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뭐 테크놀로지 문화 머시깽이

  • 427호
  • 기사입력 2019.09.16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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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민(컬처앤테크놀로지 18)


우리 엄마는 딸의 전공을 제목과 같이 정의한다. 아직도 우리 아빠는 내가 전공에서 뭘 배우는지 잘 모르신다. 글로벌이면 그거 좋은 거 아니냐. 내 전공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나면 되물으신다. 그래서 너 전공 이름이 뭐라고? “전공이 뭐예요?” 흔한 질문이지만 내게는 다소 긴 대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묻는 이들에게 구구절절한 사연은 거추장스럽다. 결국 나는 3초쯤 뜸 들이다 얼버무린다. “컬처앤테크놀로지라고 있는데...”

[편집자 주 : 이글은 글쓴이가 글로벌 융합학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비공식 홍보글이라는 부제하에 쓰신 것입니다]


사실 전공 만족도를 묻는다면 굉장히 높다. 작년 12월의 전공진입을 절대 후회하지 않으며 꽤 잘한 선택이라 믿는다. 그러나 “거기가 도대체 뭐하는 데 인데?”라는 질문은 가끔 서럽다. 교양 교수님도 모르고 초록창도 잘 모른다. 마치 나만 아는 맛집을 설명하는 기분이다.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공식홈페이지의 학부소개를 가져와보았다. <콘텐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융합><성균관대의 콘텐츠 프로그램이자 본교와 대학로를 아우르는 플랫폼 프로그램> 컬텍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 문구가 될 것이다. 거창하게 들리기도 추상적으로도 들리는 문장이다. 그러나 분명한 문장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우리 과를 (내 맘대로) 정리해서 ‘콘텐츠 설계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자유로운 교육 플랫폼’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과에 개설된 전공 수업들은 위의 슬로건에 충실한 과목들이다. 학생들에게는 영화, 미디어, 코딩,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학습하고 탐구할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이하 컬텍)의 강의에는 실습이 굉장히 많다. 실질적이고 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19년도 1학기에 개설된 강의 중 내가 수강했던 강의들을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위 사진은 <문화테크놀로지1> 수업 기말 과제물로 제출했던 우리학교 경영관과 명륜당이다. 코딩을 통해 건축을 하는 것도 새로웠지만 기반 플랫폼이 ‘마인크래프트’였다는 것은 특히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았다. 1학년 때 마냥 어렵고 막막했던 코딩에 보다 가볍게 접근하면서도 심화된 내용까지 학습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기말 과제에서 건축물을 자유롭게 만들면서 코딩으로 내 머릿속의 도면을 구현해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진입 전 가졌던 코딩에 대한 두려움을 한결 줄일 수 있었다. VR, AR 기술에 대한 흥미는 덤이다.


<방송콘텐츠기획>, <콘텐츠후반작업> 수업은 일산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방송 스튜디오로 활용되는 공간에서 뉴스, 홈쇼핑 등을 제작해보고, 음향과 편집 그리고 작곡 프로그램까지 배울 기회였다. 학교 축제와 수업을 연계해서 진행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함께였다. 그리고도 편집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재캠퍼스에서 편집 비교과 프로그램이 열렸다.


물론 실습 뿐만 아니라 <영상커뮤니케이션 입문>등의 강의와 같은 기초 이론 강의 또한 개설되었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프로듀스 101이나 다큐멘터리 88/18 등의 영상물을 분석해보며 익숙하게 접해왔던 영상물에서 관습과 규칙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웠다. 영화부터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에 이르는 다양한 영상의 범위를 학습할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정규 수업 밖의 더 많은 특강과 비교과 프로그램, 동아리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과 내의 유튜브 동아리에서 진행했던 삼척 로케이션 촬영에서의 기억이 남는다.


컬텍이 그래서 뭔데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오자.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확실성’이 아닐까. 1기라는 숫자는 가끔 두렵기도 했다. 전공 진입 당시에 과에 대한 정보라고는 달랑 영상 두 개 뿐이었으니. 컬처앤테크놀로지전공에 지원한 것은 내 인생에서도 꽤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그러나 걱정을 살짝 안고 간 컬텍이 내게 돌려준 것은 언제나 더 자유로운 상상력과 가능성이었다. 불확실성이 주는 짜릿한 기대감이 있지 않은가.


컬텍에는 더 기대되는 다음 학기가, 무궁무진한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