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럼 '전망과 기회' : 한국, 그리고 태평양동맹

  • 405호
  • 기사입력 2018.10.07
  • 취재 이서희, 백승지 기자
  • 편집 연윤서 기자
  • 조회수 8640


  지난 5일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 600주년 기념관 첨단강의실에서 한국의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 국제포럼 ‘전망과 기회’가 개최됐다. ‘태평양동맹’이란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4개 회원국 간 자유무역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 강화 및 국가 간 협력관계 확대를 도모하는 연합이다. 현재 무역 자유화율 92%, 원스톱 비즈니스 창구 개설, 라틴 아메리카 자본 통합 시장 구축, 4개국 증권 거래소 가입 등의 특징을 자랑하며 상품, 서비스, 자본,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4대 분야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7월 멕시코 푸에르타 바야르타에서 개최된 2018 태평양동맹 정상회담을 통해 준회원국 가입 희망 의사를 밝혔다. 이번 포럼은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을 환영하고 태평양동맹이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포럼은 성균관대학교 정규상 총장(이하 정 총장)의 개회식, 외교부 윤순구 차관보의 축사, 4개국 대사 및 한국산업부 김기준 FTA교섭관의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정 총장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외교부와 각국의 대사들을 초청하여 포럼을 진행하게 된 것에 대해 “공공외교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진심으로 환영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포럼을 기회로 향후 중남미국가와의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성균관대학교가 진정한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대학이 한국과 태평양동맹의 지속적인 협력 확대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윤순구 차관보는 축사에 앞서 본 포럼의 진행을 도운 정 총장과 전비호 교수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며 “이번 포럼이 태평양동맹의 현재 주소를 확인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 전했다.




  

  이어 페루,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4개국의 대사와 한국산업부 김기준 FTA교섭관의 발표가 진행됐다. 페루의 Daúl Matute–Mejla(다울 마뚜떼 메히아) 대사의 태평양 동맹 소개와 태평양동맹의 지난 7년간의 성과에 대한 기조연설을 했다. 이후 칠레 Fernando Danus(페르난도 다누스) 대사는 태평양동맹의 목표인 4대분야 자유화를 통해 국제적 협력을 증대하여 유럽 연합과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태평양동맹의 대외관계에 대해 콜롬비아 Juan Pablo Rodríguez Barragán(후안 파블로 로드리게즈 바라간) 대사는 “현재 4개국가와 준회원국간의 협상이 진행중이며 한국과의 조속한 가입 협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8 태평양동맹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멕시코 Bruno Figueroa(브루노 피게로아) 대사는 “4개국 모두 새로운 정권을 맞아 동맹이 어느때보다 더 새로운 활력을 띄고 있으며 앞으로 더더욱 협력과 통합을 다질 것이다”는 전망을 밝혔다. 특히 브루노대사는 “이미 동맹국간 14,000여명의 학생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참여 또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국산업부 김기준 교섭관이 한국 대표로서 향후 한국의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추진 전략을 밝히는 것으로 본 포럼은 종료되었다.


  본 포럼에 대해 성균관대학교 전비호 교수(전 주멕시코대사)는 “이번 한국의 한-태평양 동맹 준회원 가입은 국내 기업의 북미와 라틴아메리카 무역투자진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 장치 마련에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평양동맹의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만큼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이 국내 및 국제적으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본 포럼의 성공을 계기로 태평양동맹과 한국의 협력 관계가 돈독해지길 바란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가전략대학원 전비호 교수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태평양 동맹 국제포럼이 우리 학교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그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지난 7월 태평양동맹 정상회의가 멕시코 푸에르타 바야르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태평양동맹은 7년전 칠레,콜롬비아, 멕시코, 페루4개국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한국, 중국, 일본 등 55개국이 옵서버국 입니다. 


태평양동맹은 금년 7월 정상회의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로 구성된 메르코술MERCOSUL과 제1차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며, 작년 7월 이래 진행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과 태평양동맹간 준회원국 가입협상을 점검,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태평양동맹은 태평양의 라틴아메리카 지역내 핵심 경제블록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입니다. 


금년도 태평양동맹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준회원국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태평양동맹 4개국은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신청을 환영했습니다. 캐나다 등과의 가입협상이 끝나면 한국이 금년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가입협상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이 준회원국에 가입하면 4개국과 수준 높은 FTA를 체결하게 되며,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국의 제1무역투자대상국인 멕시코와 실질적인 양자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멕시코는 FTA체결국에 한해 정부조달시장 참여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멕시코 정부조달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남미 핵심국가들과 FTA협정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북방정책, 남방정책에 이어 태평양정책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는 이러한 점을 포착하여 태평양동맹 4개국 페루,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대사관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지난 4개월간 협의를 거쳐 ‘한국의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 전망과 기회에 관한 국제포럼’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  이 행사가 우리학교에서 열리게 된 그 의미와 중요성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4개국 대사, 외교부 차관보와 중남미국장, 산업통상자원부 FTA교섭국장이 발제하고 130여명의 정부, 학계,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를 성균관대학이 개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사실 청와대나 총리실이 주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부의 2개 부처 고위공무원,  4개국 대사관 대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개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성균관대가 정부의 경제통상외교 및 공공외교의 아웃리치 차원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함으로써 정부와 공공외교를 함께 추진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 태평양동맹 국제포럼 주최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나 보람찼던 순간이 있나요?


(웃음)행사진행과 관련하여 4개국대사님들과 행사 디테일에 관해 조율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명전권대사는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각국 대사는 주재국에서 자국의 국격을 최대한 존중받도록 외교노력을 경주합니다. 이에 따라 치밀한 의전준비가 필요합니다. 국가에 대한 의전 순서는 국명의 알파벳순으로 하되, 대사 개인에 대한 의전은 부임일자 순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4개국중 페루가 2018-2019년 의장국이므로 의장국에 대한 의전을 하되, 국가별로는 알파벳순으로, 대사 개인별로는 부임일자순으로 의전을 해야 합니다. 발제 언어와 질의응답 사용 언어를 영어 또는 스페인어 중 어느 언어로 하자고 할지, 통역은 어떤 언어로 할지, 좌석배치는 매 단계마다 어떤 원칙에 따라 할 지 등에 대해 세심한 협의와 배려를 해야 했습니다.


행사 전날까지 발제 PPT를 수정 보완했으니 교체해달라, 다른 나라 발표자료를 미리 제공해 달라 하는 요청 등도 많았습니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했으며 저는 조용히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30여년간의 외교관, 대사 경험, 직전 주멕시코 특명전권대사를 역임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편 국정감사개시 직전인 시기에 외교부 차관보와 중남미국장, 산업통상자원부 FTA 교섭국장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을지 가슴 졸였습니다. 다행히 전원 참가하여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행사종료 후 외교부 차관보는 성균관대가 짜임새있는 국제컨퍼런스를 잘 조직하여 운영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산업통상자원부 FTA 교섭국장은 성균관대의 국제 포럼 참가를 통해 한국정부와 4개국 대사(관)의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준회원국 협상을 추진하는 데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대해 고맙다고 언급했습니다.


학교측에서 총장님, 부총장님, 국제처장님이외 국제처, 정보통신처, 총무처 실무직원들이 꼼꼼히 잘 챙겨준 데 대해 너무 고맙습니다. 특히 총장님께서 미래를 지향하는 메시지가 담긴 환영사를 해 준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이번 국제행사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행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자춘 국제처장께서 저한테 ‘지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일을 추진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성공리에 행사를 잘 마무리하면서 행사가 끝난 후의 느낀 점과 기분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행사직후 ‘휴 다행히 잘 마쳤다’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떠 오르는 말이 ‘다음에 이런 국제행사 하겠다고 쉽게 덤비지 말아야지’ 였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나서는 ‘내년에도 성균관대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하자고 학교당국측에 건의해야지, 음~~~관계기관으로부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지. 인사캠 뿐만 아니라 자과캠에서도 개최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싱가포르대학 또는 홍콩대학처럼 성균관대가 국제 컨퍼런스 개최의 아시아메카가 되도록 나름 기여해야겠다.’ 라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그렇습니다.


◈  마지막으로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씀 부탁 드립니다.


최근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의 2019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가 82위에 올랐습니다. 이는 대학의 교수님들과 학생 여러분, 재단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성대가 50위 안에 진입하기 위한 다음 과제는 성대의 국제화, 글로벌화 입니다.

30여년간의 외교관, 대사 경험을 하고 학교에 온 저에게 성균관대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간  교수님과 학생들이 세계 일류의 콘텐츠를 분야별로 잘 개발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세계 일류의 콘텐츠를 잘 세일즈 하고 수출하고, 국제교류 하는 것이 다음 과제입니다.

한편 국제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부터 저는 무한한 국제화 잠재력을 느꼈습니다. 다만 잠재력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야 합니다. 국제화, 글로벌화는 처음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 국제화, 글로벌화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세계 각국과 교류하는 글로벌 선도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외국 외교관들을 대학에 불러서 함께 문화, 학술행사도 해 보고 교류한다면 저절로 국제화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