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하나 되는,
성균한글백일장 세계대회 성공적 개최

  • 499호
  • 기사입력 2022.08.29
  • 취재 김소연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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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의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중국,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외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균한글백일장을 개최해왔다. 이번 여름에 열린 제2회 성균한글백일장 세계대회는 세계 6개 권역의 성균한글백일장 수상자 중 왕중왕을 가리는 자리였다. 최근 3년간의 대회에서 입상한 30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한글 작문 실력을 겨루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3박 4일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세계대회 수상자에게는 우리 대학 학사 또는 석사 과정의 장학 혜택도 주어진다. 성균한글백일장은 한국과 한글을 사랑하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한글 실력을 겨루는 대표적인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 학생들에게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Huy Nguyen: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푹 빠져 있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온 21살 진휘(응우옌 띠엔 휘)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하노이국립외국어대학교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Shamuratova Dilnoza: 안녕하세요. 2021년 성균관 글쓰기대회 수상자 샤무라토바 딜노자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타슈켄트 부천대학교에서 경영한국어학 과정을 마쳤고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여가시간에 독서와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직접 쓴 글들을 SNS에 올리며 글쓰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책 한 권을 출판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는 중이죠(웃음).

Sumeyye: 에르지예스 대학교에서 한국어 문학을 전공한 튀르키예인 참가자 수메이예입니다. 현재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현대 문학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Shamuratova Dilnoza]

Q. 어떻게 성균한글백일장에 참가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Huy Nguyen: 저희 학과에는 한국 관련 장학금 및 글로벌 프로그램 또는 대회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그룹이 있습니다. 그 그룹에 올라온 학과장님의 글 덕분에 성균한글백일장이라는 대회를 알게 되었고, 뜻깊은 전통을 가진 한국의 유명 대학인 성균관대학교가 주최하는 대회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회 소개를 읽고 대회 참가를 간절히 바랐는데 신청 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해 참가 신청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문의 메일도 보내고 카톡도 여러 번 보내서 담당자님을 귀찮게 한 것 같아 걱정 되기도 했습니다(웃음). 너무 좋아서 손을 덜덜 떨며 신청한 것 같습니다.

Shamuratova Dilnoza: 대학교 한국어 교수님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저에게 “너, 글 잘 쓴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 꼭 잡아”라는 말씀을 하셨고 응원과 올바른 교육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으려고 노력한 끝에 성공할 수 있었죠.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기회라는 것은 다가올 때만 잡을 수 있고 지나가 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전해봤습니다.

Sumeyye: 사실은 이런 대회가 있다는 걸 처음에는 몰랐어요. 학교에서 저와 함께 대학원 준비를 하는 친구가 같이 참가하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원했어요. 그때는 어차피 상도 못 받을 텐데, 경험을 위해서 참가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별로 긴장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었어요. 



Q. 어떤 내용의 글을 작성하셨나요? 

Huy Nguyen: 제9회 동남아시아 성균한글백일장에서 주어진 ‘나를 설레게 하는’이라는 주제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개방성이 있고 참가자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인정이란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내용을 전개했습니다. 주로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인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고,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정이 가득한 옆집 누나가 한국을 사랑하는 저에게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쳤다는 얘기도 하고,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혼란에 시달리는 국가들의 상부상조, 전쟁에 휘말리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도움의 손길 등에 대한 얘기도 담겨 있었습니다. 제2회 세계 성균한글백일장에서는 ‘나눔’을 주제로 ‘멀쩡한 잎이 찢어진 잎을 덮어준다’라는 베트남 속담에 영감을 받아 저희 가정 안에서의 나눔은 물론, 한국과 베트남 간의 십시일반 정신 등에 대한 글을 다루었습니다. 

Shamuratova Dilnoza: 제2회 성균백일장 세계대회에서 ‘나눔’이라는 주제로 제가 나눔의 진심을 한국인들로부터 알게 되었다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제 고향 수도인 누쿠스에 한국인 의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봉사활동으로 건강 검사, 치료, 수술 등을 다 무료로 자주 해 주시곤 합니다. 저희 할아버지 시력이 안 좋으셨는데, 한국인 의사 선생님께 수술을 받아 시력이 좋아지셨습니다. 열악한 도시에 와서 편찮으신 분들을 진심으로 치료해 주시는 것을 보시고 할아버지가 저에게 “너도 공부 열심히 하면 물리적으로든 아니든, 네가 가진 지식을 이렇게 나눌 수 있다”라고 하셨던 내용을 적었습니다.

Sumeyye: 제가 참가했을 때 키워드가 ‘인연’이었어요. 한 10분 정도 아무것도 안 쓰고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인연... 참 좋은 인연이었다. 이런 악연은 또 없을 것이다. 살면서 우리도 모르게 많은 사람과 만나고 연을 맺잖아요. 신기하게도 그게 악연인지 아닌지는 인연이 끊어져야 알 수 있어요. 아직 같이 지내고 있을 때는 그걸 모를 때가 더 많다고 생각해요. 좋은 인연인 줄 알았더니 남보다 못한 악연이 되어버린 적도 없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글을 작성할 때의 나는 그래도 제 옆에 오래 있는 사람이든 잠깐 스쳐 가는 인연이든 뭘 배우거나 얻지 않았느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악연이 없다는 식으로 썼어요. 그런 글을 쓴 제가 제 눈에도 너무 뿌듯하고 뭔가 어른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읽으면 아마 오글거리겠죠?


[▲ Sumeyye]

Q. 한국에서 진행된 4일간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나요?

Huy Nguyen: 동남아 수상자 중의 하나로서 한국 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한국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늘 꿈꿔 왔던 나라여서 수상 결과를 받자마자 몹시 흥분되고 기대됐습니다. 프로그램 첫날인 7월 25일에는 성균관대학교를 관람했고,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인 ‘한복 입고 경복궁 관람’은 성대의 교직원분들과 관광 가이드님의 안내 덕분에 재밌게 이루어졌습니다. 다음날에는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많이 봤던 유생복을 입고 세계 성균한글백일장에 참가한 다음에 피부관리 관련 지식을 높여 주는 특별한 K-Beauty 강습도 있었고, 저녁에는 상상도 못 했던 한강크루즈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엔 남북한 긴장 상황 및 전쟁에 따른 고통 등을 실감할 수 있는 파주 DMZ에 방문했습니다. 이후 일산 MBC에서 ‘복면가왕’ 촬영 현장을 비롯한 드라마 촬영장도 구경하고 미디어 교육도 받았습니다. 이 방문 프로그램이 특별하고 인상적인 이유는 관광지를 구경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서 한국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기고, 한국 사람을 더 많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4일간 참가하면서 기억에 가장 남는 추억은 바로 제리라는 아제르바이잔 친구가 준 샌드위치입니다. 파주 DMZ에 가는 날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지 못했고 출발지에 바로 뛰어갔습니다. DMZ에서 오르막길에 힘겹게 올라가는 제가 너무 배고파 보여서 그런지 제리 친구가 샌드위치를 반으로 나눠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 샌드위치를 먹고 기분도 좋아지고 힘도 생겨서 나머지 활동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어 고맙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또한 경복궁의 아름답고 매력 있는 건축양식과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에 압도당했습니다. 경복궁 사진을 인터넷으로는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넓고 예쁘고, 특히 한국인이 힘을 기울여서 이런 역사적 가치가 높은 명소를 온전하게 잘 보존해 온 것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한강크루즈 덕분에 서울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었으며, 한강을 사이에 두고 발달한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이제야 피부에 와닿아 한국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굳은 의지로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Huy Nguyen]

Q. 성균한글백일장에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Huy Nguyen: 예전부터 갈고 닦은 한국어 쓰기 능력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국과의 만남’을 현실화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입국 전후에도 성균관대학교 선생님 그리고 교직원분들의 따뜻한 환영, 꼼꼼한 안내와 적극적 도움을 받아서 대회 날 긴장감이 하나도 없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상당히 좋은 글을 완성한 것 같습니다. 성균한글백일장에 참가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한국어 능력이 다 대단했습니다. 그런 한국어 인재들을 만나고 같은 자리에 모여서 대회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귀한 기회, 소중한 상을 주신 성균한글백일장을 개최한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대회가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저와 같은 많은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를 바랍니다.

Shamuratova Dilnoza: 성균백일장에 참여하기 전에 “그냥 온 기회니까 한 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운 좋게도 제가 쓴 글을 예쁘게 봐주셨고 잘 평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균백일장에 참여하여 성공하고, 5년이나 꿈꿨던 한국에도 3박 4일로 무료로 갔다 올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되었죠. 성균관한글백일장 덕분에 겨울학기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었으며 한국어를 너무 잘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얻게 만들어 주신 성균관대학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Sumeyye: 잊지 못할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교 다닐 때는 진로에 대한 희망이 되었고 이번에 1주일 정도 한국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곳곳을 구경 다니며 1년 전인데도 멀게 느껴지는 젊음을 되찾은 것 같았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도 매년 참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쉽기도 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대회를 알게 되고 선생님들과 함께 한국에 대해 알아가고 여기서 공부도 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성균관대학교 덕분에 얻은 수많은 인연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소중히 여기도록 할게요. 


 

학부대학 김경훤 교수는 모든 학생의 글이 진지하고 열의가 있었으며 필체가 전반적으로 대단히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참가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과 한국 문화의 이해가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세계 성균한글백일장이 한국을 알리는 한국 문화의 전령사로 더욱더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균한글백일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역대 수상작들은 성균한글백일장 홈페이지(https://hangul.skku.edu)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