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Success Story

나를 나누며 나를 채우다

김민지(글로벌경영학과 18)

김민지 학우는 많은 가르침을 준 캄보디아에서의 봉사활동 1년을 담았다.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낸 1년은 그에게 평생 값지게 간직할 순간들이다.

12년 전에 쏘아올린 작은 공

10살 때 필리핀에서 한 달간 거주한 적이 있다. 하루는 같이 지내던 친척들과 식사를 하러 갔는데 또래쯤 되 보이는 아이들이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약 10년 뒤인 2018년 여름방학 때는 라오스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때도 어린 아이가 다가와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충격을 받았다. 10년간 자신과 수많은 사람들이 보낸 물품들, 참여한 행사들, 모금한 기부금들은 소용이 없던 것일까? 나라가 바뀌어서, 다시 말해 필리핀과 라오스는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새로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왜 여전히 돌아다니며 돈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이런 일들이 ‘어떤 나라’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이 일을 전혀 당연하지 않게 생각했고 그동안의 금전적, 물품 후원 등 간접적인 도움이 아닌, 그들의 생활에 들어가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홀트아동복지회 캄보디아 파견 김민지 단원

라오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즉시 해외 봉사활동을 알아보았다. 돈과 관련된 가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몇 날 며칠 공고들을 하나씩 보다가 홀트아동복지회 모집공고에 ‘캄보디아 파견 회계 업무 1명, 아동 결연 업무 1명 모집’ 문구를 보았다. 아동 결연 업무로 지원하고 싶었지만 전공과 관련지어 지원했다. 아직 전공에 미숙해 지원하는게 망설여져 전화로 문의 했다. 어려운 업무가 아니라는 말에 서류작성하고 서류전형, 면접, 건강검진, 합숙훈련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최종합격했다. 그리고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한 해 동안 월드프렌즈코리아 KCOC 홀트아동복지회 캄보디아 파견 단원 김민지로 활동했다.

영어 교육 업무를 맡아주세요

캄보디아에 도착해서 업무 관련하여 들은 첫 마디는 ‘회계 업무가 아니라 영어 교육 업무를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였다. 출국 전에 회계 업무를 하게 되면 아이들을 마주칠 기회는 많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어 교육을 맡게 되어 아이들을 매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행복했다. ‘영어 노래 수업 해야지’, ‘당장 내일은 무슨 수업을 할까?’ 밤새 수업 준비를 하느라 잠도 못 잤다. 그렇게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출근한 첫 날, 아이들과 영어로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주일 정도 대화 할 때 언어를 번역해 주는 과정이 반복되니 번역해 주는 선생님에게 미안했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없으니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내 수업을 내 힘으로 이끌어가고 싶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그래서 캄보디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언어 공부를 하다 보니 한 달 만에 번역해 주는 현지 선생님 없이도 수업이 가능해 졌다.

캄보디아 홀트 드림 센터, 트라피앙 안찬 마을

캄보디아에서 근무한 마을은 ‘트라피앙 안찬’이다. 철거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데, 마을의 규모가 꽤 크다. 규모에 비해 학교 수는 적고 아이들 수는 많아서 아이들은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서 학교에 가며, 분기별로 반이 바뀐다. 영어 교육을 실시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마을에서도 빈부격차가 있어서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영어 교육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일을 하거나 도박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마을 곳곳에 노름판이 많다.) 센터는 모집 정원이 정해져 있어서 공부할 의지가 없는 학생보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을 뽑았다. 센터가 교육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관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선생으로서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아이들과 1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어떤 교육이 참된 교육일까? 늘 고민했다. 밤마다 잠을 잊고 수업 준비를 했다. 어떤 날은 영어 노래 하나를 수업하기 위해 안무를 만드느라 밤을 새기도 했다. 춤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아이들이랑 재밌게 수업하려고 밤까지 새다니 ‘나 참 아이들 많이 아끼고 수업에 열정적이구나.’라고 느꼈다.

나를 나누다 -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울게’

그의 수업의 목적은 늘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 센터에 오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이 들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예체능 수업을 진행했고 칭찬 스티커를 통해 선물도 주었다. 그럼에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었다.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부모나 공부를 할 수 없는 아이 처지를 알면서도  ‘모두’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내 든 생각이, 이것은 1년 만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자신은 봉사단원이고 외국인이어서 오래도록 유지된 마을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꿀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을의 구조적 변화와 전반적인 아동 관련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마을 구조 변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우선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고 아동 관련 부모 교육은 바로 실행 가능한 일이어서 즉시 실행했다. 또한 1년 안에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이 어떤 일에도 센터를 그만두고 싶지 않도록 더 재밌고 좋은 수업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채우다 - 너희는 나의 선생님

아이들과 1년간 함께 하며 아이들의 생활에 녹아들었고 매일매일 소통하며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많이 배웠다.
아이들을 혼내는 일도 있었는데 거짓말을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정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다른 사람에게 혼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서였다. 자신이 속상한 일을 당할 때는 아이들이 위로해 주기도 했다. 그럴때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마음이 꽉 찬 기분이 들었다. 정말 마음이 꽉 채워졌다는 말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사랑을 느끼는 날들이 많았다.

나누는 마음에 대해서도 배웠다. 아이들은 센터에서 나오는 점심을 자신 보다 어려운 처지의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양보도 했다.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른만큼 알고 있고 감정까지 조절할 줄 알았다. “어려서 모를 거야.”라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었다. 아이들과의 관계는 서로 스승이자 학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학생성공’이란?

그는 “학생성공은 어떠한 조건과 환경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에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추며, 더불어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사사로운 일들에서도 배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학생성공이다.” 라고 말을 맺었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0 우리들의 성공수다’ 책에 실린 학생성공스토리 공모전 수기집에 실린 글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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