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현재뿐

중요한 것은 현재뿐

  • 345호
  • 기사입력 2016.04.13
  • 편집 송예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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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민경 서울대 사회계열(15)

3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이 글을 지금쯤 치열하게 흔들리고 있을 수험생 여러분에게 바친다.

나는 재수를 했다. 재수생 15만 명 시대에 이러한 이력은 그리 특이할 것도 없다. 오히려 평범하다 할 만하다. 그러나 학원에 가지 않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다고 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서울대학교 내에서도 독학재수로 입학한 사람은 손에 꼽을만하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재수를 하던 시절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해 몇 가지 조언을 받았을 뿐 실질적으로 옆에서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글이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여기서 독학재수 성공 비결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수험생 여러분 스스로가 여러분에게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하루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일주일에 며칠을 공부했는지, 과목별로 어떤 교재를 사용했는지, 어떤 공부법을 활용했는지 아는 것은 여러분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하며 결국 스스로에게 맞는 학습 양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수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싶다. 나는 다만 수험 생활, 특히 혼자 공부를 하면서 흔히 겪는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에 관하여 몇 가지 말들을 일러두고자 한다.

내가 겪었던 부정적인 감정들 가운데 가장 버티기 힘들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혐오’다.

우선 수험생활은 두려움 그 자체다.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조금만 나열해 보아도 이 말의 뜻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이 내려갈 것 같아 두렵다. 남들보다 뒤쳐진 것 같아 두렵다. 내 공부법이 잘못된 것 같아 두렵다. 문제가 예년보다 어렵게 나올 것 같아 두렵다. 문제가 예년보다 쉽게 나올 것 같아 두렵다. 자칫 실수할 것 같아 두렵다. 내가 공부하지 않은 내용이 출제될 것 같아 두렵다. 내가 잘 하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

도대체 두렵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앞에서 나열한 두려움의 원인의 공통분모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두려움이 아무리 허상이라 해도 그렇다. 그러나 이처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면, 우리는 두려움을 잠시 뒤로 감추어두고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것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 결과적으로 우리의 두려움을 줄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수험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될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실패와 좌절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이 안개처럼 밀려오면 그에 맞서기 보다는 순응하려 한다. 어려움에 맞서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보다 이성적인 힘이다.

우리는 오히려 실패에 천착하고 좌절에 사무친다. 공부가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기 싫은 것에 대하여 온갖 이유를 붙이기 시작한다. 이 소모적인 감정의 넋두리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 맥락에서 우리가 다시 계획의 실천에 있어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놓고 우리는 공부하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며, 공부하지 않는 자신을 혐오하고, 공부하지 않았기에 더 불확실해진 미래를 두려워하게 된다. 자기혐오는 곧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사로잡힐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수험 생활의 처음과 끝 모두를 간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아주 무서운 악순환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것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역시 단 하나, ‘현재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다른 대책이나 현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실패와 좌절을 겪었을 때 드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현재, 즉 현재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느라 부정적인 감정을 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혐오하고 나무라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현재에 살면서 한없이 미래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러나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며 미래를 걱정하거나 두려워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체 없는 두려움에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실체 있는 준비를 통해 미래를 착실하게 설계해 나가는 것. 이것이 어떠한 목표를 이루려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적합한 행동이 아닐까.

수험생 여러분이 힘들거나 지칠 때, 그래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되새겼으면 좋겠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현재 뿐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