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그 노래, 2010년대 대중문화의 재조명

  • 457호
  • 기사입력 2020.12.14
  • 편집 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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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천예원 학우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계기로 시작된 ‘레트로’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인기리에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tvN)’은 90년대 회상 장면과 2020년대 현대 플롯을 적절하게 섞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우리 부모님 세대(1960~1970년생, X세대)에게 익숙한 90년대, 00년대 대중가요들을 OST로 리메이크 했다는 점이 큰 인기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위의 경우와 같이 X세대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던 노스탤지어가, 이제는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010년대 인기를 끌었던 문화들이 갑작스럽게 재조명을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기현상(奇現象)의 배경과 원인들을 파헤쳐 보자.


- ‘유튜브 알고리즘이 절 여기로 이끌었습니다’ : 2010년대 아이돌 재조명의 배경

  유튜브(YouTube) 앱을 켜기는 쉬워도 끄기가 어려운 이유는 대개 유튜브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추천 동영상(다음 동영상) 기능 때문이다. 유튜브는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통해서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동영상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런 ‘유튜브 알고리즘’은 2010년대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를 재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추천된 2010년대 아이돌들의 음악방송 무대는 유튜브 주 시청층인 Z세대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고, 이는 자연스레 2010년대 초 아이돌 음악의 재부흥으로 이어졌다.


  당시에만 가능했던 도전적인 가사들과 신선한 안무들은, 2010년대 아이돌들의 재부흥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장기적인 유행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2010년 데뷔한 아이돌 ‘제국의 아이들(ZE:A)’는 데뷔곡 ‘Mazeltov’에서 ‘Latin girl, Maxican girl, Korean girl, Japan girl, 두근대는 심장이 멈추질 않어…와 같이 대뜸 다양한 국적의 여자들을 나열하면서 노래를 시작한다. 심지어 ‘Maxican’은 공식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펠링이 틀린 채로 표기되어 있다(Mexican 이 올바른 표현). 다른 나라들은 국가 형용사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만 ‘Japanese girl’이 아닌 ‘Japan girl’로 표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출처) 지니(Genie), 제국의아이들[ZE:A] ‘Navavity’


- 그땐 학생이었지만, 이젠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 경제력을 갖추게 된 Z세대들

  2000~2010년대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했던 사람들은 2020년 성인이 되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문화 콘텐츠에 큰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2010년대를 추억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상품들을 활발히 개발하는 중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잡지 ‘와와일공구(wawa109)’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와와일공구’는 10대 청소년을 겨냥한 잡지로, 당시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최신 유행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였다. 독자는 잡지사에 사연을 기고할 수도 있었으며, 잡지 부록에 수록된 귀여운 편선지를 이용해 간단한 종이공예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특징이었다. ‘와와일공구’는 아날로그 잡지 소비의 감소로 자연스럽게 폐간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와와일공구’를 구독했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었고, 추억 속 ‘와와일공구’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구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벤트성으로 열린 ‘와와일공구 한정판’ 펀딩은 총 189,813,000원(759%)을 달성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였고, 이는 2010년대 문화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출처) 텀블벅(Tumblbug), <그때 그시절, 와와일공구가 돌아왔습니다>

 

  2010년대 청소년 인기 게임 ‘퍼피레드’도 위와 비슷한 절차를 밟아 재부흥을 준비 중이다. 모바일 게임의 사용 증가로 2016년 서버를 종료하게 된 아바타 육성 커뮤니티 게임 ‘퍼피레드’는 2019년 진행한 펀딩에서 목표금액을 웃도는 금액을 달성하며 모바일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개발되고 있는 게임의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2010년대를 추억하는 소비자들은 당시의 문화를 그저 추억할 뿐만 아니라 이를 되살리기 위해 금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적극성은 다른 과거 문화들의 재부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크라우디(Crowdy), <돌아온 추억의 게임, 퍼피레드 모바일>

 

- 팍팍한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노스탤지어

Z세대들이 20대가 되고 점차 사회에 진출함에 따라 10대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2010년대 문화 재부흥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X세대가 IMF이전의 8090년대 황금기를 그리워했듯이, 오늘날 20대들은(Z세대) 힘든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 그들만의 황금기였던 10대 시절을 추억하는 것이다.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웃음까지 주는 ‘그 시절’문화는 우리의 노스탤지어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지금 우리가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콘텐츠가 아무리 세련되어 보일지라도,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지에 관한 색다른 상상도 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