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알아야 나를 지킨다,
안진현 교수의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

  • 기사입력 2020.11.13

바이러스 생활사(life cycle)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 및 게놈(genome) 복제, 바이러스 입자의 조립 및 세포 외 방출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짐을 뜻하는 말이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바이러스 생활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법을 연구하는 안진현 교수님 연구실을 인터뷰했다.


 

Q.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은 어떤 곳인가.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은 바이러스 생활사를 이해하기 위하여 바이러스 유전자의 기능을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그리고 유전학적 분석 방법들을 이용하여 연구한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세포의 방어기전과 이를 회피하는 바이러스 유전자 기능 등 바이러스와 숙주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연구실에는 현재 박사후연구원 1명, 석박사통합/박사과정 3명, 석사과정 4명이 소속되어 있다.


Q. 특별히 주로 연구하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연구실의 주요 연구대상은 비교적 큰 이중가닥 DNA(>100-kb)를 유전체로 갖고 있는 허피스바이러스(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virus)다. 허피스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우리 몸속에서 영원히 잠복감염 상태를 유지하고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다시 활발히 증식하여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연구실에서는 여러 인간 허피스바이러스 중에서도 선천(태아)감염을 일으키는 인간거대세포바이러스(human cytomegalovirus; HCMV)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를 주 모델로 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안진현 교수는 HCMV의 생활사 규명에 기여한 여러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한탄생명과학재단이 수여하는 한탄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바이러스학 분야 대표 학술지인 Journal of Virology의 Editorial Board로 활동하고 있다.


Q. 한 번 감염되면 영원히 잠복감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좀 무섭다. 그렇다면 연구실에서는 허피스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 면역 체계에서도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인가.

그렇다.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에서는 세포 핵 안으로 들어온 허피스바이러스 DNA를 인지하여 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세포 제한인자들의 기능과 이를 극복하는 바이러스 유전자 기능에 대해 규명하였다. 이러한 기전은 모든 DNA 바이러스 감염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함이 밝혀지게 되었고, 연구실의 초기 연구는 이 분야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또한, 허피스바이러스가 인터페론에 의한 숙주 세포의 선천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여러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규명하였다. 특히, HCMV와 ISG15 기반 선천면역 반응과의 상호작용 결과는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아서 Nature Reviews Microbiology에 주요 연구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관련기사: https://www.nature.com/articles/nrmicro.2016.139)


Q. 최근에도 허피스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가.

최근 연구실은 허피스바이러스 및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에서 DNA 혹은 RNA 구아닌사중구조(G-quadruplex)라는 비 전형적인 핵산구조가 생성되어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 및 복제를 조절함을 밝혀내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심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주제는 국가 기초연구실 과제로 선정되어 의학과 김경규 교수 및 화학과 배한용 교수 연구팀 등과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Q. 하나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분자바이러스 연구실의 연구주제는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어떠한 유전자 기능을 가지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바이러스의 증식은 전적으로 세포기능에 의존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다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포기능 또는 생명현상에 대한 연구로 확장되고는 한다. 이렇게 연구를 수행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동료 대학원생들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또한, 매주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랩미팅과 최신 연구동향을 공부하는 저널클럽을 통해서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구추진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등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다.


Q.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 자랑을 하자면.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의 졸업생들은 대학교수, 질병관리청 및 국책연구소 연구원, 대기업 및 벤처회사의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구실은 이러한 졸업생들의 연구과정과 시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후배들의 연구수행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바이러스 배양 및 분석 등에 필요한 필수 연구 장비들이 연구실내에 완비되어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고가의 최신 장비들도 의과대학 공동기기실에서 관리, 운영되고 있어서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Q. 분자바이러스학 연구실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바이러스 생활사 및 바이러스-숙주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누구나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다. 바이러스학 연구는 여러 서로 다른 생명과학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부과정에서 생화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면역학 등을 폭넓게 수강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이다. 학부생들은 원하면 언제든 연구실에 나와서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와 연구실의 연구 주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Q. 끝으로, 연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물학 연구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생명현상과 더불어 이를 통합하는 질서에 대해 놀라곤 합니다. 생명현상 등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늘 가지고 연구를 수행한다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실험과정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겨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연구에서 중요하지 않은 연구는 없습니다. 위대한 발견도 조그마한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을 즐기면서 슬기로운 연구실 생활을 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