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트사보웨스트 국립공원

케냐 트사보웨스트 국립공원

  • 387호
  • 기사입력 2018.01.09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750

[사진설명 : 암보셀리 공원에서 찍은 킬리만자로산]

글 : 김규현 (글로벌경제 16 )

세렌게티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다음 여행지는 트사보 웨스트 국립공원과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정하고 나이로비로 향했습니다. 세렌게티 국립공원과 트사보 웨스트 국립공원이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모두 남쪽 탄자니아 국경선에 있습니다. 케냐-탄자니아 국경선을 따라 이동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경선을 따라 나있는 도로가 없어 북쪽 나이로비에 들렀다가 다시 동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도로가 제대로 있다면 하는 아쉬움과 우리나라의 촘촘한 도로망이 생각났습니다. 문득 우리나라 도로망이 발달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들른 곳은 트사보 웨스트 국립공원입니다. 이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다시피 한 국립공원이었는데, 가장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트사보 웨스트 국립공원 내의 Salt Lick Lodge었습니다. 호텔의 이름이 Salt Lick Lodge인 이유는 호텔 옆에 소금물이 나오는 샘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 주변에는 별다른 샘이 없어서 동물들이 소금과 물을 마시러 이 호텔로 몰려든다 합니다. 소금(Salt)을 먹으러(Lick)와서 이름 지어졌다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호텔 침대에 편안히 누워서 샘물을 마시러 온 여러 동물들을 구경했습니다. 이제까지는 동물을 보려고 움직였지만, 여기서는 동물들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황량한 초원 위에 호텔이 덩그러이 놓여있는 풍경은 이색적이었습니다. 덩그러이 놓여있는 호텔은 한편으로는 외계행성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고, 한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잠재된 개척정신을 자극하는 듯했습니다. 상상이나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풍경이라고나 할까요. 이곳을 어떻게 호텔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과 끝없는 인간의 개척정신에 감탄했던 곳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이전 국립공원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던 코끼리들을 많이 봤습니다. 특히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코앞에서 코끼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호텔 앞에서 물을 먹는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의 코끼리를 코앞에서 보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물을 마시는 동물들 무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듯한 코끼리들 간의 서열싸움, 코로 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코끼리, 코끼리가 물을 마시러 오자 도망가는 다른 초식동물들 등 다른 국립공원에서는 못 봤던 여러 풍경을 봤습니다.


[사진설명 : 위 왼쪽 사진은 소금샘물을 마시는 동물들, 오른쪽은 트사보 웨스트 국립공원 대지
아래 왼쪽 사진은 멀리서 본 트사보 웨트스 호텔, 오른쪽은 가까이서 본 트사보 웨스트 호텔]

다음으로 향했던 곳은 암보셀리 국립공원입니다. 암보셀리 국립공원 내 호텔로 향하는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엄청난 대지의 사막이었습니다. 이전의 국립공원은 모두 푸른 빛 나무와 식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사막 그 자체였습니다. 길을 가면 갈수록 메마르고 황량한 대지만이 가득했습니다. 모든 것이 말랐고, 동물들은 목이 마른 듯 지쳐 보였고, 초록빛 식물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국립공원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초록빛 식물을 볼 수 있었지만, 공원 초입은 생명이 살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콜록거리게 만드는 모래만이 폭풍으로 대지를 뒤덮을 뿐이었습니다.

원래는 이곳이 푸른빛이 가득한 초원이라고 공원관리자가 말해주었습니다. 땅은 풀들로 덮여있었고, 동물들은 평화롭게 물과 풀을 먹으며 생태계를 구성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이 평화로운 생태계는 파괴되었습니다. 하늘은 비를 뿌려주지 않았고, 대지는 점점 메말라 갔습니다. 풀들은 말라 죽었고, 물웅덩이는 말라 없어졌으며, 동물들은 터전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풀 한 포기 없는 땅, 모래바람 가득한 하늘, 그리고 굶주림으로 배가 등에 붙을 것만 같은 배고픈 동물들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뉴스에서 종종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전해 듣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우리는 정말 알지 못합니다. 여름에는 에어컨과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는 전기난로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죽어나간다지만, 우리는 종종 무심하게 지나치곤 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인 것만 같으니까요. 여기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본 황량한 대지와 빼빼 마른 동물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했습니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이 여타 국립공원처럼 동물들을 보러 가는 곳이지만, 다른 곳보다 더욱 특별한 것은 킬리만자로 산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킬리만자로 산 전체가 보이는 곳은 이곳밖에 없습니다. 사진작가들이 킬리만자로 산을 찍으려면 킬리만자로가 있는 탄자니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묵었던 곳에서 이색적인 것은 숙소에 들어갈때 방 키와 함께 몽둥이를 하나씩 나눠주는 것입니다. 몽둥이를 왜 주냐고 물어보니 "원숭이가 자주 출몰해서 사람의 소지품을 털어간다. 원숭이가 위협하면 당황하지 말고 이 몽둥이로 원숭이를 쫓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원숭이를 쫓아내려 몽둥이를 하나씩 준다는 사실이 위험하다고 느끼면서도 아프리카는 이런 곳이구나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케냐 티를 한 잔 가져 와서 킬리만자로 산 위로 지는 해를 보며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사진설명 : 위의 사진은 킬리만자로산을 배경으로 찍은 코끼리와 표범
아래 왼쪽 사진은 암보셀리 호텔, 오른쪽은 황량한 암보셀리 공원에 있는 메마른 나무]

(뒷이야기) 암보셀리 국립공원 관광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에서 티켓을 받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심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를 통과시키지 않고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항공기 티켓을 스카이스케너에서 케냐-뭄바이-인천으로 끊었습니다. 인천-나이로비 직항이 없기 떄문이죠. 그것을 가지고 계속해서 의심 했습니다. 왜 뭄바이를 가냐고 말이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케냐에서 귀국하는 한국인들은 나이로비-뭄바이-인천 티켓을 끊는 것이 아니라 나이로비-두바이-인천 티켓을 끊나 봅니다. 그들은 1시간 넘게 우리를 억류(?) 하고 안으로 보내주었습니다. 테러 의심자를 잡아내는 것이 공항 심사국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여권을 위조한 것도 아니고 항공기 정보가 틀린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시간을 오래 끈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들었으면 좋았을 뻔 했지만 별 설명도 못듣고 공항의 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 언제나 여행을 떠나면 타지의 고통과 외로움을 겪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