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목소리,
2022 고하노라

  • 502호
  • 기사입력 2022.10.30
  • 취재 김소연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8823

우리 대학만의 고유한 특징은 624년의 전통과 성균관 유생 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우리 대학 학생 단체 ‘청랑’은 ‘고하노라’를 주최하고 있다. 고하노라는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던 ‘유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개최하는 행사다. 지난 10월 9일 성균관대학교 문묘와 종로구 일대, 광화문 광장에서 고하노라가 개최되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270명의 학생들이 성균관 유생 전통 의상을 입고 행사에 함께했다. 성균관에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대의사’, 종로구 일대를 행진하며 광화문 광장까지 이동하는 ‘소행’, 공직자와 학생들이 소통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소반’과 ‘비답’ 순으로 진행되었다. 


고하노라는 청랑이 주최하는 상소공모전과 연계하여 진행된다. 이번 상소공모전의 주제는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적 부흥’이었으며 선발된 장원, 아원, 탐화는 유생들을 대표해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에게 상소문을 올리고, 이에 대한 답을 들었다. 이번 상소 공모전의 장원, 탐화로 선발된 정수인, 이예원 학우와 고하노라를 개최한 청랑의 '장의' 문정은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상소공모전 장원 정수인 학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2 상소공모전에서 장원으로 선발된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19 정수인입니다.

Q. 상소공모전에 참가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적부터 방언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지만 아이디어가 막연할 뿐 특별히 구체화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상소공모전의 주제인 전통문화 계승을 보게 되었고 방언을 국내만이 아닌 더 넓고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Q. 상소공모전에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셨나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 전통문화의 개념에서 어찌 보면 생소한 한글 문화, 방언 문화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외국인 및 한류 팬덤들과 교류하며 방언을 널리 퍼뜨리고 싶은 마음을 담은 기획을 제시했습니다. 각 방언을 보고, 듣고, 쓰면서 방언을 체험할 수 있는 VR방언체험관 '한글의 꽃, 방언'을 기획하며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쉽게 한글과 다양한 음률의 방언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고하노라, 상소공모전에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상소공모전에 참여했을 때는 제 아이디어를 창작하는 과정, 이를 면접(본선)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재고해보는 과정이 뜻깊었습니다. 반면 고하노라는 제가 낸 아이디어를 직접 공직자 앞에 서서 비답 의례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공모전 수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들에 대한 지지를 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조상님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을 더욱 빛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 더 뜻깊게 느껴졌습니다. 

졸업 전 고하노라에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참여를 넘어 소두로 맨 앞에서 이끌게 될 줄 몰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많은 단원들의 구호를 듣고 플래시몹을 함께 하며 성뽕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순간의 행사를 위해 지난 여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오신 단원들과 청랑 실무단 외 관련해 힘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준비한 행사에 주인공인 듯 무대에 오르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런 만큼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즐겁게 마무리했습니다. 무대 뒤에서 떨고 있는 저를 보면서 힘을 주셨던 우리 소두단 탐화 예원님, 아원 영주님, 그리고 저희를 이끌어주신 호진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런 뜻 깊은 고하노라 행사가 영원히 지속되어 한국 문화의 계승을 함께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 상소공모전 탐화 이예원 학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2년 고하노라 상소공모전에서 ‘한국인의 밥심(心) 한반도에서 세계를 향해’ 라는 주제로 탐화를 수상한 20학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예원입니다.

Q. 상소공모전에 참가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22년 개최된 상소공모전의 주제는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적 부흥을 위한 청년들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에 재학 중이라 한창 학교에서 OTT 서비스와 K-DRAMA, 미디어를 통한 한류 콘텐츠 확산 등에 대해 배울 때였는데 그러던 중 이번 상소공모전을 발견했습니다. 전공에 대해 배우면서 제 전공지식을 우리 고유의 전통을 알리는 데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미디어 분야에서 큰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류 열풍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자 이번 상소공모전에 지원했습니다. 이것이 일차적인 지원 동기이고 공모전에 참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고하노라 행사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한창 고하노라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 저 역시 이 행사에 너무 참가하고 싶었으나 개인 일정으로 지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상소공모전 수상자들 혜택 중 고하노라 행사 당일에 소두로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때 참가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Q. 이번 상소공모전에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셨나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상소공모전 주제 ‘한국인의 밥심(心) 한반도에서 세계를 향해’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저는 한국의 전통 음식에 초점을 두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OTT 사용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국의 K-POP, K-DRAMA 등 한류 컨텐츠는 굉장히 많이 알려지게 되었으나, 평소 저는 한류 컨텐츠에 비해 한국의 전통 음식은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질 만한 자랑스러운 전통 음식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를 어떻게 하면 세계에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해 상소문에서 다루었습니다. 

한국의 전통 음식이 세계에 알려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세 가지 문제점을 인식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세가지 문제점은 1. 한국 전통 음식 표기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 2. 전통 음식을 알릴 경로 및 기회의 부족 3. 전통 음식 홍보의 지속성 유지 문제입니다. 

여기에 각각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고안하여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한식 외국어 표기 신고 게시판 만들기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고유 전통 음식의 외국어 사용을 제한하는 표준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빠트린 단어들을 국민들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게끔 한식재단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에 신고 게시판을 만들어 국민 신고제를 실행하는 것을 첫 번째 해결 방안으로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K-FOOD 브랜딩입니다. 한국 현지 시장의 전통 음식, 다과, 주류 등이 외국인과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게끔 새로운 K-FOOD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정부/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한국전통음식 연구소와 한식 업종 소상공인과 협력하여 브랜딩하고, 이를 외국인들이 관광 기념품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들의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고유 음식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더욱 늘어남과 동시에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미디어 매체 적극 활용입니다. 오징어게임의 ‘달고나 챌린지’와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했던 것처럼, 이를 전통 음식에 응용하여 다양한 챌린지를 진행하며 유튜브, 쇼츠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는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애니메이션에 한국 정서를 담은 요소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를 통해 키리모찌(일본식 떡)가 알려지고,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를 통해 음식 라따뚜이가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떡볶이, 막걸리 등 한국적 요소가 애니메이션/만화에 등장하게끔 장려하는 것은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Q. 고하노라, 상소공모전에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번 고하노라 행사가 코로나 여파로 3년 만에 진행됐습니다. 코로나 이후 진행된 첫 고하노라인 만큼 그 기대감과 에너지가 굉장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코로나 학번이라 말로만 듣던 성균관대학교의 대표적인 행사 고하노라를 실제로 보고,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있어도 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과분하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성뽕”을 제대로 채워간 것 같아요. 올해는 상소공모전 수상자인 소두로 참석했지만, 내년에는 행진 유생으로 다시 참가하고 싶습니다. 자랑스러운 성균관 유생으로서 상소공모전과 고하노라, 아마 잊지 못할 추억으로 평생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청랑 장의 문정은 학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랑의 장의를 맡고 있는 21학번 경영학과 문정은입니다. 저는 장의로서 단체의 행사 일정 관리, 단원 정기 상담 및 브랜딩 유지 등 청랑 내부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 행사 참여 총괄, 학생처 선생님과의 소통 등 외부적인 업무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Q. ‘고하노라’는 어떤 행사인가요?

‘고하노라’는 임금과 성균관 유생의 소통 창구였던 유소 문화를 계승하여 음악과 토크쇼를 통해 청년과 공직자가 소통하는 유소문화축제입니다. 고하노라는 소행을 떠나기 전 유교 성현께 인사를 드리는 ‘대의사’, 본격적으로 임금께 상소를 전하러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소행’, 광화문광장에서 우리의 상소에 대해 공직자의 답을 듣는 ‘소반비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성균관대 학우들 중 고하노라를 아시는 분들은 색색의 단령을 입은 사진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흥겨운 플래시몹을 곁들인 ‘소행’ 단계에서 이와 같은 장면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고하노라는 청년의 아이디어(상소)를 곧바로 공직자께 전하고 답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큰 행사입니다.

Q. 고하노라를 진행하는 청랑은 어떤 단체인가요?

청랑은 학생처 산하 공식 학생단체로서, 성균관의 유생 문화를 바탕으로 성균관대학교를 대표하는 대학 문화를 창조하는 단체입니다. 2015년 창단 이래 저희 청랑은 유생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신방례, 고하노라, 황감제와 같은 여러 행사를 통해 성균인에게 자부심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고하노라,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3년 만에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모든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단연 고하노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춤과 노래겠죠? 3년 전에 있던 노래를 그대로 쓰는가 하면, 이번에는 새로운 노래와 춤을 무려 3곡이나 더 준비했습니다. 청랑 내에는 공연을 담당하는 공연소임이 있는데,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알려주기 위해 밤낮을 새며 열심히 준비해준 덕에 좋은 노래가 많이 탄생한 것 같아요(웃음). 공연소임이 광화문광장에서의 플래시몹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어떻게 하면 2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잘 돋보일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어요. 200여명이 행사 당일 가장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리마인드 교육, 총 리허설 등등을 통해 참가자들께 우리의 노래와 춤을 각인시키도록 노력했습니다.

Q. 고하노라 행사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고하노라를 준비했던 지난 5개월의 순간이 모두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행사 당일 비가 왔던 것입니다. 처음 비 예보를 마주하고 모두가 현실을 부정하며 비가 오지 않게 빌고 또 빌었지만… 하늘은 저희를 도와주지 않더라고요. 행사 당일 참가자 출석체크 할 때부터 비가 와서 청랑이들은 비상이 걸렸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급하게 준비했던 우비를 참가자들께 입히는데 속상해하는 참가자들 표정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어요. 저희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아쉬웠지만 예쁜 사진도 남기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리라 기대하신 참가자들도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고하노라 전 과정을 누구보다 사랑해주신 모든 분 덕에 소반, 비답까지 모든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고, 우천 고하노라도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3년만에 고하노라를 진행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5기 때 마지막으로 고하노라를 했었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8기 장의인 제가 모든 행사를 재개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모르는 것이 많아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았던 적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청랑을 도와주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 선임 기수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3년 만에 행사를 재개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지금 이 기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어떤 행사를 끝낸 것보다도 감회가 새로워요.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큰 행사를 제가 오롯이 감당하는 것이 부담이자 두려움이었는데 어느샌가 자신감으로 바뀌어있더라고요. 행사 준비를 하면서 한 명도 빠짐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함께해준 우리 청랑이들 덕분인 것 같아요. 3년 만에 진행한 행사라 미숙한 점이 많았을 텐데 늘 청랑을 믿어주신 행진유생, 실무단에도 감사드려요. 여러분이 주인공이었던 지난 3개월간 청랑은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이제 저는 진짜 고하노라를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행사의 기반을 다시 잡은 만큼 내년에는 더 나은, 멋진 고하노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 제공: 청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