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넷플릭스 가이드

  • 413호
  • 기사입력 2019.02.13
  • 편집 연윤서 기자
  • 조회수 4295

글 : 웹진독자 현지원

“방학인데 요즘 뭐하고 지내?”라는 질문에 필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요즘 넷플릭스 보면서 지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밤에 잠들기 전에 휴대폰을 들어 넷플릭스에 접속하는 일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넷플릭스의 매력에 빠져 수많은 넷플릭스 콘텐츠들과 함께 방학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비단 필자뿐 만이 아닐 것이다.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는 방대한 양과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을 앞세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지 2년 만에 유료 가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는 사실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매력적인 넷플릭스의 한가지 단점을 꼽자면, 바로 방대한 양의 콘텐츠에 비해 효율적인 검색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넷플릭스 유저들이 실제 콘텐츠를 보는 시간보다 무엇을 볼 지 고민하며 검색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장난 섞인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아직 넷플릭스의 매력에 빠지지 못한 이들을 위해, 그리고 넷플릭스를 이용하지만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넷플릭스 시청 가이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 브루클린 나인나인: 코믹함을 윈하는 당신에게


뉴욕 브루클린의 99번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이다. 20분에서 25분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시청하기 편리하다. 경찰서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크리미널 마인드’, ‘셜록’과 같은 진지한 수사물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브루클린 99’ 관할서의 경찰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지만 수사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해프닝과 인물들간의 관계성을 위주로 내용이 구성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절대 평범하지 않은 독보적인 개성과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진지한 드라마들에 지쳤다면,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추천한다. 어느 순간 킥킥대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에는 시즌 4까지 업로드 되어 있다.


☞ 빨간머리 앤: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조각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보았을 법한 루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을 각색해 드라마화 한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해 넷플릭스에서만 시청이 가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이다. 원작과 같이 고아 소녀인 앤이 커스버트 남매의 초록 지붕 집으로 입양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내지만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들을 그려내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듯 앤의 외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앤 역할 배우의 높은 싱크로율은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앤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기 충분하다. ‘빨간머리 앤’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영상미이다. 그린 게이블의 풍경을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 동화처럼 아름다운 영상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시절의 문화와 생활을 엿볼 수 있게 구현된 의상, 집, 소품 들도 ‘빨간머리 앤’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요즘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과 섬세함, 그리고 동화같이 아름다운 영상미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 블랙미러: 기술발전과 현대사회의 섬뜩한 자화상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속 나타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다룬 SF 장르의 영국 드라마이다.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 미디어와 기술 발달의 부작용이라는 주제 아래 드라마의 각 화가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SF 장르이지만 터무니없는 설정보다는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섬뜩한 미래 사회를 그려낸다. 한 시즌 안의 에피소드라 할지라도 연속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시즌 1부터 순서대로 시청하기 보다는 인터넷 상에서 추천되는 에피소드들을 우선적으로 시청하길 추천한다. 에피소드들이 충격적인 반전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꼭 ‘스포일러’를 주의해야 한다. 각 시즌별로 4~6개 정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즌 4까지 만나볼 수 있다.


☞ 그레이스 앤 프랭키: 사랑스럽고 유쾌한 그녀들의 이야기


주인공인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황혼의 나이에 각자의 남편들이 사실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후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그레이스와 프랭키가 한 별장에 살게 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다.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넷플릭스 인생 드라마’로 뽑을 정도로 매력적인 드라마이다. 노년층, 성 소수자, 여자 등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다. 주인공들이 맞이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신파나 청승 없이도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보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는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5까지 업로드 되어 있다.


긴긴 방학, 날씨는 아직 너무 춥기만 하고 이불 밖은 너무 위험하다. 집 안에 앉아 무료함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무료함 대신 짜릿함과 즐거움으로 당신을 가득 채워줄 드라마 한 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