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야기로 창업에 도전하다

  • 411호
  • 기사입력 2019.01.12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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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효정 (신문방송학과 16)



인사동에 가본 적이 있는가. 서울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알려진 인사동. 나는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인사동 골목에 있는 평범한 필방에서 일했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외국인 손님들이 많았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념품’이었다. 그러나 필방을 가득 메운 건 뒷면에 ‘Made in China’가 큼직하게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잡동사니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먼지만 쌓여 가는 노리개와 복주머니들이었다. 그마저도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기에 외국인들은 이 물건이 어떤 용도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그저 크고 특이한 핸드폰 고리 정도로 비치지 않았을까.


휴학하고 난 뒤 짧은 기간의 아르바이트일 뿐이었지만 나는 그런 물건들을 한국의 기념품이라고 파는 것이 부끄러웠다. 적어도 먼지가 쌓여 빛이 바랜 노리개와 중국산 복주머니는 한국의 아름다움이 담긴 기념품이 아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보면 조금은 부끄러운 사업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여러 사업 지원 프로그램에 뛰어 들었다. 남들이 안 하면 나라도 해야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계획부터 실현까지


솔직히 말해서 이전까지 사업이라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막연하게 창업이라는 로망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을 뿐 진지하게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그렇기에 열정만 가득했던 초보자의 사업계획서는 여기저기서 퇴짜 맞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창업은 로망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같이 준비한 동기 친구와 함께 몇 번을 다시 생각하고 계획을 고치는 과정을 거듭하던 와중에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커뮤니티 랩’ 사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의 기회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조금씩 보완해나가면서 다른 사업들에도 합격해 전문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성균관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꽤 많은 창업 지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실제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와 멘토링 시스템을 활용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나와 내 팀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씩 명확해져갔고 사업의 윤곽이 틀을 잡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난감했던 초짜 사업계획서를 보완해주고 이끌어주던 많은 분들이 계셨고 덕분에 우리 팀은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상이어서 얼떨떨했지만 자신감을 얻어 더 열심히 달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 창업경진대회와 연계되어 진행된 것이 SACC(Sungkyun Art Culture Contents)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사업의 반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졌다. 1박 2일 간의 교육도 교육이었지만 우리에게 매칭된 멘토분이 정말 좋은 분이었다. 우리가 놓친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조언해주시고 어쩌면 우리보다 더 많이 고민해주셨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도 홍보 등에 대해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 ‘타래’


몇날 며칠의 고민과 밤샘과 발품 덕에 우리 팀의 브랜드 ‘타래’가 만들어졌다. ‘타래’라는 브랜드는 실타래에서 따온 이름이다.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의 색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알게 된 사실은 한국인들조차 한국의 매력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의 매력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전래동화부터 가벼운 사랑이야기, 깊게는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역사적인 사실까지. 한국 곳곳에는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마치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얽혀있다. 타래는 이 모든 이야기를 상품으로 전달하는 브랜드다. 디자인과 콘텐츠를 통해 흥미롭고 가볍게 이야기를 알리고자 한다.


물론 이야기를 순서 없이 무작정 전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타래는 큰 테마(장소)를 정한다. 타래의 시작을 함께할 테마는 ‘혜화’다. 혜화 내 창경궁, 성균관, 대학로, 낙산 등에 감긴 이야기를 찾고 이를 상품으로 전달한다. 혜화를 시작으로 서대문, 광화문 등의 테마를 진행하고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 각지를 테마로 잡아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 대표 이야기 사냥꾼.’ 타래의 또 다른 정의다. 장소와 지역마다 숨겨진 이야기들은 그 장소만의 특색과 매력이 될 것이고 그 매력들이 모여 한국의 찬란한 색을 구성하리라 생각한다.


첫 성과 ‘장원실록’


혜화 테마 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이야기는 성균관 내 두 나무에 얽힌 전설이었다. 가을마다 은행 냄새에 힘들어 하는 유생들을 위한 염원이 담긴 제사 이후 현재까지도 은행 열매를 맺지 않는 문묘의 은행나무 이야기. 세종의 꿈에 청룡과 함께 등장한 이후 장원급제의 꿈을 이뤄준 장원백의 전설. 이 두 이야기 속에는 각각의 가치가 있다. ‘응원’과 ‘합격.’ 타래는 이야기를 찾고 그 속에서 소비할만한 가치를 찾는다. 디자인과 스토리뿐만 아니라 상품으로서의 매력까지 고려하기 위함이다.


응원과 합격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이 누구일지 고민하고 타겟을 세분화했다. 결론적으로 이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선물하는’ 사람들로 나뉘게 됐다.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응원과 합격기원의 메시지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초기의 생각에서부터 끊임없는 고민 끝에 수험생, 고시생, 취준생 등 합격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선물용 공신 플래너, ‘장원실록’이 탄생했다.


-앞으로의 계획


장원실록 크라우드 펀딩이 끝난 이후에 장원실록의 추가적인 판매를 이어갈 수 있는 플랫폼 또는 채널을 찾으려고 한다. 혹은 성균관대학교와 연계해 판매할 방안도 알아보려고 한다. 다음 프로젝트는 대학로의 ‘흥사단’에 얽힌 이야기로, 조금은 더 진지한 실타래를 풀어내보려고 한다. 혜화 프로젝트가 끝나면 서대문 등으로 프로젝트를 옮겨 진행하고 다음으로는 전국의 이야기 실타래들을 찾아가며 지자체 등과 연계해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테마별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의 중심이 잡히면 온라인 사이트 개설, 오프라인 판매, 외국인들을 위한 상품 한정 판매 등의 다양한 방향을 고민 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누군가에겐 한 해의 마무리가 될 시점이고 누군가에게는 다가올 새로운 해의 준비를 시작할 시점이다. 모두가 어디로든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 요즘, 내 주변 소중한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원실록은 12월 31일까지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한다. 우리 곁의 소중한 누군가를 위한 뜻깊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https://tumblbug.com/taraek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