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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lobal Challenger 대상팀 '역사좀아일' 양서연, 박경은, 이도현 학우
"좋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실패를 겪으며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니,
의지만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도전해 보세요."
서울 탑골공원에 가본 적이 있는가? 우리 대학 인문사회캠퍼스 근처에 위치해 익숙하지만, 어쩌면 노인들만의 공간으로만 치부해 지나쳤을지도 모를 그곳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해 1년 동안 발로 뛴 학생들이 있다. 바로 『역사좀아일』팀이다. 대학혁신과공유센터가 진행한 S-Global Challenger 프로그램을 통해 아일랜드 더블린의 시민 주도 해설 프로그램을 조사해 참여형 역사 해설 모델을 구체화하고, 서울 탑골공원의 역사성 회복을 목표로 시민 참여형 도슨트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들의 고민은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사회의 변화로 이어졌다. 종로구청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원각사지 십층 석탑 내부 공개 행사의 공식 도슨트로 활약했으며, 그 과정은 공중파 뉴스에 보도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12기 S-Global Challenger 성과공유회 대상 수상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거머쥐었지만, 이들이 말하는 가장 큰 수확은 결과보다 치열했던 '과정' 그 자체였다. 무모해 보였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끌어낸 세 명의 대학생, 『역사좀아일』 팀을 만나 1년간의 뜨거웠던 여정을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서연: 저는 글로벌경제학과 25학번 양서연입니다. '역사좀아일' 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경은: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25학번 박경은입니다.
이도현: 저는 글로벌리더학부 25학번 이도현입니다.
▲왼쪽부터 박경은, 양서연, 이도현
| 역사좀아일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팀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박경은: 역사좀아일 팀은 대학혁신과공유센터가 진행하는 S-Global Challenger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구성된 팀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탑골공원의 역사성과 장소성 증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시민 참여형 도슨트 프로그램을 구축하고자 노력했고 실제로 종로구청과 협업했습니다. S-Global Challenger는 국내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외 탐방을 통해 시야를 확장하고 다시 우리 주변에 적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희 팀은 아일랜드를 탐방 국가로 선정했습니다. 아일랜드는 식민지 역사를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기도 하고, 우리보다 식민 역사를 대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높으므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주제인 ‘역사’와 탐방 국가인 ‘아일랜드’를 합쳐 ‘역사좀아일’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 S-Global Challenger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양서연: 처음에는 국제관을 돌아다니다가 포스터를 보게 되었어요. 막연히 해외를 보내준다는 말에 새내기로서 가졌던 대학 로망 중 하나인 ‘해외 나가보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신청하고 진행할수록 해외 탐방 그 자체보다 이후의 성과를 어떻게 확장하고 도전하느냐가 주된 성취라는 걸 느꼈어요. 수험생 때는 늘 혼자 공부하는 게 익숙했는데, 대학에 와서는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제대로 된 팀 프로젝트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팀을 구성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탑골공원 내 시민 참여형 해설 프로그램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도현: 처음부터 이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주제 선정 과정에서 팀장 서연이가 고등학교 때 진행했던 식민지 유산 탐구 경험을 연관 지어 보자는 의견을 냈어요. 초기 주제는 ‘우리나라 식민지 유산의 장소성·역사성 증진’이었고 탑골공원은 여러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주제가 너무 막연해서 액션 플랜이 불명확해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탑골공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시민 참여형 도슨트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이 장소의 의미를 그들의 시각에서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양서연: 덧붙이자면, 주제가 처음에는 산발적이었고 매주 교수님 정기 점검 때마다 반려되기도 했어요. 방학 내내 회의해도 답이 안 나오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탑골공원 관련 뉴스를 봤는데, 댓글에 노인들만 있는 부정적인 공간으로 낙인찍힌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우리의 역사 문화 공간과 식민 유산의 역사성을 증진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 역사적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고 자료 수집을 했는지 설명해 주세요.
박경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탑골공원을 수시로 탐방하며 유산 관리 상태, 작동하지 않는 QR코드, 방치된 쓰레기 등 실질적인 현황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대학혁신과공유센터의 박사님, 센터장님, 연구원님들께 매주 피드백을 받으며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박물관, 도슨트 관련 단체, 시민 참여 기관 등 수많은 곳에 컨택 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진행했고,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님이나 학계 연구관님들께 자문하며 다층적인 역사를 배우고 현장의 좋은 예시들을 수집했습니다. 아일랜드 현지 투어에 참여해 시민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진행자분들께 조언을 얻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특히 아일랜드 더블린의 시민 주도형 투어 방식을 참고하셨습니다. 해외 사례 탐방에서 어떤 점을 배웠고,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했나요?
양서연: 센터는 단순 현장 학습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오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출국 전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9박 11일 탐방을 통해 깨달은 핵심은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저희는 사료의 정확성이나 동선 같은 실무적인 부분에만 집중했는데, 현지 프로그램들은 도슨트와 시민 사이의 상호작용이 엄청났습니다.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금의 사회와 역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스스로 느끼게 하더라고요.
특히 ‘Secret Street Tours’가 인상 깊었습니다. 마약 중독자였다가 재활을 거쳐 시민 도슨트가 된 가이드분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 마약 중독, 홈리스 등 사회 문제를 설명해 주셨는데, 솔직한 개인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컸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 대본도 대폭 수정했습니다. 교과서적인 역사 나열에서 벗어나 탑골공원의 서문 복원 공사, 원각사지 십층 석탑 보호각 이슈 등 현재 사회의 스토리까지 어우러지게 구성했고, 시민들에게 퀴즈를 내는 등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반영했습니다.
박경은: ‘Richmond Barracks (to Kilmainham Gaol)’의 인터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과서 속 큰 역사가 아니라 일상과 밀접한 작은 역사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들었고, 독립운동가들이 감옥으로 이송되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 콘셉트 자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도현: ‘In Our Shoes Walking Tours’도 기억에 남습니다. 유명 관광지 위주가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 가이드 본인이 사는 동네 등을 방문하며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탑골공원 시민 참여형 해설 프로그램을 실제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박경은: 프로젝트의 목적인 역사성과 장소성 홍보에 집중했습니다. 투어에 참여한 분들이 내용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질문하고, 어린 친구들에게는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시도하며 유기적인 동선을 짜는 데 노력했습니다.
양서연: 공간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종로구청이 장기 두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강제적인 성역화 조처를 했을 때, 저희는 오히려 아이들이나 새로운 세대를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것을 억지로 없애기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바뀌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원각사지 십층석탑 내부 공개 행사에서 공식 도슨트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현장 소감과 기억에 남는 순간을 소개해 주세요.
양서연: 9시 뉴스에 출연하게 된 것이 기억에 남는데, 이 역시 시민들의 높은 관심 덕분이었습니다. 멀리 인천이나 진안에서 오신 분들, 예약 포털 오픈 7분 만에 매진되어 취소표를 간절히 기다리던 분들을 보며 감동했습니다. 학기 초라 몸은 힘들었지만, 주머니에 사탕을 넣어주시며 수고했다고 말씀해 주시는 시민들 덕분에 인류애가 상승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박경은: 반년 전에 기획안으로만 썼던 내용이 실제 종로구청과의 협업을 통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걸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입학한 지 1년 만에 이런 산학 협력을 해낸 것이 평생 남을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이도현: 2주 동안 투어를 진행하며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아이들부터 대학생, 교수님, 어르신까지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투어 후 저희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하며 정기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격려해 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양서연 학우의 인터뷰가 포함된 뉴스 영상(27년 만에 문 열린 국보…원각사지 십층석탑, 연합뉴스)
| 프로젝트 진행 중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나 시행착오를 겪은 적이 있다면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양서연: 현지에서 예약한 투어가 당일 취소되는 등 변수가 많았지만, 직접 관광 안내소를 찾아가 대안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 저희가 꿈꾸던 해외여행과는 달랐습니다. 단순히 놀러 간 것이 아니라 매일 새벽까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기획안을 수정하는 고된 과정이었지만,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며 많이 배웠습니다.
이도현: 기획 단계에서 교수님들의 방향성과 저희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아 밤샘 작업한 결과물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했을 때가 가장 막막했습니다. 한때는 스마트폰 앱 개발 쪽으로 갔다가 반려되기도 해서 프로젝트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 불안했습니다. 또한 종로구청과 협업 시 구청 측 사정으로 몇 달간 연락을 할 수 없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 학생 프로젝트가 실제 지역사회 프로그램으로 확장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양서연: 불확실성을 이겨낸 순간입니다. 종로구청의 연락을 3~4개월간 기다리다 자포자기할 뻔했지만, 끝까지 몰아붙여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너무 강렬한 감정을 받았기에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이 나는데요. 작년 11월 24일입니다. 너무 막막해서 학예관님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나온 직후 구청 팀장님께 ‘한번 해보자’라는 연락이 왔을 때의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직전 단계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기에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 덕분에 구청에서 먼저 석탑 내부 공개 행사 도슨트 제안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파일럿 진행(왼쪽), 종로구청 미팅(오른쪽)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배운 점이나 달라졌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일까요?
양서연: 이제는 ‘실패를 즐기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원래 완벽주의 성향이라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 좌절이 내적 성장과 예상치 못한 대안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해커톤이나 창업 같은 막연한 활동에도 자신 있게 도전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박경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입니다. 면접 때 위축된 저희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라”고 하셨던 교수님의 말씀이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습니다.
이도현: 평소 ‘이게 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많았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1학년의 저희였지만 공공기관과 협력해 실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일단 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얻었습니다. 인생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해당 프로그램 기획 전반에 대한 의견이 있을까요?
양서연: S-Global Challenger를 통해 애교심이 정말 많이 커졌습니다.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도전과 특권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인적·물적 지원이 매우 탄탄합니다. 도움을 요청했을 때 센터장님, 박사님, 교수님들 모두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는 탄탄한 네트워크와 브랜딩에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주어지는 일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하며 실패해 보는 이 경험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학생 주도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S-Global Challenger와 같은 학생 주도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고 싶은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양서연: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기엔 너무 힘든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 스트레스가 따릅니다. 하지만 완주한다면 그 어떤 수업보다 값진 배움을 얻을 것입니다. 개인으로는 만나기 힘든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으니, 잘 생각해 보고 도전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박경은: 2025년 한 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작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사회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뿌듯함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은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추억이 정말 많으니 다른 학우분들도 꼭 이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이도현: 꼭 좋은 결과가 나와야만 얻어가는 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청하고, 실패하고, 극복하는 모든 과정이 값집니다. 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대학교 때만 누릴 수 있는 이 경험, 반드시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취재: <성균웹진> 김한결 기자 / 편집: <성균웹진> 최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