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Success Story

빈틈 속에서 발견한 세상

김동은(건축학과 15)

김동은 학우는 대학교 입학 전까지 건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앉아서 외우는 공부만 했다. 고3이 되서 대학의 학과를 선택할 때 손재주도 좀 있는 것 같고 단순히 건축모형을 만드는 것이 재밌겠다 싶어 별 고민 없이 건축학과를 선택했다.


신입생시절은 반쪽짜리 건축학도였다. 건축에 원대한 꿈을 품고 온 동기들과 달리 단순히 재밌어 보여서 건축학과를 선택한 터라 건축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았다. 겉보기에 설계를 공부하는 건축학과지만 실질적으로 건축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랐던 학생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학생활의 절반 정도를 지나니 건축학도가 된 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건축학과를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을 공부하며 얻은 세 가지 성장


건축학과에 입학하고 한 달 동안 느낀 것은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기들과 선배들이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랭크 게리 등 유명한 건축가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아는 게 없어 알아듣는 척 가만히 있었다. 전공수업을 들을 때도 살면서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내용들 투성이었다. 심지어 건축학과의 꽃이라 불리는 설계 스튜디오 수업에서는 과제에 정해진 답이 없으니 스스로 답을 탐구해야 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주어진 공부만 했었는데 처음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직접 찾아 나서야 했다.


그가 대학생활에서 겪은 첫 번째 성장은 ‘사고의 확장’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여러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유명 건축물들을 답사하러 나섰다. 처음에는 특정 건축물이 유명하다 해서 답사했지만 왜 좋은 건축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다른 건물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이 정도로 생각했다. 건축은 실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저 최대한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건축물의 디테일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건축가의 의도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로 이룬 성장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2016년 선유도 공원에서 열린 UAUS 대학생건축과 연합 전시회에 참여했다. 재활용품을 주재료로 전시회 주제인 ‘재생: 버려지지 않는 건축’에 걸맞는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을 만들어 전시하는 행사였다. 전시회의 목표는 참가자들이 건축의 재생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의 팀은 파빌리온의 주제로 ‘선유도의 순환’을 선정하여 선유도 공원의 과거 모습인 선유봉의 재생을 나타내고 싶었다. 물의 순환 이미지를 나타내는 파이프를 중심으로 정수장의 기억을 담고 있는 맥주 박스 등 버려진 용품을 활용하여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전시물이었던 파빌리온을 일회적으로 소모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재료를 다시 일상생활 속 편의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까지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자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더불어 선유도 공원에 방문한 시민들에게 파빌리온이 설치된 전시 공간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대중에게도 건축 분야의 재생과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건축을 공부하며 얻은 마지막 성장은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다. 2학년 건축 설계 스튜디오 수업 당시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례를 조사해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노인·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당시 그는 계단과 경사로가 합쳐져 장애와 비장애를 아우르는 디자인을 좋은 예로 발췌했다. 최고의 예시라고 생각하고 발표했으나 그것은 실제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음을 알게 됐다.


건축은 실제 사람이 머물고 생활하는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사용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이는 실패나 다름 없다. 따라서 매 설계과정마다 건물 이용자의 특성과 동선은 물론, 장소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건축가가 아닌 실제 건축물을 사용하는 입장이 되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공간을 바라보려고 했다. 인간이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느끼고 이해하는지 더 알고 싶어졌고,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는 심리학 복수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율전의 테두리를 넘어 발견한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


2017년 1학기 심리학을 복수전공 하게 됐다. 복수전공을 선택할 때 목표했던 바대로 인지심리학, 지각심리학 등을 수강하면서 인간의 인지프로세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지적 요소가 공간이 주는 느낌을 좌우하고 사람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다소 뻔한 내용도 심리학의 연구실험논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집단심리학, 임상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 수업들을 수강하며 개별 인간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었다.


복수전공을 하며 느꼈던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원전공인 건축학과와 심리학과의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는 것이었다. 신입생 시절부터 학과 단위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건축학과와 다르게 심리학과는 1학년 계열제를 거친 후 2학년 때 전공진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1학년 때 소속되어있던 LC나 동아리에는 소속감을 느끼지만, 학과 자체에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동체 분위기가 필요하지만, 개인플레이가 주를 이루었고 학과에 관련된 정보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2017년 심리학과 학생회 ‘심청’이 이러한 점을 타개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기존 명륜캠퍼스가 아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심청에 가입했다.


처음 맡은 행사는 전공캠프였다. 전공캠프란 계열제에서 막 전공에 진입하는 전공새내기들에게 처음 학과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였다. 우리는 전공에 갓 진입하여 서로 어색해하는 새내기들을 위해 재미있고 다양한 레크레이션 및 활동들을 기획했다. 건축학과의 경험들을 토대로 심리학과에는 없던 다양한 종류의 레크레이션을 기획했다. 이외에도 심리학과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다. 심리학과 자체 소모임을 개설하기도 하고, 심리학과 소풍 행사, 과방 오픈데이 등 예년과 다른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심리학과를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율전캠퍼스와 분위기가 다른 명륜캠퍼스에서 심리학과는 물론 동아리나 행사 등을 통해 다양한 학과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가 비교적 뜸한 율전캠퍼스와는 달리, 명륜캠퍼스에서는 정문에서 올라오는 길부터 곳곳에 관련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동아리나 다른 학과에서도 학생들이 사회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토론하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이런 캠퍼스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도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성균글로벌 창조적챌린저’에도 도전했다. 주제는 화장실. 기존의 화장실은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해 공중화장실을 문화, 휴식공간으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 심리, 경제학과 학생들과 협업하여 기존 공중화장실의 안전·위생·인권·문화·기능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새로운 화장실 설계를 통한 인식변화와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진행했다.


그의 팀은 직접 설계안과 모형을 제작하고 사회학, 젠더학, 건축학 교수의 의견을 수집, 수렴했다. 그래서 다방면의 전문 지식을 통합하여 하나의 프로젝트로 귀결시켰다. 그 결과 남녀노소, 장애인·비장애인, 성소수자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화장실을 디자인했다. 개방된 공간에 위치해 범죄율을 낮추려했고 두 개의 문으로 구성해 공중화장실에서 나가는 사람과 들어가는 사람이 대면해서 민망한 일이 없도록 했다. 이처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민감한 사회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진행했다. 쟁쟁한 후보들 속에서 아쉽게 최종면접단계에 그치긴 했지만, 이때의 경험은 인간 심리에 기인한 사회문제를 본 전공인 건축과 연결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4분의 3쪽 건축학도


건축학과에 입학하기 전, 그에게는 대학 진학의 간절함이 없었다. 그러나 건축을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의 디테일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동적인 학생에서 여러 활동들을 경험하며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 그는 지금 4분의 3쪽 건축학도라고 말한다. 수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하는 과정 중에 있다.


그가 말하는 학생성공은 다음과 같다. “미완의 상태인 학생이 자신과 공동체를 돌아보고 부족함을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 빈틈을 채워나가기 위해 실천해나가는 지금의 과정, 그 자체” 라고.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0 우리들의 성공수다’ 책에 실린 학생성공스토리 공모전 수기집에 실린 글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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