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쉼표가 필요한 우리에게.

  • 499호
  • 기사입력 2022.09.13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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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령사답게 귀뚜라미가 어김없이 가을을 부르고 있다. 성큼 높아진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떠올리니 마음 한켠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푹푹 찌는 여름 더위에 엉켜버렸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운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에 엉킨 생각들이 날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상에 쉼표가 필요한 것 같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 쉼표를 찍고 싶은 우리를 위해 준비했다.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나만의 작은 정원: 홈가드닝



홈가드닝은 이름 그대로 집 안을 작은 정원으로 가꾸는 것이다. 옥상, 베란다 혹은 작은 방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정원이 될 수 있다. ‘반려 식물’과 ‘식집사’라는 키워드가 등장할 정도로 홈가드닝은 주목받고 있다. 홈가드닝의 준비물은 간단하다. 모종과 배양토, 화분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초보 식집사라면, 온습도계나 영양제, 물주는 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서스티를 사용하기도 한다. 키우는 식물은 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 비교적 재배가 쉬운 산세베리아나 장미허브부터 상추나 파를 직접 재배해 수확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키우다가 식물이 아프면, ‘사이버 식물병원’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 정성을 들이는 것, 그리고 정성을 기울인 만큼 얻는 성취감은 홈가드닝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 과정이 느리더라도 하루하루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훅 커버린 식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홈가드닝에는 정성과 인내, 끈기가 필요한 셈이다. 이처럼 나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는 것은 바쁜 일상 속, 천천히 쉬어 갈 수 있는 쉼표를 제공한다. 비록 그 정원의 크기가 한 뼘이어도 말이다. 어떤 식물을 키우고,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며 바쁜 일상을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불멍 대신 랜턴멍:  홈캠핑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evajunie


홈캠핑은 집에서 최소한의 장비로 캠핑을 즐기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즐길 수 없던 캠핑의 대안으로 홈캠핑이 등장했고, 현재에는 홈캠핑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대안이 아닌 하나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홈캠핑에 필요한 용품은 다음과 같다. 캠핑의 분위기를 내는 텐트와 코펠, 반합과 같은 캠핑용 식기, 그리고 불멍을 위한 랜턴이다. 최근에는 가랜드, 에탄올 난로 등 다양한 용품을 활용해 홈캠핑의 감성을 더하고 있다.


홈캠핑의 장점은 익숙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날씨에 영향받지 않아 장마철에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모닥불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는 불멍이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만큼, ‘랜턴멍’을 통해서는 야외 캠핑을 똑같이 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상 속 짬을 내어 나만의 안락한 공간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은 또 다른 묘미로 다가올 것이다.



자연 속 수양: 템플스테이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템플스테이다. 템플스테이는 한국 곳곳의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는 전통불교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깊은 산 속에 있을 것 같은 산사의 이미지에 몇몇 사람들은 도심 속 템플스테이를 어색해한다. 하지만 도심 곳곳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고, 전국에 약 140개가 있는 만큼 일상에 쉼표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는 보통 1박 2일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에는 체험형과 휴식형이 있다. 체험형은 108배, 연등 만들기, 스님과의 차담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반면 휴식형에서는 일과 중 예불과 공양, 사찰 안내 및 예절 교육 참여만 필수적이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휴식형은 체험형에 비해 단조롭지만, 자연에서 자기 내면에 깊이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신의 방문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일부 사찰에서 제공되는 당일형 프로그램이 있다. 시간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짧게 마치고 싶다면, 당일형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2002년을 시작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은 템플스테이는 이를 기념하고자 20주년 특별 템플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다. 일상에 쉼표를 찍고, 아름다운 자연 속 산사에서 내면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