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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는 가슴으로 30%는 이성으로

저는 새로운 연구와 그 연구 과정을 통한 성장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며,
이는 저를 끊임없이 연구실로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화학과 류도현 교수

  • 70%는 가슴으로 30%는 이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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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화학과의 류도현 교수입니다. 2005년에 교수직에 부임하여 근무한지 어느덧 17년이 다 되어가네요. 현재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카이랄소재 분석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카이랄 유기화합물의 효율적인 촉매 합성법’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과 실험실은 전망 좋은 우리 학교 화학관 6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Q. 벌써 2022년의 끝자락이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카이랄소재 분석센터를 통해 화학과에 새로운 분석 장비인 초임계유체 크로마토그래피(SFC)와 고해상도 질량분석기(Q-TOF Mass)가 12월에 들어올 계획입니다. 이 장비들의 설치를 위해 전담 연구원들과 함께 공간 및 환경 조성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들과 촉매반응 연구와 과제 수주를 위한 프로포잘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한국유기합성학회(KSOS) 학술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소감 전해주세요.


유기합성학회는 유기화합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합성하는 연구자들과 함께, 이를 사용하는 생물학, 의학, 약학, 농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환경공학 등 관련 분야의 학계, 산업계, 연구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학회로 2010년에 출범했습니다. 이번 논문으로 학술상을 수상함으로써, 제가 연구하는 카이랄 촉매 기술이 학계뿐만 아니라 연구계와 산업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우리 연구실에서 함께 열심히 연구했던 졸업생 그리고 현재 함께 하고 있는 학생들과 수상의 영광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Q. 수상 논문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수상 논문은 유기촉매를 이용한 카이랄분자의 비대칭 합성 연구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카이랄 화합물은 의약, 농약 및 향수 등 다양한 미래소재로 그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화이자사의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3종의 카이랄 화합물들이 결합한 분자이며, 미래 신약은 카이랄 화합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이런 분자들을 쉽고 값싸게 만드는 기술은 미래의 기초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실에서는 카이랄 유기촉매들을 개발하여 다양한 유기 반응들에 응용하였고 지금까지 합성이 불가능했거나 어려웠던 화합물을 쉽게 얻을 방법들을 개발하여 논문으로 보고했습니다. 카이랄 유기촉매 합성법은 작년에 노벨화학상으로 선정될 만큼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Q. 연구에서 교수님의 관심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유기 분자를 3차원으로 조립하는 기술에 관심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필요한 유기분자는 2nm이하의 작은 사이즈인데요. 유기분자의 초미세구조를 만들기 위해 1nm정도의 기계가 필요하며 이 기계는 정교하게 3차원으로 작동해야 됩니다. 이러한 기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카이랄 촉매이며 반복적으로 3차원 분자를 조립함으로써 연구자가 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3차원 분자조립의 반복적인 작업을 회전율(turnover number)이라고 하는 데 회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필요한 촉매량은 적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카이랄 촉매의 회전율을 높이는 것과 촉매의 기능성을 추가로 부여하여 차세대 촉매로 발전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Q. 최근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유기화학연구를 진행하셨습니다. 그중 대표 연구 한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유기합성 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한 유기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데,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위한 유기염료를 합성한 연구가 기억납니다. 박막형 태양전지에 유기염료를 사용할 경우, 얇게 유리창에 코팅하여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유기합성으로 새로운 유기염료들을 합성하여 그 당시 박막태양전지의 최고효율을 달성한 성과를 거두었기에 가장 인상깊은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류도현 교수 연구실의 표지논문




Q. 유기합성과 관련된 많은 연구를 진행하셨는데요, 관련 연구가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현재 유기합성기술은 기능성을 가진 유기화합물을 싸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술로, 우리나라와 선진국과의 격차가 가장 적은 기술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그중에서 최첨단 기술이 카이랄 분자 촉매합성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유기화합물들이 의약학을 포함한 바이오 분야 이외에도 유기 태양전지, 유기반도체 등 전자재료 분야로도 많이 응용되고 있어 미래 기반기술로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인력양성과 투자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저 또한 연구를 이어나가 국내 유기합성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Q.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저는 대학 졸업 후 하버드대 화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는데, 이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때 하버드 화학과의 유기합성의 대가이며 노벨상 수상자이신 코리 교수님과 연구하며 카이랄 촉매 합성기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진행했던 첫번째 프로젝트는 선배연구자가 해결하지 못한 반응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서 오류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반응의 수율은 높았지만 입체선택성이 낮았고 지도교수님은 원인이 촉매라고 생각하셔서 계속 촉매구조만 변형해 가며, 연구에 진전이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두 달간 촉매구조에 매달려가며 허송세월을 보낸 후, 원인을 다른 쪽에서 찾아보고자 교수님 몰래 반응물의 구조를 바꾼 시도를 했고, 입체선택성 100%를 달성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밤을 새워 결과를 얻은 것을 휴일에 출근하신 지도교수님께 보여드려 깜짝 놀라게 해드렸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제가 얻은 교훈은 “연구자는 남의 것은 믿지 말고, 자기가 한 걸 믿고 사고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 였습니다. 이 문장은 아직까지도 연구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때, 저에게 해답을 제시해주곤 합니다.




Q. 연구자 ‘류도현’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저는 새로운 연구와 그 연구과정을 통한 성장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며, 이는 저를 끊임없이 연구실로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 카이랄 촉매로 새로운 3차원 분자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좋은 논문으로 보고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하나의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서 저를 포함해 많은 학생들의 노력이 들어가는데, 유기화학을 전혀 모르던 학생이 점점 성장하여 훌륭한 연구자가 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바로 이 즐거움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Q. 연구자의 길을 먼저 걸은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학생들이 연구자 길을 갈 때 선택의 길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전공은 무엇을 하나? 학위는 어디까지? 어디에서 하는지?’ 등을 말이죠.  저 또한 이러한 선택의 기로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라”는 중학교 은사님 말씀이 도움이 되었고, 이후 선택할 때는 “70%는 가슴으로 30%는 이성으로” 판단하며 저 자신에게 끌리는 것을 운명처럼 했습니다. 그 선택의 결과가 바로 연구자의 길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연구자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본인에게 끌리는 것이 운명처럼 나타날 때, 그 길을 선택하여 훌륭한 연구자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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