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은 제주 두 달 스테이

꿈만 같은 제주 두 달 스테이

  • 359호
  • 기사입력 2016.11.09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3844

글 : 윤명지 (통계 13)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시점에서 지난 7,8월 동안 다녀왔던 제주를 생각하니 정말로 갔다 온 것이 맞는지 꿈만 같다. 특별하게 제주를 가기 전과 다녀온 후에 현재 나의 일상과 나 스스로에게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갔다 왔든 갔다 오지 않았든 간에 어차피 그대로 흘러갈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은 앞으로의 나에게 소중한 추억과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두 달 동안 제주에서 뭐했냐고 묻는다면, 다들 한번쯤 버킷리스트에 있을만한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일하면서 여행하기’를 이루고 돌아왔다는 것. 물론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있다는 것은 단지 여행을 좋아하는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나는 한 번쯤 ‘이런 생활도 하고 싶다~’라고 꿈꿔왔던 것 같다. 하지만 단지 ‘그저 언젠가 한 번쯤은~’하고 생각만 했었지 적극적으로 이 버킷리스트를 이루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대학교 4학년을 맞이하기 전 2016년 1학기에 (한 학기 휴학했었다.) 막막하기도 하고 겁이 나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고 무언가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여러분의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한국갭이어의 문을 두드리세요!’라는 모토를 가진 한국 갭이어 홈페이지(http://www.koreagapyear.com/)를 알게 되었고, ‘제주 갭이어 스테이’란 프로젝트를 본 순간 무심코 지르게 되었다.

이제껏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이리저리 생각만 하던 내가, 그저 맨날 꿈만 꾸던 내가 무엇에 홀렸는지 보자마자 바로 신청하게 되었고, 합격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기까지 단 이틀 만에 진행했다. 제주도로 내려가는 것이 확실해지자 그제서야 ‘내가 정말 두 달 동안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취업을 위해 무언가 준비해야 하는데 두 달을 그냥 낭비하게 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냐며 온전히 나만을 위한 두 달이라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처음 제주에 내려가고 나서는 막상 제주에 왔다는 설레는 느낌보다는 두 달 동안 지내야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적응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져야 하고, 어찌됐든 마냥 노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일도 해야 했으니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어서 어색하고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점차 게스트하우스도 익숙해지고 일도 손에 익으니 그제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비로소 제주에 온 것이 실감났다. 게스트하우스 일은 다른 스텝과 교대로 했다. 오전에는 객실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분리수거, 손님 체크인 하기 정도로 하루에 4시간 쯤 일하면 됐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일이 크게 어렵지는 않으나, 직접 일 해보면서 이전부터 꿈꿔왔던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산산조각 났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손님 입장과 일하는 스텝의 입장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오전 일을 할 때면 얼른 끝내고 놀러 나갈 생각에 일찍부터 일어나서 일을 부랴부랴 끝냈고, 오후 일을 할 때면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들어왔다. 그저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도 함께 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 더욱더 열심히 돌아다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체력이 짱짱했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매일매일 부지런히 나갔다. 아! 두 달 동안 숙소 밖을 안 나간 적은 한라산 정상을 찍고 내려온 다음날이 유일하다.

제주에 있는 동안 머릿속에 든 생각은 ‘내일 뭐하지?’ 였다. 다들 제주 오면 한번쯤 꼭 들른다는 유명한 관광지들도 가보고, 제주 현지인마냥 시장 구경도 하고 시내도 돌아다녔다. 차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이기도 하고, 또 하루 중에 몇 시간은 일을 해야 해서 하루에 여러 곳을 다니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한 여행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 바닷가에 앉아 붉게 지는 석양을 보려고 바람을 쐬며 계속 앉아 있기도 하고, 아예 날을 잡고 비자림, 사려니숲길, 한라산 등을 걷기도 하고, 또 걸어가다가 천지연폭포가 마주보이는 시원한 정자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 배타고 줄낚시도 해보고, 바닷가에서 반나절 보말도 캐고, 해변축제에 참가해서 맨 손으로 광어도 잡아보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트레킹 축제도 참가하고 패러글라이딩도 하며 정말 지루할 틈 없이 보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기에 그 곳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이 곳 저 곳 구경하고 걸어 다니면서 얻은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 정보들 덕분에 더욱더 풍성한 두 달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제주에 제대로 꽂히게 한 것은 바로 ‘페스티벌’ 이다. 물론 푸르른 바다와 숲, 맛있는 음식도 제주만의 매력이었지만, 제주에 페스티벌이 어찌나 많이 열리던지. 내가 갔었던 페스티벌로만 나열해보자면 해변에서 열리는 스테핑스톤 락 페스티벌, 제주도립미술관 7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휘성 콘서트, 일주일가량 열렸던 제주 국제 관악제, 길거리에서 DJ 공연을 한 탐라문화제, 관현악 연주가 펼쳐졌던 린덴바움페스티벌, 매주 금요일마다 열렸던 삼다콘서트, 공연장의 사람들이 기차놀이를 하며 놀았던 한 여름 밤의 예술축제,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공연을 펼친 외국인 페스티벌 등 다양하고 각각 특색이 있는 공연들이 넘쳐났다. 워후!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료였으니 더욱더 재미있게 즐겼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공연들이 많은데도 며칠씩만 놀러오는 관광객들은 잘 모르고 막상 제주 현지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으니 공연장에 사람이 너무 꽉 차지 않고 여유로워서 좋았다. 이런 점이 바로 여행자와 현지인 중간 지점에 있는 매력이었다고나 할까~ 나중에는 축제만 찾아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쓰면서 지난 두 달을 돌아보니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올까 싶은, 정말 시간을 허투루 쓴 적이 한 번도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주에서 일어났던 일, 만났던 사람들 모두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경험을 원동력 삼아 다시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며 나만의 또 다른 꿈을 꾸고자 한다. 그 곳이 어디가 될 지,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번 제주에서의 두 달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무언가를 하고자 했을 때 바로 내지르는 용기를 낸다면 그 선택 이후에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1. 한라산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주에 왔으면 한라산 정상을 한 번은 찍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한라산 정상을 올라갈 수 있는 성판악 코스를 걸었는데, 걸어가는 내내 정말 끝도 없는 돌길이었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까 어느 순간 마치 저 멀리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천국의 길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이제껏 걸어온 수고를 한 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계속 걸어 정상을 올라 백록담을 바라보니 처음엔 구름이 껴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구름이 마법처럼 걷히면서 백록담과, 그 너머 도시, 또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가 한꺼번에 보이니 그 뿌듯함과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직접 올라가본 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로 직접 올라가보지 않고서는 그 때의 기분과 느낌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소중한 경험이었다.

2.송악산 둘레길 / 송악산 ~ 산방산 해안도로

송악산 둘레길이 예쁘다고 해 무작정 찾아갔다. 차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여서 시외버스를 타고 산방산 근처에서 내려 다시 환승하여 송악산까지 가야 했는데, 환승하기가 애매해서 무작정 송악산까지 걸어갔다. 다음 지도 기준으로 약 4.2km 되는 거리였다. 알고 보니 이 길 자체가 올레길이었다. 산방산에서 걸어가는 내내 펼쳐지는 해안도로의 풍경이 정말로 예뻐서 지치지도 않고 혼자 사진을 찍으면서 열심히 걸어갔다. 마치 우연히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송악산 입구에서 펼쳐지는 푸르른 들판 풍경도 정말 예술이었다.

3.성산일출봉

새벽 5시 30분에 뜬다는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성산일출봉을 비몽사몽 걸었다. 해가 뜨지 않아 어둡고 피곤했지만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힘든 줄도 모르고 성산일출봉 정상까지 올랐다. 나중에 내려올 때 보니 참 많이 올라가기도 했었다. 오히려 해가 떠있어서 길이 잘 보였다면 오르지 않고 그냥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 올라갔을 때 해무가 잔뜩 끼어 있어서 떠오르는 해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 풍경 또한 그 자체로 참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