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자가 체어맨이 되는 나라, 미국

  • 429호
  • 기사입력 2019.10.11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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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은정 (문헌정보학과 16)



서양의 여러 국가들, 특히 미국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오래전부터 뜨거웠다. 노약자, 어린이, 여자, 애완동물 그리고 그 어떤 이들보다도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과연 그곳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는지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를 통해 탐방을 다녀왔다.


C-school,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절대 모르면 안되는 센터를 하나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말하겠다. 교과 수업에서는 다루기 힘든 주제들을 전공과 경력에 상관없이 연구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곳으로 열두달 학사일정에 상관없이 학생들의 열정에 귀 기울이는 곳이다.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있는 데 그중에서도 조금 더 학생 자율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면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를 놓치지 말자.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우들과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공동의 프로젝트 목표를 향해 국내탐방, 국외탐방, 사후연구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미 잘 풀어낸 사례, 아직 성공한 적 없는 스타트업의 선례 등 그 프로젝트 목표를 가지고 국외 탐방에 나서는데, 이 목표는 단순히 공적, 상업적 어떤 구분선에 그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6-7월에는 해당 분야의 국내 전문가에게 직접 컨택을 하고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피티하며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했다. 이후 8월에는 외국에 가서 이미 잘 해결하고 실질적 성공을 이뤄낸 전문가에게 한국 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맹점이나 우리 사회가 가진 한계를 해결할 인사이트를 여쭙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는 9월부터는 이 인사이트들을 바탕으로 사후연구에 박차를 가해 프로젝트의 마지막 액션플랜을 수행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다. 대부분 챌린저 목표들이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이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우리 학우들의 밑거름이 되어 다음 발자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아래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놀랬던 부분은 바로 계획도시로 인해 도시의 경사와 언덕을 그대로 둔 상태로 도로 건설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흔히 낙타등이라고 불릴 정도로 60도를 넘는 가파른 경사를 보여준다. 서울의 경사와 비교했을 때도 꽤 높은 경사가 충격적이었다. 그 경사는 고민거리가 아닌 것처럼 도시 곳곳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편히 돌아다녔다. 버스나 트램을 타고 내리도록 정류장 곳곳에는 휠체어용 플랫폼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들이 대중교통 이외의 교통수단이 필요하면 샌프란시스코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택시 공급량으로 예약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예약을 한 후에도 몇시간이나 대기해야하는 상황이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장애인 택시는 달랐다.


[사진: 샌프란시스코의 장애인 콜택시. 시설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휠체어를 타는 손님이나 그 외의 장애를 가진 시민들이 전화나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면 최대 15분 이내에 손님 픽업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지방정부 자체적으로 택시 기사에게 장애인 서비스 제공의 경우 건당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택시 기사들의 서비스 공급을 격려하고 승객에게는 현금으로 보조금을 준다. 전체적으로 경제적, 정책적 대비가 잘 이루어진 선진국 그 자체였고 더 나아가 시내 교통 인프라 자체가 잘 구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건물의 입구에는 휠체어 탑승자를 위해 도어락, 벨, 출입문 버튼, 우편함 등의 위치가 조정되어 있었다. 건물을 설계할 때 애초에 모든 건물 이용자는 휠체어를 타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까지도 고려하여 계획한 것이다. 장애는 더 이상 그들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거나 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하고 건물이나 시설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만난 휠체어 탑승자들은 결코 도움을 받아야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고 싶은 루트를 그들 스스로 정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간다. 낙타등 처럼 경사진 곳에서도 거침없었다.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맥도날드에서는 귀가 안들리는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교통국에서는 손을 움직이기 어려운 공무원이 우리를 맞아줬다. 세상을 편히 돌아다닐 수 있는 그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원하는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같은 시민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경쟁을 하며 말이다. 그들이 편안한 얼굴로 시내를 돌아다니고 일정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우리 서울,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실상은 어떤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있는 장애인 시설들.]


올해 초부터 혜화 지하철역사 내에는 교통약자를 위해 배려하고 자리를 비워주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시민들에게는 서울의 복잡한 보도를 보면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것 자체가 챌린지일 것이다. 이렇게 인식부터 하나씩 변해간다면 장기간으로 볼 때 더 많은 교통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지 생각해 보았다. 더욱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장애인 택시의 공급 확대 또는 일반 택시의 디자인 변경으로 휠체어 승객에게까지 서비스 공급이지 않을까? 대중교통뿐 아니라 노선이 놓이지 않은 곳까지 이동해야하는 상황에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또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어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