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요Ⅱ
- 교수님들의 6인 6색 실패 이야기
- 528호
- 기사입력 2023.12.01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10168
편집자 주 : '실패해도 괜찮아요' 전편에 이어 두 번째 기사입니다. 1편에서는 유지범 총장, 김재현 부총장, 최재붕 부총장의 이야기를 실었고, 2편에서는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박진성 교수, 민무홍 교수를 취재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실패를 마주하고 극복할 성균인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실패해도 괜찮아요 Ⅰ편 유지범 총장, 김재현 부총장, 최재붕 부총장 (기사 바로가기 click)
| 기억에 남는 실패 경험이 있으신가요?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시험에 떨어졌을 때인 것 같아요. 유전학을 공부하던 당시, 저는 생물정보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 그 과목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인해 빠른 발전을 이룩하고 있었고, 촉망받던 중요한 분야였죠. 그 과목을 공부하며 해결해야 했던 어려운 데이터 분석을 처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불안한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불안할 때마다 저 자신에게 ‘넌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야.’라고 말하곤 했어요 (웃음). 그러나 제가 생각했던 대로 순조롭게 흘러가진 않았고, 준비가 덜 된 채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제가 받을 만한 점수를 받았죠.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1년 뒤에 재응시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수업을 다시 들을 기회는 없었기에, 자료를 활용해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워야만 했어요. 1년 전보다 나아진 공부 전략과 조금 더 생긴 겸손함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목을 공부하기 쉽게 정리하고,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얻게 되었죠. 어려운 시험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험이라 해서 더 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지금 그때의 저를 돌아보았을 때, 과거의 제가 끈기를 갖고 노력해서 결국 좋은 성적을 얻어냈던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더라고요.
박진성 교수 작년에 이직 준비를 하며 겪은 실패들이 떠오르네요. 기존 직장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게 되며 원서 접수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정말 많이 떨어졌어요. 살면서 처음 직장을 구할 때처럼 최선을 다해 기대감을 안고 열 개 이상의 원서를 작성했습니다. 교수 임용의 어려운 점은, 일반 회사와 달리 채용 인원이 딱 한 명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잘했더라도 1등이 아니면 떨어지게 되는 거죠. 아무리 실적이 좋더라도 1등이 아니면 떨어지는 것이 냉혹한 경쟁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성균관대학교에 오기 전에 여러 군데 원서를 넣고 이직 준비를 할 때 많은 실패를 경험해서 그런지 최근 들어 기억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민무홍 교수 저는 공모전에서 실패한 경험들이 떠오르네요. 제가 대학생이었던 20년 전에도 수많은 공모전이 있었고, 취업에 도움 되는 스펙 중 하나라 생각하여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처음 공모전에 참여했었던 시절 이야기를 해볼게요. 공모전에 도전한 이유로는 만약에 수상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도 취업이 쉽지는 않았거든요. 학교 벽면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수업에서 만난 선후배들과 모여 준비했습니다. 당연히 저희의 목표는 상을 타는 것이었지요.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리서치하고 자료를 만들며 준비했습니다. 발표는 제가 담당했었는데요,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많이 떨렸지만, 많이 준비했고 스스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이 부족했는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같이했던 동료들한테도 너무 미안했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어요.
| 자신만의 실패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중요한 일, 프로젝트, 혹은 시험을 준비할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바로 어떤 일을 했든 그 일을 결국엔 실패했다고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시간을 들여 실패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노력한다면 개선할 수 있는 원인과, 노력해도 결과가 변하지 않을 원인을 구분해야 해요. 실패의 위험을 낮출 방법을 고려해 볼 기회이기도 하고, 계획을 효과적으로 짤 수 있게 해줄 겁니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조절할 통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실패에 대응하는 데에 도움을 주곤 해요.
우리는 종종 실패했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려 합니다. 실패를 외면하면 도전도 덜 하게 되고, 어려운 일들은 피하게 되죠. 제 과거 경험을 떠올려 보았을 때, 실패는 아프기도 했지만,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패하게 된 원인과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거든요. 더 나아가 실패를 바라보는 건강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곡을 연주하거나 강아지와 산책하는 방법을 가장 좋아해요. 강아지와 함께 오래 산책하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했을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곤 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생각해 낸 개선 방안이 때로는 어렵기도 하고, 또 다른 실패를 불러일으킬 위험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웃음)
박진성 교수 저는 실패를 단순히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실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MBTI가 ENTJ(대담한 통솔자 유형)거든요. 좋게 말하자면 추진력 있는 성격이고, 안 좋게 표현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웃음) 이런 성격 덕분에 저는 상황을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보는 것을 좋아해요. 실패한 상황은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결국 변하지 않죠. 계속해서 낙담해 있을 수는 없으니 우리는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다음 도전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면, 끊임없이 더 많은 도전을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도전에 실패하면, 한 번 더 시도하고, 될 때까지 시도해야겠죠. 아무리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교수님께 들은 연구 챌린지와 관련된 얘기가 있습니다. 그 교수님께서 항상 우스갯소리로 ‘연구 챌린지에 지원하면 1%의 가능성이라도 생기지만, 지원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0%지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도전한다면 작게나마 가능성이 생기지만, 아예 도전을 포기한다면 가능성은 커녕 기회 자체도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이직 준비를 하며 최종 단계에서 아깝게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실망감은 컸지만, 또다시 열심히 도전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패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박진성 교수
민무홍 교수 지금 돌아보면 잘 극복했던 것 같아요. 그 공모전이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다음 공모전을 또 준비했습니다. 떠나는 팀원도 있었고, 새롭게 시작하는 팀원도 있었고요. 또 시도했을 때도 안되긴 했습니다. 이후로도 내세울 만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가끔 수상을 경험하기도 했네요. 실패 극복 방법을 생각해 보면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실패의 내성이 공모전에서 쌓이다 보니 다른 분야들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취업이든 진학이든 그 어떤 것이든지요.
| 실패란, 어떤 의미인가요?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실패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 이상의 것이에요. 때로는 실패란 다른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다다르지 못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의 가장 큰 실패는 저와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의지하거나 믿을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이에요. 시험을 망치거나 할 일을 못 하는 건 시간, 돈, 그리고 자존심을 소모할 뿐이죠. 그러나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건 훨씬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관계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박진성 교수 실패는 인생을 살면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민무홍 교수 실패는 도전과 관련이 많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면 도전을 안 하게 됩니다. 도전을 안 하면 어떠한 성공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실패란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는 두 번째 도전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도전에는 실패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부터는 반드시 첫 번째 도전의 실패가 존재하게 되지요. 그러니 실패를 즐기세요. 앞에 공모전 이야기를 다시 해볼게요. 공모전을 결과 즉 수상만 놓고 보면 스펙을 쌓는다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수상은 쉬운 게 아닙니다.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러니 공모전에서 수상하는데 목표를 두면 실패를 밥 먹듯이 하게 됩니다.
이제 관점을 바꿔 실패보다는 과정에 집중해 볼게요. 과정을 본다면 대학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서 여러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을 갖게 됩니다. 특히 같이 참여할 동료들을 찾는 과정, 주제를 고민하는 과정, 목표를 향해 같이 준비하는 과정들이 매력적이에요. 강제적으로 할당된 팀은 속칭 무임승차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목표를 갖고 모인 팀원들은 상대적으로 그럴 확률이 낮아지거든요. 결국 저는 계속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지극히 평범했을 학교생활이 매우 즐거운 대학 생활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스펙을 쌓는다는 결과만 치중하게 된다면 이 재미를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패를 즐기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 민무홍 교수 (출처: 이데일리)
| 성균인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우리가 무언가를 최선을 다할 때만 실패를 겪을 수 있어요. 실패했다면, 그것을 적당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 당시에는 크게 느껴질 수도 있고, 실망감과 죄책감에 잠식당할 수도 있죠. 어쩌면 실패로 인해 관계가 어긋나거나, 미래를 망쳤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혼란스럽고, 화가 나고, 공허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죠. 실패했다는 사실과 여러분은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실패라는 하나의 관문에 도달하기까지 실패만 있었던 게 아니라, 수많은 성공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을 거예요. 실패는 때로 앞으로 어려운 일을 도전할 때마다 두렵게 만들 수도 있고, 새로 내디딜 발걸음이 어렵게 느껴지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산책하며 겨울왕국2의 주인공 안나가 했던 말을 기억해 보세요. “Do the next right thing.”
박진성 교수 코로나 이후로 취업의 문이 많이 좁아졌기에 대학생 때의 학점의 경쟁을 넘어 취업 시장에서 한파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경쟁에 지칠 순간들이 많이 찾아올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주체는 본인이기에 스스로가 어려움을 털고 일어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위로와 격려도 필요하겠지만요. 우리 성균인들이 취업 시장이나 학교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을 텐데, 그중에서도 실패의 어려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민무홍 교수 지나고 보니 공모전의 수상 이력들은 입사나 진학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어요. 제가 입사할 때는 공모전에 관해 쓰는 난도 없었고, 자기소개서에 넣어야 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것들 위주로 중구난방으로 참여하다 보니 진로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실패 과정에서 성장한 제가, 20년 후배인 여러분들과 지금 이 순간 함께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합니다. 실패를 결정짓는 것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목에 기다리고 있는 벽입니다. 벽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뛰어넘을 수도 있고, 부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옆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실패를 마주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찾고 이 과정에서 성장하고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계속 갈 수만 있다면 실패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목표하는 것이 입시일 수도 있고, 공모전 일수도, 성적, 인턴, 졸업, 취업, 진학일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혹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위인들의 삶들을 돌아봐도 알 수 있지만 성공 뒤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실패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설정한 것에 성공하기 위해서 그 과정에 수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고 또한 실패가 있을 겁니다. 이 실패를 초연하게 극복할 수 있어야 두 번째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목표를 정하고 사회로 나가기 전 대학 시절에 많이 실패해 보세요. 더 많은 도전을 해보시고요. 성공하고 나면 실패 과정은 미화가 됩니다. 끝없는 도전을 통해 미화된 본인의 실패 과정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성균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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