여러 전공을 넘나들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지만,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제가 선택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공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석사과정에 진학해서 정성은 교수님을 만났던 것은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개념에 관련된 논문들이라면 수없이 밑줄을 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으시는 모습이나, 연구실 책장에 빼곡히 들어찬 책 중 특정 논의에 필요한 책의 필요한 부분을 콕 집어내서 참고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연구자의 모습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갔거든요. 그렇게 석사과정 동안 연구자라는 직업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껴 자연스럽게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물론 지도 교수님이셨던 정성은 교수님의 적극적인 지지와 권유도 해외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고요. ■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연구자로서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나요? 저는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자칫하면 외롭고 힘들 수 있는 박사 과정 동안, 서로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 꽤 즐겁게 지냈거든요. 그래도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박사 첫 학기부터 강의를 하게 되어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인 것 같아요.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데 대학원 세미나 수업을 준비하랴, 제가 수업해야 할 과목을 준비하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랴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거든요. 숨 쉴 틈을 따로 찾아야 할 만큼 바빴던 기억인데,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되는 걸 보면 역시 ‘업무 강도’보다는 ‘업무 내용’, ‘함께하는 사람’과 ‘직업 환경’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한가 봐요. ■ 교수님이 진행하셨던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사실 대학 시절 내내 개발 협력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보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communication specialist가 되어 개발 협력 프로젝트의 효과성을 향상하고, 감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연구 중 하나는 말라리아 퇴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입니다. 여전히 한 해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특히 전 세계 말라리아 발생의 95%가 아프리카 대륙에 집중해 있어요. 최근에는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백신이 보편화되기까지는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에,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질병 중에 하나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지원으로 저는 Eave tubes가 시범적으로 설치되고 있던 아프리카 대륙 코트디부아르의 부아커(Bouake)라는 도시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Eave Tubes는 모기 생태학에 기반해 발명된 장치였어요. 대부분 진흙이나 벽돌로 지어진 집의 외벽에 구멍을 뚫고 설치해서 모기가 거주 공간 내로 진입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였지요. 현지에서 유일한 “사회과학자”였던 저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주민이 이 장치를 설치하는 데 동의하도록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구체적으로는 연구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회/문화적 규범이 있는지에서부터 주민들이 이 새로운 장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을 사람들 간에는 현재 어떤 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주민 인터뷰 과정에서 음성언어만 존재하는 지역 언어(Baoulé)를 프랑스어로, 다시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 이후에도 위치기반 데이터와 인터뷰 데이터를 연계해서 분석하는 데에 품이 많이 들었던 연구였어요. 이 밖에도 출발 이전부터 한 달 내내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했고, 현지에서는 모기장을 설치하고 자는데도 여지없이 밤마다 모기들에 시달렸지만, 그만큼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했지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학술지에 출간된 논문들 또한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 현재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효과적인 보건 메시지를 통해 개인들이 건강 증진 행동을 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요인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보건 문제가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사회학이나 보건학 관련 연구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이유이기도 하지요. 아무리 좋은 이론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메시지를 제작하더라도,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읽고 모두가 당장 내일부터 건강식을 시작하지는 않잖아요? 저는 그 이유를 메시지 효과성이나 개인의 의지에서 찾기보다, 건강식을 지향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손쉽게 건강한 재료나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 이를 준비하거나 구매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는 있는지, 주위 사람들과는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대화를 얼마나 나누고, 그 대화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등등 사회적 요소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해요. 메시지를 개발할 때도 건강 문제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최근에는 지역 병원의 의대 교수님들과 기후 변화로부터 비롯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관련 연구 제안서를 작성했어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산불, 가뭄, 이상 고온과 같은 등의 자연재해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한 정도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잖아요. 특히 대기의 질이 좋지 않을 때 대개의 보건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는데, 주거 환경에 따라서는 실내 대기질이 더 나쁠 수도 있거든요. 메시지의 효과에만 주목하는 보건 캠페인이 놓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실내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정부가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인덕션과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택을 개보수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어요. 정부, 병원, 대학이 협력하여 해당 사업이 실제 호흡기 질환 환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보급될 수 있을지를 시작으로 한 여러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에요. 저소득 가정의 주거 환경이 변화한다면 이에 따라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보건 메시지에도 변화가 필요하겠죠. 주민들과 협력하여 효과적인 메시지를 개발하는 연구도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으로 포함될 예정입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학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학문 분야들과 협업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날 수 있는 학문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공공 보건을 향상할 수 있는지, 나아가 건강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지, 커뮤니케이션 학자의 관점으로 계속 고민해 보고 싶어요. ■ 현재 University of Denver에서 어떤 수업을 강의하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University of Denver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 Theorizing communication, Introduction to health communication, Communication for social change 등등의 과목을 강의해 왔어요. 특히 지난 학기에 개설한 Communication for social change는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인 Metro Caring과 함께한 지역사회 연계 수업으로,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직접 모금 캠페인 대상 그룹을 분석하고,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근거한 메시지를 제작하고, 나아가 그 효과성을 평가해 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수업의 일환으로 단체의 활동가가 초청 강연을 오거나 학생들이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자로 참여하는 등 의미 있는 경험들이 포함되기도 했죠. 학생들이 제작하여 학기 말에 비영리 단체와 최종적으로 공유한 모금 캠페인 메시지들은 제가 보기에도 독창적이고 훌륭했어요. 이번 여름에는 사진학과 교수님과 협력해 덴버 대학교의 학부생 친구들과 한국을 방문하는 여름학기 수업을 계획 중이에요. Intercultural communication과 Introduction to photography 과목을 통합한 수업인데, 한국의 여러 곳을 학생들과 함께 방문할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되네요. ■ 성대 재학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굉장히 바쁜 대학생이었어요. 월화수목금, 때로는 주말에도 서로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날들을 보냈거든요. 학생회부터 교내 밴드부와 미술부, 인권 동아리, 독서 모임 등등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일단 발을 들여놓고 보는 성향이었던 것 같아요. 이에 더해, 성대의 국제 프로그램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공부했고, 개발 협력의 이해라는 수업을 통해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하고요. 다른 학부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연구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샌프란시스코에 UX/UI 관련 기관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단순히 재미있는 일들을 좇아서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었던것 같아요. 개인이 처한 환경과 상황이 모두 다르겠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학 생활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 해외에서 교수직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시기와 주관이 다르기에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얼마 전에 유명 연예인이 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여러분 마음 가는 대로 사십시오. 지금까지 제가 한 말 귀담아듣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서 큰 호응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말에 매우 공감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지면을 빌려 한 마디만 전하자면, 저는 ‘무엇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 역시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순간순간 제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집중해 왔거든요. 주위를 보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일치하는 운이 좋은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잘하는 일부터 하고 보자는 사람이나 그 반대의 사람도, 아니면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처음부터 일치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20대, 그리고 그 이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저마다의 포부를 가지고 성균관대 졸업 후 해외에서 학업이나 취직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 아주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되실 거예요. 아마 그만큼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지겠죠. 남들이 뭐라고 하던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질 수 있길 응원할게요.

    • No. 54
    • 2024-03-19
    • 9655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실감미디어공학과 류은석 교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우리 학교 대학원 실감미디어공학과는 실감형 메타버스 ICT 기술과 문화 영상 콘텐츠 양자를 선도하는 실감미디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23년 설립한 첨단분야 신설 학과다. 5대 기반 기술인 영상처리, 그래픽스, 인공지능, 플랫폼, 인터랙션 기술과 5대 응용기술인 문화콘텐츠, 트랜스미디어, 디지털 휴먼 및 치료제, NFT, XR 스튜디오 기술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대학, 연구소, 전문 기업과의 국제 교류 및 산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글로벌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류은석 교수는 실감미디어공학과의 학과장 및 사업단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국책과제를 수주하여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내에 실감미디어공학과를 만들었다. 선도적인 연구와 전문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류은석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최근 진행한 연구와 그 성과는. 제가 이끄는 멀티미디어 컴퓨팅 시스템 연구실은 차세대 가상현실 비디오 압축 국제 표준 기술(MIV)을 연구하고 국제 표준화를 시도합니다. 최근에는 ISO/IEC 국제 표준 조직 MPEG에서 우리 연구실이 취득한 테스트 영상을 국제 표준 실험의 필수 조건에 포함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작년 초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본 연구원들이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 로봇을 이용한 실용적인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연구실도 당장의 논문이나 실적을 위한 연구보다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여러 대의 이동형 로봇에 카메라를 달아서 공간 전체를 Volumetric Video로 압축하는 기술(3차원 공간 전체를 부호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로봇을 참 좋아했는데, 내 전공과 로봇이 융합된 연구를 하니 일이 즐겁습니다. 요샛말로 ‘덕업일치’를 이루는 연구인 것 같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Research Scientist로 있을 때 <Three-screen TV>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의 제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업무였습니다. 프로젝트 도중 수많은 난관을 마주해야 했고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 다양한 연구자들의 글을 살펴보고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구하던 중 프랑스의 한 연구자가 Open Source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연구원에게 도움을 받아 연구를 이어간 결과 나는 프로젝트에서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나 개인은 부족함이 있어도 세상의 뛰어난 사람들과 협력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구 활동에서 개방된 기술 교류는 정말 중요합니다. - 연구실을 소개해주세요. 연구실에서 사람을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연구실은 Greedy 하기보다는 재밌는 연구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즐거워야 하다 보니 연구원을 뽑을 때도 ‘이 사람이 컴퓨터를 사랑하는지, 기술에 대한 진리 탐구의 열정이 있는지, 인성이 좋은지’ 등을 살펴봅니다. 자기가 좋아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자로서 어려움이나 고민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대학원생들과 연구실을 꾸리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려면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합니다. 문제는 프로젝트를 따내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대학원생들을 관리하는 일이 업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점입니다. 함께 연구할 대학원생들을 충분히 구하지 못했을 때, 존경하는 교수님이 최고대학을 그만두고 기업으로 옮기셨을 때 등 여러 인간적인 고충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연구보다 행정, 조직 환경이 연구자를 지치게 합니다. 현재 내가 속한 실감미디어공학과의 과제 지원 조직인 지능형 멀티미디어 연구센터를 계속 키워서 소속된 교수님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self-motivated 상태를 유지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시간이 되면 OTT 서비스를 통해 IT기술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를 봅니다. <Ready Player One> 같은 영화를 보면 가상현실 기술 연구에 대한 열정이 한 달은 더 생기고 AlphaGo나 NASA의 달 탐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갑자기 Lab Meeting을 소집하는 열정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절을 극복할 힘을 주는 가장 큰 축복은 사랑하는 아이들 호원이와 이안이를 포함한 나의 가족입니다. - 연구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기술 자체를 좋아하는, 조금은 Geek스러운 연구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번 생에 다른 부분은 조금 내려놓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 기술에 집중하여 먼 훗날 인생의 마지막까지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이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를 회상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즐겨 했습니다. 엉뚱한 장난을 좋아해서 해킹도 해보다가 일이 터지기도 하고. 아무튼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당시 전기전자연구회라는 교내 동아리에서 CPU와 RAM, ROM을 래핑 선으로 납땜해서 이으며 밤을 새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창밖에 첫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다른 후배 녀석과 ‘우린 왜 이렇게 살지?’하며 뭉클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때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각종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술 습득만을 놓고 생각해 보면 대학의 의미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동아리 활동과 취미생활 등 열정에 미쳐보는 시간만큼은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성균관대학교 자체는 다른 경쟁 대학들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글을 보고 노력할 성균관대학교 학생 개인은 최고의 대학 학생들의 평균보다 더 잘 될 수 있습니다. 정점에 설 그날까지 staying motivated.

    • No. 53
    • 2024-03-06
    • 6919
  • 고분자공학으로 세상을 선도하다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이준영

    고분자공학으로 세상을 선도하다

    “저는 항상 2%의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고분자란 높은 분자량을 지닌 소재로 대표적으로 플라스틱이 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란 흔히 알려진 고분자와 달리 강도, 유연성과 함께 도체의 성격을 지닌 분자체를 의미한다. 전기전도성 고분자가 상용화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공학교육 혁신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이준영 교수는 전기전도성 고분자와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이에 대한 연구 성과로 2023년 상암고분자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선정, 그리고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공과대학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이준영 교수입니다. 저는 1992년 5월에 미국의 University of Massachusetts-Lowell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998년 2월까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1998년 3월부터 현재까지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재직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고분자학회 최고 학회상인 ‘상암고분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전해주세요.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한국고분자학회에서 상암고분자상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상암고분자상이 너무나 과분한 상이지만,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우리 고분자학회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Q. 어떤 연구로 상암고분자상을 받게 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하는 과정에서는 비선형광학(Nonlinear Optics) 고분자 재료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KIST와 우리 성균관대에서는 주로 전기전도성 고분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전기전도성 고분자란 것이 궁금하실 것 같아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얘기하는 일반적인 고분자는 경량이고, 적절한 강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원하는 형태로 자유로이 제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환경오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되는 유용한 소재이며, 이처럼 일반적인 고분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입니다. 그런데 만약 일반적인 고분자의 장점은 유지되면서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소재가 있다면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에 1970년대 후반부터 전기전도성 고분자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2000년에 Hideki Shirakawa, Alan Heeger, Alan MacDiarmid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중요한 소재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기전도성 고분자 및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의 합성, 박막제조 연구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전자소자 등의 유연투명 전극소재로 활용하는 연구와 전자파차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텍스타일(섬유, 의류) 디바이스의 전극소재로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금속 수준의 전도성을 보유한 고전도성 섬유제조에 대한 연구도 수행했습니다. Q. 연구자로서 현재 교수님의 연구 분야로 나아가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물리학과 화학이 융합된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제가 있던 미국의 연구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전공은 물리, 화학, 전기전자 등 정말로 다양한 분야였습니다. 섬유공학을 전공했던 저는 유학 초기에는 다른 분야의 용어를 이해하고, 이론을 공부하고, 실험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는 학생이 됐고, 융합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학위 취득 후 한국에 돌아와 KIST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전기 전도성 고분자 역시 생소한 분야였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배우면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 분야의 연구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현재까지 저의 연구 분야가 되었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연구자는 연구 분야와 관계없이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학 분야의 연구는 실제로 활용이 될 수 있는 수준의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구실 수준의 연구 결과는 실제 활용할 때 필요한 성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이 발현되어야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를 수행하여 얻은 결과들은 항상 2% 정도 부족했던 것 같아, 어떻게 그 2%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치열하게 해왔었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을지라도, 더 우수한 후배 연구자들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제 연구 결과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제 역할은 어느 정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어떤 연구기관이고, 교수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공학한림원은 대학, 기업 및 연구소 등에서 기술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공학기술인을 발굴하여 우대하고, 공학기술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통해 국가의 창조적인 공학 기술 개발과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정기토론회, 정책연구, 공학기술 진흥, 국제교류 및 한림원상 시상 등이 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정회원, 일반회원, 원로회원, 외국회원, 명예회원 및 단체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회원은 300명으로 정해져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난 일반회원 중에서 정회원을 선정합니다. 저는 2018년에 일반회원으로 선정되었고, 2024년부터 정회원으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화학생물공학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인재양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산학협력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장실습학기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가능 동반성장 현장실습 생태계 구축”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공학교육혁신 상설협의체에 참여하여 공학교육혁신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인재양성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공학도를 양성하기 위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 국가경쟁력 강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Q. 지난 2023년 11월에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도 수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정년퇴임이 2년 반 남은 제 인생 느지막이 상암고분자상 수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선정과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 수상 등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겨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올해의 성균인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혜택만 받아온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수여해 주셔서 송구하기도 하면서 정말 기쁩니다. 제가 만약 다른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다면, 제가 우리 대학에서 이룬 작은 성과들이나마 이룰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저의 결론은 아니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성균관대학만의 DNA를 가진 우리 대학에는 우수한 동료 교수님, 직원 선생님, 연구원님 및 학생과 학교의 적절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큰 상을 수여해 주신 우리 성균인 분들께 모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Q. 공학교육혁신센터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2017년부터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오래 했죠. 공학교육혁신센터는 2005년에 설립되어 공학교육혁신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학교육인증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에서 지원하는 공학인재 양성 지원사업들을 수주하여 수행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공학 관련 전공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전공과 관계없이 인문사회캠퍼스 학생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학생들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연구원님들과 조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난감합니다. 여러 얘기를 하면 꼰대의 잔소리로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저도 제가 경험하거나 생각한 것만을 토대로 말씀을 드리는 정도이니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성균관대 학우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면, “무조건 담대히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라”입니다.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과 학점을 잘 받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와 같이 몸으로 익히는 비교과 경험을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규 수업 외의 경험들이 여러분들의 긴 인생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비교과 프로그램들은 단기간 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분이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제는 대학의 수업 시간에서 여러분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자기주도학습과 동료학습 및 AI 학습 등을 통해 빠르게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것이 진정한 역량입니다. 프로젝트 주제와 수행 내용과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의 전공 학생들과 같이 하는 팀 프로젝트에 담대히 도전하고, 경험을 쌓으세요. 여러분께서는 자기주도 및 동료학습 역량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것이고,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성균관 대학이 추구하는 학생성공이 아닐까 생각하고, 학생성공은 인생성공을 위한 하나의 준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성공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우리 성균관대학교 모든 학생이 끊임없이 담대하게 도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여, 학생성공을 성취하고, 궁극적으로는 인생성공을 이루기를 무궁히 기원합니다.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2
    • 2024-02-20
    • 6688
  •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열정"

    국제한국학센터(IUC) 로스 킹 교수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열정"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은 세계적 수준의 동아시아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문으로서 동아시아학을 확산하기 위해 대동문화연구소, 성균중국연구소, 국제한국학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제한국학센터(IUC)는 전세계 ‘한국학 연구자’ 및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는 기관으로 국제 한국학의 허브다. 오늘은 국제한국학센터의 설립자 Ross King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로스 킹 교수입니다. | 한국학 연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한국학을 연구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적부터 외국어와 외국 문화 공부에 관심이 있었어요.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여름마다 미네소타주에 있는 언어마을에 가서 독일어와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을 집중적으로 배웠죠. 대학 진학 후에는 유럽과 관련이 없는 이국적인 언어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일본어, 아랍어 그리고 한국어를 대학에서 처음 접했죠. | 한국학 연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어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한국어문학에 매력을 느낍니다. 특히 20세기 이전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어요. 한국 문자로 된 자료를 찾아보고 한국의 사회상이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합니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어요. 최근에는 K-POP 열풍으로 인해 한국학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들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요. | 교수님께서 국제한국학센터(IUC)의 공동 설립자로서 전세계 한국학 연구자 및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UC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IUC는 북미 5개 대학 하버드대, UCLA, UBC, 스탠포드대, 미시건대와 공동 운영하고 있는 국제 한국학의 허브입니다.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 전문가, 기관들을 연결하고 상호 소통을 도와 성균관대학교를 국제 한국학의 세계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IUC가 북미와 유럽의 한국학 인재를 성균관대학교 자원으로 확보해준다면 우리 학교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겁니다. 한국학은 현재 골든타임에 진입했어요. 중국학은 이미 1963년 Tsinghua University에서 IUP Chinese Language Studies를 설립해 졸업생을 2,500명 이상 배출했습니다. 일본학 역시 Yokohama Center와 Stanford University가 함께 IUC Japanese Language Studies를 설립해 9개 이상의 장학기금을 확보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편이죠. 이에 비하면 한국학의 IUC는 뒤늦은 출발과 소극적인 운영이 문제입니다. 국내에서도 IUC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나와야 합니다. | IUC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근본적인 문제는 장학금입니다. 북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빚을 안고 졸업해요. 장학금이 잘 마련된 일본, 중국과 달리 장학금이 없는 한국은 학생들에게 경쟁력이 없어요. 장학금이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 IUC에 오려고 할 겁니다. 다양한 장학 재원을 확보해야 돼요. | 미국 미네소타주 콩코르디아 언어 마을에서 한국어 마을을 설립하고 한국 문화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4회 외솔상을 받으셨어요.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국어 마을 설립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북미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파이프라인으로 생각한다면 한국어 마을은 파이프라인의 입구입니다. 대학교에서 4년 동안 한국학을 전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국학에 대한 창조적인 연구를 할 수 없어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에게는 한국학이 그만큼 어려운 학문입니다. 대학교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늦어요. 시간적 투자가 더 필요해요. 아직 북미 지역에는 18세 이하 청소년을 위한 한국어 교육기관이 없습니다. 한국어 마을이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다방면에서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학을 연구하는 지난 40년 동안 느낀 답답함 때문입니다. 국제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인의 힘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해외 경험도 없고 학자도 아닌 자들의 말을 들어서도 안 되고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외국인으로서 해외 한국학자, 현지 학습자들의 입장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성균웹진 이다윤 기자

    • No. 51
    • 2024-02-06
    • 5424
  • 미디어 메시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수학 06, 허유진 동문

    미디어 메시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 허유진 교수는 우리 대학 수학과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심리학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enn State)에 조교수로 재직 중인 허유진입니다. 저는 성균관대 학부와 석사를 졸업했고, 미국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Penn State 내 The Donald P. Bellisario College of Communications의 AD/PR Departmen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성균관대학교에서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까지 가시게 된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원래 성균관대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는데, 막연히 언론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공과목으로 들었던 전략 커뮤니케이션 과목 수업에서 저의 은사님이신 정성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이것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학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학부 졸업 후, LG CNS에 입사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무를 잠시 한 적이 있지만,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와 정성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당시 두 돌 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어, 박사 유학을 많이 망설였는데요. 공부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는 지도교수님의 조언에 큰 용기를 내어 박사 유학에 도전했습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에 잡마켓에 나가 작년 가을 Penn State에 조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Q.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저는 현재 Penn State에서 광고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이해가 중요해진 요즘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이 소비자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AI 미디어 활용에 따른 윤리 문제나 규제 문제에 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험 등의 양적 연구 방법론과 컴퓨테이셔널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심리학’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Mass Communication and Society라는 커뮤니케이션학 저널에 게재가 확정되어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논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Why do People Underestimate Polling Effects? Examining the Gap Between Actual and Perceived Polling Effects”라는 제목의 미디어 심리학에 관련된 논문인데요.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디어 메시지가 자신의 의견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하고,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몇몇 학자들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편향된 지각을 갖게 하는지 밝히고자 했으나, 연구 방법론상의 문제로 오랜 시간 이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와 제 연구팀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분석, 보완하여, 미디어 메시지가 수용자의 기존 입장을 약화시킬 때, 사람들이 메시지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제 연구가 다른 연구와 차별화 되는 독특한 점은 체계적으로 메시지 영향력 지각의 편향 정도를 측정했다는 점과 “미디어 메시지에 의한 기존 입장의 변화”라는 새로운 변수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연구 결과도 흥미롭지만, 이 연구가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2015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저널에 싣기까지 장장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에요. 저널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논문을 자그마치 몇 백 번은 고쳐 쓴 것 같아요.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끝까지 붙잡고 있었기에 결국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긴 여정을 이끌어 주신 지도교수님과 같이 고생해 주신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앞으로 학자로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게 될 텐데, 지난 8년 동안의 오롯한 실패와 도전의 경험들이 저에게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Q. 해외 대학교에서 근무 하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을 알려주세요. 미국 대학교에서 일하며 좋은 점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받는다는 점이에요. 특히 새내기 교수의 경우 마음 놓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서비스에 대한 부담도 거의 주지 않아요. 제가 맡은 수업을 펑크내지 않는 이상, 일주일에 학교에 며칠이나 나오는지, 출퇴근은 언제 하는지 아무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제 임의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그 시간을 이용하여 제가 관심 있는 주제로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힘든 점은 아무래도 언어장벽이 있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다 표현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외국인 교수로서 외국 대학교에 근무하는 이상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또한, 제가 College 내 유일한 한국인 교수라는 점이 좀 아쉬워요. 동료 교수들과 티타임도 갖고, 점심도 먹고, 서로의 자녀를 데리고 플레이 데이트도 하는 등 즐겁게 잘 지내고 있지만 가끔은 한국인 동료와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말로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대학원 재학 시절 연구실 생활이 어떠셨는지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석사 때는 지도 교수님과 정기적으로 만나 공부하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의 지도 교수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저희를 앉혀 놓고, 논문 읽는 법부터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 기존의 연구에 물음표를 던지는 법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어요. 그때는 모든 대학원생들이 다 그렇게 지도받는 줄 알았는데, 박사에 진학하고 나서야 제가 특별한 경험을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늘 유쾌했던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 행복하고 재미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도 배울 수 있었어요.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할 때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선생님을 찾아 뵙는 일인데요. 오늘은 또 어떤 귀한 말씀을 해주실까 생각하며 선생님을 뵈러 가는 그 길은 여전히 즐겁고 신납니다. 박사 유학 시절에는 동료들과 같이 지낸 랩 생활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박사 과정 학생들이 큰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을 했는데요. 다 같이 모여 수업 과제를 했던 일, 학회 페이퍼 데드라인 직전에 힘을 모아 페이퍼를 마무리했던 일, 티칭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나누었던 일, 동료들의 크고 작은 이벤트 등을 축하했던 일 등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함께 울고 웃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힘든 박사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되어 저만의 연구실을 갖게 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가끔 복작거리던 대학원 랩실이 그립습니다. 제 대학원 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육아가 있겠네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밀린 과제를 하느라 늦은 밤까지 깨어 있는 날이 많았어요. 지금 다시 그 생활을 반복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 (웃음), 그래도 존재 자체만으로 제게 힘을 주는 두 아이들이 있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성대 재학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교수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착실히 수업을 듣고, 학점을 관리하던 학생이었어요”라고 대답해야 정석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매우 먼 학생이었습니다. (웃음) 고등학교 시절, 저는 제가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으로 하려니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출석만 대충 하고 수업 때 도망간 적도 많아요. 당연히 학점도 좋지 않았죠.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졸업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습니다. 오죽했으면, 졸업 시험 중 한 과목을 담당하셨던 교수님께서 네가 성균관대 수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라 그러나 수학과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라 하시며 수학자의 역사가 담긴 브로마이드를 선물로 주셨던 기억이 나요. 비록 열심히 전공 공부에 매진하던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의 저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제 진로와 적성을 찾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직 길을 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후배님들이 계시다면, 여러분의 가슴을 진정으로 뛰게 하는 일을 만날 때까지 최대한 많은 경험과 도전을 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먼저 끊임없이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멋모르던 때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논문을 써야만 좋은 연구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연구란 결국 한 걸음 한 걸음 쌓아가는 과정이며, 사소한 발견일지라도 그 안에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며 학계에 작은 디딤돌이나마 꾸준히 놓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한 제 연구들이 세상을 발전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다음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특출 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수업을 빼먹는 법도 없고, 과제 마감 기한을 잘 지키고, 시험 성적도 좋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만날 때면 기특하고 고마워요. 제가 대학 시절 방황을 많이 해서인지, 잘 따라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더 마음이 가요. 제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이 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속에 힘을 받고 교실 문을 나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해외에서 교수직을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한 방법 혹은 필요한 마음자세가 있을까요? 교수가 되고자 한다면 박사 기간 중에 달성해야 하는 과업들이 있습니다. 학회 발표, 논문 게재, 티칭 등 인데요. 여러분보다 조금 앞서 교수의 길을 걷고 있는 선배들의 이력서(CV)를 잘 살펴보시면,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를 바탕으로 졸업까지 여러분들이 해야 할 과제들에 대한 타임라인을 설정하시고, 각 시기에 맞게 해당 계획들을 차근차근 달성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박사 유학 후 교수가 되는 길이 굉장히 막연할 것 같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하나씩 이루어 나가다 보면 졸업 즈음 잘 준비된 교수 후보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커뮤니케이션 전공과 관련하여 해외 교수직을 희망하는 후배님들이 있다면 성균관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대학원 진학을 강력히 권유합니다. 우리 학과에는 여러분께 귀중한 조언과 가르침을 주실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와 같은 시기에 그분들의 지도 아래 공부했던 많은 동료들이 현재 국내외 유수한 대학에 자리를 잡아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성균관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대학원에서 즐겁게 공부하시며 학자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스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주세요. 어려운 입시를 뚫고 성균관대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아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빠른 시일 내에 무언가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은 잠시 내려놓고, 가끔은 맛있는 것도 먹여주시고, 근사한 곳도 데려가 주시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도 해주세요. 여러분 스스로를 믿고 다독이며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이 원하는 그곳에 있을 겁니다.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0
    • 2024-01-22
    • 9557
  •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야말로 초개인화의 시대다.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 구현에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이 과정에서 기술 소외 계층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누구나 쉽고 꾸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꿈꾸는 인물이 있다.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의 송하연입니다. 저는 인간이 컴퓨터, 인공지능, 스마트폰과 같은 기계를 사용할 때의 심리적 효과를 연구해요. 특히 어떻게 기술을 디자인해야 사람들이 더 편하고 쉽게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현재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HCI 분야에는 어떠한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대학생 시절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원 수업에서 인간과 로봇의 인터랙션을 바탕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HCI 분야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기계와의 인터랙션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학적 특성들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뉴미디어를 사용하여 건강과 의료 분야에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연구를 하며 앞으로도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운동 게임 실험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중재 연구를 재밌게 했습니다. 교수가 된 이후에는 공학 대학과 의과대학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밀워키 저소득층 임산부를 위한 모바일 닥터 개발, 금연 게임 개발, 치매 예방게임 개발 등을 하면서 실제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내가 하는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느끼는 보람이 좋아서요. | HCI 연구에는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술이 인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의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어서 기계를 잘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인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을 더욱 넓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HCI 연구가 교육이나 건강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더 잘 디자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사람들이 더 잘 배울 수 있고 더 건강해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앱이라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는 앱을 디자인해야 그 기계가 인간에게 주고자 하는 이익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HCI이고 바로 이것이 HCI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Teacher-student Relationship in Online Classes: A role of Teacher Self-Disclosure> 논문의 2023 Distinguished Article Award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어떠한 연구를 진행하셨나요? 이 논문은 제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학생을 교육하는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면 수업을 하다가 온라인 수업을 처음 하려니 대면 수업과 온라인 차이점을 자꾸 비교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더 잘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거든요. 저의 첫 직장인 University of Wisconsin-Milwaukee의 교수님들께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하시는지 팁을 여쭤봤었는데 교수님마다 생각하시는 게 전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한 교수님은 자기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궁금해서 실험을 해봤다고 알려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수업 관련 연구에 대한 영감을 얻었어요. 이 논문은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형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잘 구축하여 교육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부분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선생님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 공개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와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혔습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구조방정식의 다 집단 분석을 통해 전체 메커니즘을 global level로 비교하고 각 변수 간의 관계를 local level로 비교하였습니다. |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얻어 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교수님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생 시절 어떤 학생이 자신의 오피스 책상에 ‘졸업 논문의 가장 큰 적은 나에 대한 의심이다’라는 글귀를 써놓은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이 글이 꽤 마음에 와닿았어요. 나에 대한 의심은 비단 졸업 논문에만 큰 적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나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일은 어려워 보이고 다른 사람은 다 똑똑한데 나만 바보 같고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못 할 것 같고. 그런데 그때 나의 가장 큰 적은 나의 부족한 능력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 바로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라는 거죠. 아무리 힘들어도 나 자신을 의심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기만 하면 어쨌든 가장 큰 적은 물리친 셈이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요즘 학생 중에서도 “저는 자존감이 낮아요, 제가 정말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라고 고민하는 학생이 있으면 저는 이 이야기를 해줘요. 너의 가장 큰 적은 너를 의심하는 마음이라고. 힘들수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나를 깊이 믿어주는 일이라고요. 연구는 내가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꽤 흥미롭고 다이나믹한 일이에요. 함께 일하는 연구자들과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재밌고요. 연구는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분명히 재미 있는 일이에요. 저는 연구의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생들이 연구 주제를 정할 때도 ‘네가 생각했을 때 너무 재밌고, 궁금하고, 가슴이 뛸 정도로 열정이 가는 일을 찾아보라’고 해요. 이렇게 연구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게 그렇게까지 지난하지는 않아요. 본인이 재미를 느끼니까요. |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항상 나의 옆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만을 위한 인공지능 건강 도우미를 디자인해서 사람들이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기술을 연구하고 디자인할 때 기술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고려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기술 소외 문제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현재 노인을 위한 UI/UX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우리의 뇌가 얼마나 놀라운 가능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떤 사람이 3개월 동안 저글링 연습을 했더니 해당 활동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실제로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뇌가 스스로 변화하는 성질을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고 해요. 이 연구가 발표된 뒤, 학자들이 노인을 대상으로도 같은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노인의 뇌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뇌도 자기 구조를 바꿔가며 여러분을 도와줍니다. 여러분의 가능성에 대한 가장 큰 적은 여러분 자신에 대한 의심이에요. 나 자신을 믿고 내 마음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우면서 내 생각을 조심하세요. 생각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마음 먹고 꾸준히 하다 보면 뇌도 나를 도와주니까요. 성균웹진 이다윤 기자

    • No. 49
    • 2024-01-09
    • 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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