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을 만나다<br> 안동 도산서원

퇴계 이황을 만나다
안동 도산서원

  • 329호
  • 기사입력 2015.08.13
  • 편집 김혜린 기자
  • 조회수 5596

글 : 김은홍 유학동양학과(14)

2015년 4월 12일, 고요하던 한적한 경상북도 안동 도산 서원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그것은 바로 퇴계이황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러 4시간에 거쳐 온 서울 대학생들의 기대에 부푼 말소리였다. 이 학생들은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학생들로 <유교의 수양과 자기실현>이라는 과목의 일부 활동으로 안동에 다녀왔다. 이 수업은 유학동양학과 전공 예약생들과 전공 진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성화 과목으로 최일범 교수님의 지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타 과목과는 다르게 시작점에 서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그 수업 내용 또한 특별하다.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교수님과 만나 사서삼경 중 고전의 입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을 암기하고 토의한다. 또한 선비로써의 수양에 대해 배우기 위해 서원과 같은 곳에서 청명하고 한적한 곳에서 합숙을 하기도 한다. 이번 합숙은 지난번 가평에 이어 두 번째로 한 것으로 안동에 위치한 도산서원 선비문화 수련원으로 떠나기로 했다. 학기 중 합숙이라 일정은 1박 2일로 다소 촉박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가보는 안동, 그것도 조선의 위대한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선생님이 공부하시던 곳이기에 마냥 설레기만 했다.

아침 8시에 버스에 몸을 맡긴지 4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정오 무렵이 되었다. 버스는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아름다운 호수와 울창한 나무 사이로 그 자체로 위엄 있는 도산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산서원에 방문하기 이전 우선 도산서원 선비문화 수련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선생님들께서 인자하신 웃음으로 반겨주시며 갈아입을 개량한복을 주셨다. 입소교식을 거치고 바로 일정을 시작했다. 간략하게 일정소개를 하자면 이러하다. 우선 입교식을 거치며 수련원의 역사와 원장 인사 등을 통해 수련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을 한다. 그 다음으로 도산서원을 직접탐방하며 도산서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실제로 체험해본다. 다음은 퇴계종손과의 대화시간이 있다. 퇴계 16대 종손이신 이근필 선생님과 직접 대화를 하고 선비란 무엇인가대해 곰곰이 돌아볼 시간이다. 끝으로는 알묘례와 같은 도산서원의례체험을 해본다. 퇴계이황선생님을 기리며 나 자신도 되돌아 볼 수 있다.

체험내용을 적기에 앞서 이번 특성화 프로그램 장소로 퇴계이황선생의 안동도산서원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배경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황선생의 업적은 무엇이며, 안동도산서원은 과연 무엇일까? 퇴계 이황선생은 천원권 지폐에도 등장하는 우리에겐 친숙한 위인이다. 퇴계이황은 '동방의 주자' 라고 불리울 만큼 고려 말에 유입된 성리학의 토착화에 큰 획을 긋는 인물이었다. 또한 당대 사회에서 주도층으로 자라던 사림세력의 활동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했으며 많은 이들이 그를 따르며 스승으로 추대했다. 이황은 제자들의 배움을 위해 서원의 기초를 마련하였고 손수 교과서를 제작하기도 하며 학문에 대한 진실한 열정을 보여 주었다. 또한 79번의 벼슬권유를 마다하며 권력과 명예에 얽매이지 않는 검소한 선비의 청백리 정신을 실현했다. 더불어 인성 면에서도 늘 유학의 ‘경’의 태도를 실천하며 진정한 성인의 삶을 실천하려했다.

이러한 위대한 퇴계이황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1574년(선조 7년)에 지어진 서원이 바로 안동 도산서원이다. 퇴계선생이 몸소 거처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도산서당과 퇴계선생 사후 그를 추존하기 위해 건립한 사당 및 서원으로 구성된다. 민가(民家)처럼 간결하고 검소하게 지어진 서원 건물들은 퇴계의 품격과 학문을 공부하는 선비의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뜻 깊은 의미가 있는 안동에 방문하여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선비로써의 품격을 배우는 것이 이번 수업의 주된 목적이었다.

1박 2일간의 수련내용은 한 순간도 놓치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들이였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는 알묘례 체험과 종손과의 대화 , 그리고 활인심방 체험이였다. 알묘례는 선비수련원에 입교해서 한 첫 번째 체험이였다. 알묘례란 종묘나 사당에 배알하는 예(禮)이며 도산서원에 실제 들어가서 직접 향을 피우고 배알을 했다. 특히나 나는 직접 향을 피울 수 있는 영광도 가졌었는데 뭔가 이황선생님을 직접 만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며 경건하고 신성한 마음가짐도 가지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이황선생의 16대 종손이신 이근필 선생과의 대화시간 이였다. 이근필 선생은 고령의 나이로 이야기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청기와 마이크를 사용하여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또한 한명 한명마다 손수쓰신 붓글씨를 선물하시고 우리가 떠날 때 직접 문밖까지 나오셔서 개별 모두에게 악수와 인사를 건네셨다. 그의 선비로서의 검소한 태도와 마음가짐 또한 사람을 대하는 정성을 체험해 볼 수 있었기에 굉장히 느낀점이 많았다. 끝으로는 이황선생의 건강법인 활인심방체험이다. 활인심방이란 (活 살릴활 人 사람인 心 근본심 方 술법방) 즉 活人(목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병 없이 건강한 육체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心方(으뜸 건강법)이라는 뜻이다. 강당에서 모여서 신성한 몸과 마음을 다지며 1시간 가량 체험해 보았다. 호흡법과 명상법 몸의 움직임 등 다양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 있었으며 운동이 끝나고 나니 정신과 신체 모두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밖에도 체험관 방문, 묘소방문, 영상시청 후 토의 및 발표 등 많은 일정을 수행했다. 1박 2일 이라는 일정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질 만큼 수업내용도 재미있고 알찼으며 안동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정취와 자연환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서울에서 숨 돌릴 틈 없는 바쁜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연을 느끼고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선비로써의 태도를 딱딱한 책이나 가르침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배우니 직접 몸에 체화됨을 경험했다. 체험을 통한 배움의 실현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며 유학동양학과 학생으로써의 소양 또한 함양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