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비즈니스

  • 397호
  • 기사입력 2018.06.16
  • 편집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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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주헌 (컴퓨터교육과 18)

기술의 발달로 기존 대형 미디어만 방송 할 수 있다는 통념이 해제되고, 1인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 콘텐츠를 생산하고 업로드하는 창작자는 그 채널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지만 가장 많이 통용되는 1인 창작자들의 명칭은 ‘크리에이터’다. 수많은 크리에이터 가운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창작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은 수많은 시청소비자들을 충성 고객으로 두게 되었다. 이런 영향력에 발맞추어 여러 미디어 플랫폼은 수익 모델을 제공하고 비즈니스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콘텐츠의 왜곡이 심화되었다. 수익 아이템에 집착하면서 선정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상업적으로 자극적인 소재와 내용에 집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이른바 ‘혐오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의 행태를 알아보자.

본격적인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1인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 와 ‘아프리카 TV’의 수익구조를 살펴보자. 전자는 유튜브 파트너쉽을 통한 광고 모델 적용이 주를 이룬다. 일정 조건(10만 번의 조회수, 등록한 영상 100개 이상, 구글 애드센스 계정 소유)을 충족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이 파트너쉽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정상적으로 처리된 후에는 영상들에 대해 광고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광고 종류마다 다르지만 조회수 당 1~6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후자는 시청자들의 유료 아이템을 통한 후원이 주를 이룬다. ‘별풍선’, ‘스티커’, ‘초콜릿’ 이라고 불리는 유료 아이템을 시청자들이 후원 하며, 크리에이터들은 이를 이용해 수수료를 제외하고 아이템당 70~90원의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방송의 품질을 향상 시키고 방송을 상단 노출 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다. 두 수익모델을 통해 결국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혐오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곳

“솔직히 남자가 키 작으면 저게 남자인가 싶고…… 6.25 전쟁 때 다리 잘린 애인가 싶고…” 지난 8월 유튜브에 올라온 크리에이터 갓건배의 키 작은 남자 혐오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다음날 그간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던 갓건배의 얼굴이라며 한 여성의 얼굴을 남성 크리에이터 신태일이 공개했고, 또 다른 크리에이터 김윤태는 주소 하나를 공개하며 ‘후원금이 모이면 지금 찾아가서 죽이겠다’ 라는 발언을 했다. 혐오 발언에서 시작해 목숨 위협으로 확대된 이 사건은 폭발적인 조회수 증가로 이어졌다.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3명의 크리에이터들의 조회수는 1000만 회를 넘으며 그 수익은 3000만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의 경계를 넘나든 이들의 행태가 이들의 주머니를 채운 것이다.

이처럼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혐오, 폭력 등의 콘텐츠는 ‘장사 잘 되는’ 아이템으로 치부되고 있다. 아프리카 TV의 BJ 철구는 혐오와 폭력, 엽기 방송으로 악명이 높다. 생방송에서 욕설, 혐오 발언 등을 일삼는 것은 물론, 밀가루나 간장을 뿌려 난장판 방송을 진행하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는 내용이 철구 방송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재미있다’, ‘사이다 같다’ 라는 반응의 후원이 이어지고 그의 생방송은 ‘행동을 자제하라’라는 경고 메시지 창만 닫으면 시청할 수 있다. 지난 4월 날짜로 본인은, 자신이 환전 수입은 3천 만원 이상의 금액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혐오비즈니스를 처벌하기 어려운 법적 형태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시청이 청소년들에게 일상이 되면서, 혐오 비즈니스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학급 금지어로 선정한 선생님의 대처가 화제가 되었다. 또한 수도권 중학교 교사는 “도를 넘는 혐오 발언과 살해 협박에 대해 학생들의 무덤덤한 반응에 당황했다.“ 라고 밝혔고, 한 중학생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성적 수위가 높은 영상을 게시하여, 광고수익을 얻는 것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 무감각해지며,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야하던 폭력적이던 상관이 없다는 가치관이 청소년들에게 심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혐오비즈니스를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들을 처벌하기 어려운 법적 구조로 되어 있다. 폭력, 비하적 발언은 ‘불법 정보’가 아닌 ‘유해 정보’로 분류된다. 따라서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 등의 조치를 직접하지 못하며, 콘텐츠를 관리하는 사업자에게 시정요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인과 플랫폼이 수익을 나눠가지는 만큼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자정 활동을 하거나 규제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혐오 방송의 규제와 더불어 영상 시장 구조 전체를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진응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미국 같은 경우 큰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들은 생활, 미용 등 건전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혐오, 폭력적인 방송이 수익을 낸다” 라고 지적했다. 결국 혐오 콘텐츠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혐오 비즈니스의 부작용을 확실히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조회를 회피하는 노력, 혐오 콘텐츠를 발견하면 신고하는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