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책이 어색한 사람들을 위해

  • 501호
  • 기사입력 2022.10.14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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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에 추워진 날씨와 높아진 하늘은 우리가 이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려준다. 가을 하면 유독 떠오르는 수식어가 많다.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 독서의 계절 등. 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서늘한 가을에는 책을 가까이하기 좋다는,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주변 어른들의 가르침. 무척이나 듣기 싫었던 말이지만, 어느덧 어른이 된 지금은 서점에 가 괜히 책 표지를 한 번 만져보거나 베스트셀러 책들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책이 어색한 사람들을 위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책을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 늦은 밤, 불 켜진 심야책방 ]



일정을 마친 늦은 밤, 한 책방에서는 누군가를 위한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된다. 야독(夜讀)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서점의 폐업 시간을 늦은 밤으로 연장한 심야책방이다. 한국서점연합조합회가 주관하는 심야책방 사업은 2018년 책의 해를 맞아 처음 실시되었고, 올해 4회째를 맞고 있다. 심야책방 사업이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대형서점과 프렌차이즈 서점을 제외한 전국의 약 70여 개의 지역 서점이 폐점 시간을 연장해 서점별 특색이 담긴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8월 26일과 9월 30일에 진행됐으며, 10월 28일과 11월 25일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심야책방의 주요 행사로는 이용자의 니즈에 맞춘 북토크와 작가 초청 강연, 독서토론 등이 있다. 더불어 반려견과 함께하는 서점 나들이(경기 한양문고 주엽점), 시인과 함께하는 낭독(경기 서른책방), 필사 액자 만들기(부산 강아지똥), 책 경매 행사 등 각 서점의 개성을 담은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전국의 모든 심야책방에서 진행하는 공통미션도 있는데, 지난 2018년에는 서점의 손님이 주어진 키워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종이에 적으면, 그 내용을 작가에게 전달해 책을 만드는 ‘심야의 원고 청탁’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심야책방은 책방이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닌, 책과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취지가 취지인만큼, 우리는 심야책방에서 책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심야책방 목록과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한국서점연합조합회 홈페이지 혹은 심야책방 인스타그램(@midnightbookstore)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심야책방에 방문해 책과 친해지고,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 책과 술을 즐길 수 있는 북바(bookbar)]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book.ikda


다른 독서 행사보다 책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다면, 여기 북바(bookbar)를 추천한다. 따뜻한 조명과 조용히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고 와인 한 잔과 책 한 권.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북바(bookbar)는 술과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분위기는 북바(bookbar)마다 다양한데, 서교동에 위치한 서점 ‘책, 익다’는 혼자 방문해 책을 즐기기 좋은 분위기다. ‘책, 익다’에서는 ‘책방지기’가 남긴 책에 대한 코멘트를 볼 수 있는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술과 책을 곁들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면, 잘 익은 책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합정에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문학살롱 초고’가 있다. ‘문학살롱 초고’의 특징은 문학작품의 제목으로 된 ‘문학 칵테일’이다. 해당 칵테일을 주문하면, 모티브가 된 문학작품을 함께 가져다주는데, 그 덕에 칵테일을 마시며,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매력의 북바(bookbar)가 있으니, 책에 오롯이 집중해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북바(bookbar)를 추천한다.



[ 취향껏 즐기는 독서모임: ‘트레바리’ ]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다. 평소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모임을 즐기고 있다. 동네서점과 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참여하거나 지역의 인터넷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독서 동아리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독서라는 행위를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을 읽고 난 후의 사유 과정으로 확장해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독서모임의 운영을 주도적으로 해주는 플랫폼 ‘트레바리‘가 등장했다. ‘트레바리’는 다양한 주제의 독서모임을 참여자에게 연결해주는 유료 독서모임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각 파트너가 기획한 독서 모임 중 자신이 원하는 모임을 골라 가격을 지불한 후, 참여하면 된다. 4개월 동안 진행되는 독서모임은 주로 강남과 안국에 위치한 아지트에서 진행된다. 참여자는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한 뒤,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각 모임의 주제로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책과 영화를 함께 다루기, 소설 속 주인공의 경험을 따라해 보는 체험 독서 등이 있다. 각 모임의 주제가 다양해 취향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독서모임을 즐기면 된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정기모임 외에도 별개의 번개가 있어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독서모임은 책에 대한 경험을 나누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견고한 취미생활로 자리잡았다. 사유의 확장과 경험의 공유는 나를 성장시키고, 그래서 내일의 독서를 기대하게 만든다. 딱딱할 것만 같은 독서활동을 독서모임을 통해 다채롭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