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Success Story

속이 알찬 강정이 되는 길

박제인(영어영문학과 17)

십시일밥은 청년 빈곤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이자 동명의 사업으로 공강 시간을 활용하여 학생식당에서 근로한 대가로 받는 식권을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2020년 현재 15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 학교는 5년째 명륜캠퍼스 경영관 금잔디식당과 계약해 식권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우리 학교 십시일밥의 목표는 명륜캠퍼스 내 타 학생식당으로 봉사활동을 확장하고 율전캠퍼스에도 십시일밥을 설치하는 것이다.


박제인 학우는 꽤 오랫동안 봉사활동과 인연이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교실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때 처음 도전한 것이 봉사활동이었다. 보통 대입 포트폴리오를 목적으로 한두 가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그쪽과 거리가 멀었던 박제인 학우는 그때그때 끌리는 것을 찾아 해보는 편이었다. 버스와 지하철로 닿을 수만 있다면 먼 거리여도 개의치 않았고 그가 살던 동네 남양주에서 양천, 부천, 안산 등지로 혼자 씩씩하게 다녔다.


고교 2학년쯤에는 교외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했다. 당시 국제기구 종사자를 꿈꾸고 있어 글로벌·봉사 영역과 관련된 동아리를 찾아보고 가입했다. 관심사가 겹치는 또래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한 것이 성적 등 학교생활 전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며, 외부 표창장을 수상하거나 관심사를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해 경기도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 학술제에 참여했다. 그만큼 박제인 학우의 선호도는 명확했던 편이었는데 특히 한 선배가 롤모델과 다름없을 정도로 많은 동기 부여가 되었다.


자원봉사자가 되다 : 성실한 어른 되기


대학생이 되어 ‘봉사활동을 하긴 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이따금 떠올랐다. 하지만 계열제로 입학해서 학점 관리를 해야 했고 학교생활에 드는 비용도 충당해야했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 봉사활동은 뒷전으로 밀렸다.


시간표는 학교에서 듣는 과목 외에 아르바이트 일정으로 채워졌다. 어떤 시기에는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한 적도 있어서 친구들과 제때 또는 여유를 가지고 밥을 먹기 어려웠다. 이런 삶이 반복되면서 4학년이 되도 학교 주위 맛집을 잘 알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장학금을 타기 위해 공부를 한다지만 정작 생활을 위해 일을 하다 보니 공부할 시간도 쪼개야 했다. 십시일밥이라는 단체가 탄생하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던 시기에 청년 빈곤과 사각지대라는 말이 충격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어려운 학우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들의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하고 공감하게 됐다.


이런 마음을 품었던 2018학년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학내에서 십시일밥 자원봉사자 모집 포스터를 발견하고 곧바로 봉사자로 지원했다. 가장 할 일이 많은 화요일 점심시간을 맡았다. 학교 안에서 유니폼부터 앞치마, 모자, 비닐장갑을 착용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라고 걱정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금방 극복할 수 있었다. 2인 1조 진행이 원칙이지만 안타깝게도 파트너 자리는 계속 공석이었던 바람에 첫 활동기간 중 대부분 혼자 일했다. 당시에는 나마저도 빠지면 큰일 난다는 책임감과 부담 보다는 아주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는 즐거움이 압도적이었다.


이사가 되다 : 책임지는 어른 되기


다음 학기에는 다른 자원봉사자와 함께 일 하게 돼 비교적 수월하게 봉사를 했다. 총 1년 동안 자원봉사자로서 십시일밥에 참여하며 소속감을 키웠다. 그러던 사이 기존 봉사자들 중에서 차기 대표이사 모집이 진행됐고, 아직 명륜캠퍼스 학내 구성원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이 단체를 더욱 키워내겠다는 일념으로 자원했다.


이사라는 타이틀이 붙자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필요했다. 이사가 되려고 했던 이유에는 십시일밥 활동을 좀 더 글로벌화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십시일밥 외에 오래 활동했던 교내 버디프로그램 SG MAPLE에서 매칭된 교환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나갔다.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본격적인 계기가 바로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버디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던 때 였을 정도다.


그는 십시일밥의 글로벌화를 위해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외국인 학우를 찾았다. 주위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원을 구한 결과 터키 출신 유학생 언니가 뜻을 함께 해 주었다. 꽤나 파격적인 도전이라 설렘이 앞썼으나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국인은 보건증을 발급받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이다. 식당에서 근로하는 것이기에 위생을 위해 보건증이 반드시 요구됐다. 터키 출신 유학생 언니는 아쉽게도 봉사를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미숙함으로 하차해야 했던 외국인 유학생 언니를 보며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이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봉사자와 함께 일하는 이사가 되면서 세 학기 연속 봉사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보통 학기 초에는 끝없는 수강 정정과 각종 활동 일정 조정으로 자원봉사자 인원이 계속 변화하곤 한다. 그러나 9월 말에 발생한 공석을 채우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목요일 점심시간이라는 바쁜 시간대를 봉사자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월부터는 그가 직접 공석을 채우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곧바로 뛰어들었다.


바쁜일정으로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즐겁고 뿌듯했다.  이사로서 십시일밥이 내세웠던 수평적인 구조를 직접 실천할 기회가 늘어난 덕분에 더욱 보람찼고 의미가 배가됐다. 한 번은 봉사활동 중간 점검과 같은 갈무리 시간을 통해 봉사자들이 식권을 확인하고 식권 지원 대상자 학우들에게 편지를 작성하게 됐다. 그러던 중 식당에 대한 불만사항 피드백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학생식당 매니저에게 다소 부정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되서 쉽게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하지만 이사에게는 봉사자들을 보호하고 대표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매니저와 사전에 약속을 잡고 얼굴을 마주한 채 면담을 진행했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개선사항을 전달했다. 매니저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준 덕분에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이후에 매주 봉사를 가도 얼굴 붉히거나 어색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운영진을 꾸리다 : 저지르는 어른 되기


2020년 겨울, 운영진의 이름으로 함께 할 학우들을 선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례에 없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했다. 마스크 값이 치솟아서 한 장에 4천 원으로 형성되었고 저소득층이 마스크 착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기사가 속속 보도됐다. 우리 학교 십시일밥 차원에서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려고 모금 사업을 진행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고 학교 친구들에게 물었다.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지지했다. 함께 일을 시작한 운영진 친구들에게도 마스크 펀딩을 제안했다.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가수요 조사를 마친 끝에 승산이 낮지 않은 펀딩이라고 판단했다. 2020년 2월 25일 저녁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소규모로 진행했다.


처음 진행한 일이라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목표금액은 30만 원으로 적게 설정했다. 막상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나니 상당한 인원이 유입됐고 시작한 지 약 네 시간 만에 원래 목표했던 금액의 2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게다가 우리학교 졸업생이 마스크 공급에 힘써보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일주일을 헤맨 끝에 총 240장의 마스크가 확보됐고 10명 내외로 목표했던 지원 대상자 수를 20명으로 늘렸다. 마스크는 2020년 3월 11일 화요일, 운영진 학우들과 함께 포장 작업 한후 선정된 전원에게 전달됐다.


내가 생각하는 ‘학생성공’이란?


그는 학생성공이란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이루는 자아실현이라고 말한다. 대학생은 성인이지만 학생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양립하는 존재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성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친다. 이런 과도기를 거치면서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자기 스스로를 이끌어나가는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지는 기회를 맞이한다면 그것이 바로 ‘나만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대학생활 전반을 함께 했던 십시일밥.


십시일밥으로 정립된 그의 가치관은 ‘나눔의 패러다임’이다. 십시일밥을 통해서 나눔의 개념이 상호적이고 주고받는 과정에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눔의 가치는 나이, 직업 그 어떤 특성을 불문하고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할 때 비로소 가장 발휘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설명 : 왼쪽은 십시일밥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른쪽은 마스크 펀딩으로 확보한 마스크 포장 한 것 ]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0 우리들의 성공수다’ 책에 실린 학생성공스토리 공모전 수기집에 실린 글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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