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약하며 떠난 부산 여행

  • 474호
  • 기사입력 2021.08.27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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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기성(국어국문학과 20)


‘코로나 학번’. 지금까지의 내 대학생활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이다. 학교를 다니며 좋은 동기들을 만나고 나름 많은 추억을 쌓았다고 자부하지만, 상상하던 대학 생활을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다. 여러 수험생활 동안 대학교에서의 삶에 대해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대학생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는 있었다. 그중 가장 기대한 것은 MT나 여행처럼 친한 친구들끼리 다 같이 모여서 어디론가 놀러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에는 꼭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마침 고등학교 친구 중 가장 친한 친구와 일정이 맞아 여행을 계획했다. 내 친구는 이번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이 입대 전 서로와의 마지막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둘은 본격적인 여행을 계획하기 위해 종강 이후 일정을 맞춰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 여행을 가기까지


우리는 각자 기말고사가 끝난 뒤 오랜만에 만나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이야기한 사안은 역시 목적지였다. 더운 여름, 우리는 바다를 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강원도와 여수, 부산을 두고 고민하다가 부산을 고르게 됐다. 부산을 고른 이유는 바다 이외에도 볼 게 가장 많고, 먹을 게 많아서였다. 나와 친구 모두 식성이 좋아서 부산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여행은 2박 3일로 정했고, 교통편은 비행기와 ktx를 고민하다가 비행기로 결정했다. Ktx가 더 저렴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비행기가 가격이 더 낮았기 때문이다. 부산에 도착해서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친구가 면허가 있었지만 굳이 차를 빌려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택시가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목적지, 여행 일자, 교통편을 정한 다음, 우리는 숙소를 정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 어플을 사용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호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 우리는 교통편과 가격을 고려해서 서면역 근처 오피스텔의 방 하나를 예약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에어비앤비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 돈이 바로 이체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돈이 빠져나가면 문자가 온다. 나의 경우는 4일 정도 더 걸렸는데,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 2박 3일 동안 방문한 곳


- 전포동 카페거리

첫째 날 우리는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숙소 체크인 시 먼저 도착해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서면에 자리한 전포동 카페거리였다. 다양한 분위기의 카페들과 식당들이 있는 곳이다. 거리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해 사진 찍기에도 좋다. 연인들끼리 여행을 온다면 한 번쯤 들르면 좋을 것 같다.



- 광안리 해수욕장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광안리 해수욕장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광안리 해수욕장을 방문한다면, 특히 여름에 방문하게 된다면 저녁에 이 곳을 찾기를 추천한다. 먼저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때문에 더위를 씻어 낼 수 있다. 밤이 되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보이는 광안대교에 불이 들어오고 폭죽도 터져서 야경이 아주 장관이었다. 주변에 횟집을 비롯한 식당도 많아 야경을 즐기면서 식사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 감천 문화마을

둘째 날 방문한 감천 문화마을은 알록달록한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여러 벽화와 조형물들이 있어 풍경사진도, 인물사진도 찍기 좋은 곳이다. 특히 고도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여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택들 사이에 있는 카페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왜 이곳의 별명이 ‘한국의 산토리니’인지 알 수 있다.



♠ 여행을 마치며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모든 여행 중 이번 여행을 준비한 기간이 가장 짧았다. 친구의 군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하루 만에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숙소와 교통편까지 예약했다. 급하게 준비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여행을 통해 친구와의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다르게 여행의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체크인 시간을 헷갈려서 한 시간 동안 숙소 1층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도, 감천 문화마을에서 해운대로 가는 택시를 놓쳐서 30분 동안 돌아다닐 때도 모두 즐겁고 재밌는 기억으로 남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해서 힘들고 지친 순간들도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행복했던 순간들은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했던 보낸 친구와 마지막으로 같은 기억을 공유한 시간이 됐다. 여행에서 돌아오며, 우리는 둘 다 전역을 하는 날이 오면 다시 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든 같이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둘 다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간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만나기 힘든 상황을 알기에 코로나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부산 여행을 통해 마지막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짧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동안 변하지 않은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공유할 추억을 남기며 다음을 기약하게 해줬다. 현재를 공유하면서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 여행은 지금껏 경험한 어떤 여행보다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