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목욕의 신’을 통해서 돌아보는 현대인들의 ‘타인 의식’과 ‘열정’

웹툰 ‘목욕의 신’을 통해서 돌아보는 현대인들의 ‘타인 의식’과 ‘열정’

  • 317호
  • 기사입력 2015.02.11
  • 편집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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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목욕의 신’은 전문대학을 갓 졸업한 23살 청년이 목욕탕에서 일하게 되면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른 대중문화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잘생기고 예쁘장한 배우들을 등장시키고, 최신 유행어를 구사하고, 유머러스한 문구를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지 여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인들은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가슴속에 그 뜨거운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만화는 이런 현실의 모습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때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서 잘 풀어낸다. 주인공은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때밀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 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 때문에 때밀이를 매우 수치스러운 직업으로 여기고, 같은 동료들도 하찮게 여긴다. 어디 가서 자신의 직업을 때밀이라고 절대로 밝히지 않고, 빨리 더 좋은 직장을 구해서 목욕탕에서 뛰쳐나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목욕탕에 정이 들기 시작한다.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발견하면서 다른 사람의 때를 미는 데에 열정을 가지게 되고, 때밀이를 하나의 진지한 직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정이 싹트는 와중에 주인공은 좋은 회사로부터 합격 소식을 받게 된다. 주인공은 ‘때밀이’와 ‘조건 좋은 회사원’ 사이에서 고민을 하지만, 부모님, 친구들, 대학 선배들 등 주위사람들을 의식하여 결국 정든 목욕탕을 떠난다.

여기까지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 대다수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대변하는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해서 정작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사례는 매우 많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입시할 때,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따라서 원서를 넣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 레벨에 더 초점을 두어서 원서를 넣는다.

대학교 전공진입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취업에 좀 더 용이한 경상계열 쪽 학과에 진입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직업은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기보다는 안정적이고, 돈을 잘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선호한다.

작가는 주인공이 목욕탕 대신 회사를 택하게 함으로써 우리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만화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나름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목욕탕에서의 추억들을 항상 그리워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때를 정성스럽게 밀었을 때,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했음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창밖으로 우연히 고층 건물을 맨손으로 등반하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주인공은 큰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추억이 담긴 목욕탕을 향해서 무작정 달려 나간다.

주인공이 본 사람은 프랑스의 유명한 최고층 건물 등반가인 ‘알랭 로베르’의 모습이다. 이 유명한 등반가는 자신을 향해 미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더러 미쳤다고? 꿈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말로 미친 사람이다.’라고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컷은 알랭 로베르의 명언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도 이 만화의 마지막 장면은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주는 따끔한 충고일 것이다. 타인의 눈치 때문에 열정마저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녹아들어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목욕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