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시험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다.
‘방방례’

  • 421호
  • 기사입력 2019.06.12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안소현 기자
  • 조회수 9007

지난 5월 20일, 우리 대학에서 조선시대 장원급제자 시상식 ‘방방’가 개최되었다.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600주년기념관 5층 조병두홀에서 외국인 4명을 포함한 총 33명의 장원급제자를 선발했다. 본래 방방례(放榜禮)는 조선시대 장원급제자가 임금에게 절하고 홍패(합격증)와 어사화를 하사받는 의식이다. 이번 행사는 방방례를 현대적으로 재현했으며 장원에게 홍패와 어사화를 수여하고 모든 급제자에게 상장을 비롯한 상금과 상품을 수여했다. 시상식 후에는 과거급제자가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채점관, 선배, 친족을 방문하는 ‘유가행렬’을 진행했다. <성균논어>를 수강한 2,000여명의 학생 모두 응시했으며 논어의 태백에 제시된 임중도원(任重道遠)의 의미를 바탕으로 대학생으로서의 책무와 실천 방안을 논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성균인성교육센터의 강보승 책임 연구원을 만나 ‘방방례’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보았다.



강보승 책임 연구원은 우리 대학 성균인성교육센터의 책임 연구원이자 <성균논어> 강의 담당 교수다. 그는 이번 방방례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유교적 가치와 인성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고 대답했다. 시상식도 중요하지만, <성균논어>를 수강한 약 2,000명의 학생들 전체가 인(仁)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했던 점이 더욱 의미 있다고 밝혔다.


“방방례의 시상식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2,000명의 학생들이 자기의 인성을 쌓고, 그렇게 함양한 인성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그에 대해서 답안을 작성했다는 점이 시상식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도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시험에 응시하여, 하나의 문제에도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각자의 개성에 맞게 인성을 쌓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방방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다는 것은 유교의 뜻을 따르고 인(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우리 대학만이 할 수 있는 행사다. 방방례로 우리 학생들이 어떤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지 묻자, 그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나아가 주변을 사랑하는 자세를 가졌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성균인성교육센터에서 실시하는 「성균색(色), 인성을 말하다」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방방례의 의의를 자세히 밝혔다.


“인성영역 교과인 <성균논어>를 전체 학생들에게 듣게 함으로써 우리 대학 학생들은 고전, 인문학을 융합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들의 마음을 깊게 고민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성균관대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방방례를 시행했다 볼 수 있죠. 우리 모두의 마음에 이타적 본성인 인(仁)이 있음을 자각하고, 학생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존감을 키우기를 소망합니다.


성균인성교육센터에서는 앞서 말한 가치들을 학생들이 인지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더불어 「성균색(色), 인성을 말하다」 프로젝트로 학생들에게 인성을 가르치기 보다는, 항상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인(仁)이 있으며 이 사실을 학생들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현재 너무 취업과 스펙쌓기에 내몰려 있어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이 없습니다.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이며 가치있구나’를 깨닫고 자존감을 확대시킬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죠. 그런 학생들에게 성균인성교육센터에서는 이미 우리들에게는 각자의 가치가 내재되어있으며 우리들은 모두 착하고, 선하고, 밝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사회는 발전하고 있으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인간은 점점 소외되고 자신의 소중함을 자각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방방례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신을 긍정하여 본성의 선함과 능력의 무한함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방방례를 개최하기 위해 많은 교수와 연구원들이 기획과정에 참여하여 오랜 기간  준비시간을 가졌다. 강보승 연구원도 많은 고민과 생각의 과정을 거쳤고 그 노력의 시간이 모여 비로소 이번 ‘방방례’가 탄생했다. 그에게 행사를 준비하며 겪었던 경험 중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는지 묻자 차분히 대답했다.


“제일 먼저 어떤 문제를 공동시험으로 출제해야 할지 모든 교수님들과 고민했습니다. 아무래도 논술 형식의 시험이고 2,000명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응시하는 것이라 더욱 신경쓰였습니다. 교수님들과 모여 논의 하면서 문제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균논어>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설문을 해보니 다수의 학생들이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거나 선악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느꼈고, 학생들이 각자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우리 대학 학생들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며 능력이 뛰어난 존재인데 각자의 선한 본성과 무한한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마음이 무거웠죠. 이번 공동시험 문제로 잠시나마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문제 내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우리 대학의 학생들은 <성균논어> 수업을 들으면서 인의예지와 관련된 다양한 가치를 배우고 내재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대학생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묻자, 그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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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란 것은 남을 위해 돕고, 남에게 잘해주는 것도 포함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첫째로 합니다. 나 자신을 긍정하고 자존감을 기르는 것의 소중함을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성균인성교육센터에서도 특히 이러한 부분들을 늘 강조하고 있고, 우리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