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chool에서 비교과 활동 챙기기

  • 417호
  • 기사입력 2019.04.13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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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정(문헌정보학과 16)



"방학에 뭐했어?", "개강하면 뭐 할거야?"


우리는 하루 하루가 아깝고 이왕이면 더 잘 살고 싶은 대학생들이다. 늘어지게 잠을 자고 세상과 단절되어 쉬는 순간도 굉장히 소중하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 켠에 "아.. 이렇게 쉬어도 되나? 다른 사람들은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에 누구나 한 번쯤 괴로워했을 것이다. 이왕이면 조금 더 확실한 성취감과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곳, 우리 성균관 대학교에는 C-school이 있다. 대외활동에 처음 관심 가진 학우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왕이면 학교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 경험 쌓기에 더 좋으니까 말이다.


학교에 다니면 학과 공부하는 시간, 아르바이트, 대외활동까지 정신없었다. 게다가 조금 유명한 대외활동에는 너무 잘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고, 경쟁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으니 걱정이 산더미였다. 게다가 대외활동을 알아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였다. 학년은 높고 졸업은 가까워지니 일단 가까운 학교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떤 비교과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해서 찾아보니 말도 안되게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대부분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학사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것을 기반으로 창업이나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이끌어 갈 기회를 제공한다. 각자 잘하는 부분을 학우들에게 가르쳐 주는 성균 공부방, 외국에 탐방을 가는 Global Intensive Workshop, 해외융합프로젝트, 휴학생을 위한 Bridge year 등 우리는 교과 수업 외에 이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나는 지난 겨울방학에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 중 Global Intensive Workshop in Singapore 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주일 간 3D 프린팅 기술에 대해서 공부하고 직접 디자인까지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을 가야 하는 싱가포르에서 말이다. 사실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서 감히 지원해도 될까? 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배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어 지원하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 내 나이에는 이것저것 먹어보고 맛보고 도전하는게 중요하니까 공부도 해보자는 뜬금없는 용기를 가지고 말이다. 가서 보니 전혀 다른 전공을 가진 학우들과 만났다. 평소에 다른 캠퍼스와 교류 활동이 없던 터라 무척 신선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라고 신기해했다. 다른 학우들도 나를 그렇게 보지 않았을까. 전공에 상관없이 다 같이 난양공대에 가서 공부했다. 3일간의 속성 수업에서 난양 공대 교수님들께 직접 수업을 들었고 4일째에는 싱가폴에 있는 다른 산업디자인대학교에 방문했다. 마지막 날에는 싱가포르를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양공대에서의 수업]


한국에서, 성균관대학교에서, 내 전공에 묻혀 있던 터라 시야가 매우 좁았었다. 제조 기술, 공정에 관한 상식도 별로 없었다. 그런 상태로 3D printing에 대한 수업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마법인 줄 만 알았던 3D 프린팅 결과물. 당연히 불가능할 줄 알았다. 내가 모르고 지내던 시간 동안 세상은 빠르게 발전했다. 음식도 3D printing을 한단다. 심지어 도자기도. 3D 프린팅은 내가 딱 필요한 그것을 만들어 줄것 같았다. 3D 프린팅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디자인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CAD(computer-aided design)는 내 인생에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젠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있단다. 수업의 결과물은 절대 나 혼자 열심히 해서 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조 학우들이 서로 가르쳐 주고 도와줘서 가능했던 것이다.  처음 대화할 때는 의아한 점이 많았는데 대화 조금 했다고 그 사람들의 사고 논리를 약간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업 듣고 저녁에는 같이 팀플 회의를 해 각 조마다 컨셉카를 디자인했다.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Intensive 했다. 싱가포르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와서 율전 캠퍼스에서 직접 디자인한 것을 인쇄하고 우리 학교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길게는 한 달, 짧게 보면 약 10일의 일정이 그렇게 끝났다. 3D 프린팅, 어떻게 생각해도 내 인생과 관련 없을 줄만 알았다. 단순히 그 기술을 배우는 데만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환경에 가서 구경하고 배우는 것, 새로운 건축물을 보고 우리나라와는 너무 다른 싱가포르를 경험한 것. 운이 좋게 현지인 친구들을 소개받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싱가포르 문화나 짧게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우리 학우들이 조금 더 이런 프로그램을 잘 이용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 어리고 더 많고 다양한 것을 보고 새로움과 다른 것들에 잘 대처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배우고자 한 것을 다 못 배울 때도 있지만 전혀 계획하지 않은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이니까.



[싱가포르 방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