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레거시커미티 성균관대지부 :
한국 노인빈곤 문제를 위한 봉사단체

  • 495호
  • 기사입력 2022.07.27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632

Korea Legacy Committee(이하 KLC)는 한국 노인빈곤 문제를 위한 봉사단체로 2016년 설립되어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KLC의 17개 지부 중 하나인 성균관대 지부는 2022년 현재 14명의 지부원들이 모여 노인빈곤과 세대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합니다.


KLC 성균관대 지부는 지금까지 명륜당 노트북, 아이패드 파우치 펀딩 (가치가자 프로젝트)와 교내 동아리인 ‘성미회’와 ‘시선’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명륜당 담요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펀딩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tumblbug.com/u/korealegacyskku/created)


2022년 여름, ‘Legacy Project’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청년세대와 중장노년층 간의 소통의 벽을 허물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총 여섯 개의 질문지를 10대, 50대, 80대 각각 두 명에게 전달하고 그에 대한 각 세대의 답변을 얻어 그들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성균웹진에는 3명의 인터뷰가 실리고 나머지 3명은 다음 학기에 발간될 성균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  인터뷰이 3명의 기사를 소개하겠습니다. 


- 10대 (최*성) : KLC 성균관대 기획팀장의 과외 학생으로 다가오는 수능을 준비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고3입니다.  본 프로젝트의 취지를 말하니 힘들게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10대의 끝자락에 서있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고민들과 생각들을 담아보았습니다.


- 50대 (박*주) :  KLC 성균관대 기획팀원의 부모님으로 딸이 하는 동아리 프로젝트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가고 두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생각들과 삶의 지혜들이 이 20대 친구들이 하는 고민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80대 (김*선) : KLC 성균관대 지부가 정기 봉사를 하는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소속 할머니로 본 프로젝트의 취지를 말씀드리니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복지관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며 자신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걸 읽은 독자 님들의 마음 속에도 그들이 존재하게 될까요? 확실한 건 인터뷰어의 마음 속에는 존재하게 되었답니다.


 KLC 성균관대 지부가 선정한 6개의 질문들에 대하여 10대, 50대, 80대는 각각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1. 진로를 선택할 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 최*성(19세, 과*외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실패하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은 더 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얻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사실 둘 다 좋은 것 같아요. 잘하는 것을 진로로 하고,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는다면 싫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까지 일로 하면 일 중독이 올 수도 있고, 좋아하는 것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박*주(50세, 주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점차 잘하는 사람이 되어 가기 때문이죠. 대신에 초반에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우울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초반의 어려움을 얼마나 잘 버텨내는지가 관건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일을 즐기면서 잘하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을 거예요.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당장 보이는 것으로 직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니 앞으로 펼쳐나갈 자신의 인생 전체를 생각하면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 김*선 (80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좋아하는 것.

어떤 일이든 한 번은 실수할 때가 있는데, 잘하는 건 실수했을 때 회복이 어려워. 그동안 자신 있던 부분에 금이 간 거니까. 반면에 좋아하는 일은 좋아한다는 거 자체가 선택의 이유였기 때문에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 그 힘은 자기 자신에게 있고.


2. 주변에 비해 자신만 뒤쳐지는 것 같을 때 그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 최*성(19세, 과*외고)

항상 그렇다고 느껴요. 많은 면에서… 운동, 공부 같은 것.

일단 뒤쳐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불안의 늪에서 얼른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사소한 것이라도 성취감을 느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운동을 하면 그런 우울함 같은 감정이 사라지게 돼요.


- 박*주(50세, 주부)

세상사람들 모두가 자신과 같은 결승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버리고 각자 원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죠. 우리가 누군가보다 어떠한 측면에서 잘난 면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듯이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각자의 목표를 각자의 속도로 이루어나가면 됩니다.


- 김*선 (80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기준을 자기한테 두는 게 중요해. 남들보다 모든 일을 빨리, 잘 해내는 건 불가능하잖아. 그리고 아까 질문에서도 대답했듯, 내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걸 하다 보면 뒤처지더라도 그걸 극복할 힘이 생기더라고.


3.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도전을 해야 할까요?


- 최*성(19세, 과*외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예를 들면, 학생은 공부, 가장은 돈 벌어오기와 같은 역할이 있는데, 굳이 사회에 이름을 남기지 않더라도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전을 안 하더라도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맡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박*주(50세, 주부)

도전정신은 매우 중요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는 도전정신이 없다면 위대한 결과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죠. 근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가 이루기 어렵다고 해서 포기 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은 중요하죠.


- 김*선 (80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꼭 도전했으면 좋겠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고 도전해서 옆 사람에게까지 나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가짐은 젊을 때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그렇다면 할머님의 도전 경험은 무엇인가요?

나는 현재 카페 운영자야. 1980년대 동네 동사무소에서 돈 만 원 내고 단기성으로 커피를 처음 배웠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냥 취미로 몇 번 배우고 끝났는데, 나는 그걸 계기로 커피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까지 왔지.

거창한 건 아니지만 또 다른 경험으로는 동영상 편집이 있어. 손녀딸한테 물어봐서 배웠지. 사진을 이어붙여 동영상도 만들고, 음악도 넣고. 얼마 전에 카페 관련 간담회에서 찍은 사진으로 동영상 만들었는데 한번 봐봐. (동영상 보여주심)


4.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겠는 건 무엇인가요?


-최*성(19세, 과*외고)

온라인 미디어, 유튜브가 너무 문제에요. 중독을 넘었어요. 사람들이 시간을 사고 파는 기술을 만들었는데 그게 유튜브에요. 유튜브가 사람과 만나는 시간도 줄이고, 해야하는 일을 하는 시간도 줄이고, 뇌세포, 판단력 다 줄인다고 생각하는데, 몸에 안 좋은걸 알지만 끊기는 너무 어려워요. 자극이 장난 아니고, 몇 분짜리 영상에 정보가 너무 많아요. 색감, 음향 같은 것들이. 그래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극을 느끼기 힘들어지고, 그래서 뇌가 무뎌지는 것 같아요.

(하루에 몇시간 보는데? 하루에 네시간… 일주일에 29시간이요)


- 박*주(50세, 주부)

야식이요. 야식의 유혹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나 하루의 힐링,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 한번 야식을 먹는 습관이 계속되면 포만감이 있는 상태에서 잠이 드는 게 하루의 행복이라는 마음이 많이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슬픈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 김*선 (80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는데 아무래도 관절에 무리가 가더라고. 의사도 내 몸 상태에 좋지 않은 활동이니 그만하라고 그랬고. 그런데 내가 좋아해서 하는 거라서 그만두지를 못하겠어. 그만두는 것도 그렇고 사실 춤을 추는 그 당시에는 아픈 것도 모르게 되더라. 열정의 힘인 것 같아. 마음으로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래도 그 마음으로 많은 걸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믿고 살아왔어.


5.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어떤 모습인가요?


- 최*성(19세, 과*외고)

사랑하는 사람을 나와 동일시하는 것. 내가 싫어하면 그 사람도 싫어하고 내가 꾸중을 들으면 그 사람도 싫어하는 것처럼 같은 몸이라 생각하면 공감도 쉽게 할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기쁘면 나도 기쁘고, 그 사람이 실패해서 울면 나도 실패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상적인 사랑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 자식에게 주는 사랑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최고 형태는 부모님이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넘기기 때문에 아이는 사실 나 자신이라 부모가 주는 사랑은 조건없이 순수한 맹목적인 형태인 것 같아요.


- 박*주(50세, 주부)

엄청 싸우고 미워도 모든 것을 유일하게 용서할 수 있는 사람과 하는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으로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만드는 사람과 모든 것을 함께 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응원해주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한 존재로 있어 주고 서로의 행복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 행동하는 사람이 가족 외에 한 명이 더 있는 것이죠.


- 김*선 (80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이해와 배려인 것 같아. 배가 안 고파도 상대방이 배고프다고 하면 같이 맞춰서 먹을 수 있는 그런 마음 말이야. 그런 마음이라면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사랑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어떻게든 변하는데,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되었다면 그 변화들을 지혜로운 방향으로 흘려보낼 수 있더라고.

나는 남편이랑 세 번 보고 결혼했어. 요즘에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연애하고 결혼한다지만 우리 때는 그런 게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 내 주변보면 이런 결혼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렇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남편의 이해와 배려 덕인 거 같아.


6.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 최*성(19세, 과*외고)

처음에는 기억이 되지 않는게 제일 좋지 않나 생각했어요. 왜냐면 한 사람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그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거나, 도움을 줬다는 것인데, 피해를 끼치는 것이나 도와줄 일 둘 다 없는 것이 그 사람 인생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반 친구들에게도?

반 친구들이 나에 대해서 기억할 게 별로 없는게 나을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반말) 행동이나 성격이 인상적이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도 상관없어요.

그래도 기억을 한다면?

꼭 기억한다면 매사에 적극적이고 과거에 연연해 하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상적인 제 모습이에요.

부모님에게는?

부모님은 어떻게 기억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기억해도 납득이 갈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나에 대한 걸 더 잘 아실 것 같아요.


- 박*주(50세, 주부)

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에게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 가족들에게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변인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행복한 기운을 주면서 정이 많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아요.


- 김*선 (80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열정적이고 열심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내가 가는 곳곳마다 흔적을 남기고 싶고 그래. “할머니는 이것도 할 수 있네.”라는 말이 그렇게 좋더라고. 나는 1등으로 기억되는 건 별로 욕심이 없어. 다만 열심히 했다는 평가는 욕심이 나. 열심히 하다보면 상대방도 결국 나를 인정해 주더라고.


이번 Legacy project는 6가지 주제를 통해 10대, 50대, 80대의 각 세대가 지니고 있는 가치관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양했습니다. 삶의 방향성, 사회의 시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같은 보편적인 고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이 이전에 겪어온 경험,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두고 있는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대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기보다 각자의 삶의 형태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세대를 통해 사람들을 범주화합니다. 세대에 따라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을 선호하는 것과 선호하지 않는 것을 판단하고 각 세대에 따라 형성된 가치관이 서로 간의 장벽을 형성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본 인터뷰를 통해 어쩌면 세대 간의 장벽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허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차이를 세대를 통한 원인으로만 귀결시키기엔 인터뷰 내용 속 다양한 사람들의 답변이 모두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세대가 아닌 개인으로 바라 본다면 우리 사회의 고민인 세대 간의 소통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