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안 치열한 경쟁,
짜릿한 테니스의 세계

  • 503호
  • 기사입력 2022.11.14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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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라켓과 공이 만나 사각의 코트에 울려 퍼지는 강렬한 소리. 네트를 사이에 두고 주먹만한 공을 라켓으로 주고받는 이 운동은 많은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선수부터 이들을 지켜보는 관중까지. 예절을 중시하고, 중세의 많은 귀족이 즐겨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운동, 바로 테니스다. 최근 한국에서 테니스의 인기는 상당하다. 특히 이삼십 대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테니스장이 약 174% 늘었다고 한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한번 라켓을 잡으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테니스의 세계를 살펴보았다.



테니스는 중세 시대, 프랑스에서 귀족들이 즐겼던 라뽐므(La Paume)에서 유래되었다. 테니스는 공을 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테네즈(tennez)에서 만들어진 명칭이다. 초기의 테니스는 라켓 없이 손으로 공을 쳤지만, 16세기 후반에 이르러 라켓이 개발되었다. 이후 19세기 후반 영국 중산층 사이에서 여가 활동으로 인기를 얻으며, 코트와 네트가 만들어졌고, 체계가 갖추어졌다. 오늘날의 테니스로 발전한 것이다. 현재 테니스는 올림픽의 정식 종목이며, 대중적으로 활성화된 스포츠다.


테니스는 2명이 겨루는 단식 경기와 2인 1조로 4명이 겨루는 복식 경기가 있다. 테니스 경기는 포인트, 게임, 세트, 매치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선수는 공격에 성공하면 1점을 얻는데, 이때의 점수가 포인트다. 네 포인트를 먼저 얻으면, 한 게임을 이기게 된다. 그리고 여섯 게임을 먼저 이기는 선수가 한 세트를 가져간다. 만약 두 선수가 5 대 5의 게임 스코어를 갖게 된다면, 두 게임을 먼저 이기는 선수가 해당 세트를 가져갈 수 있다. 다만 두 선수가 연달아 득점해 6 대 6의 스코어가 된다면, ‘타이 브레이커’가 적용된다. ‘타이 브레이커’는 6 대 6의 스코어일 때, 한 게임을 먼저 이긴 선수가 그 세트를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최종 우승을 위해 몇 세트를 이겨야 하는가는 대회에 따라 상이하다. 보통 세 세트 중 두 세트를 혹은 다섯 세트 중 세 세트를 이겨야 최종 우승을 할 수 있다. 이때의 시합 횟수를 매치라 한다. 여담으로 테니스 경기에서 스코어를 칭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1점을 15, 2점을 30, 3점을 40이라고 칭한다. 즉, 테니스에서는 포티(40) 스코어 이후 한 포인트를 먼저 얻는 선수가 한 게임을 가져가는 것이다.



역사가 깊은 만큼, 세계 곳곳에 그 역사를 자랑하는 테니스 대회가 많다. 그랜드슬램, ATP 투어 마스터스 1000, ATP 챌린지 투어 등. 그중에서도 4개의 메이저 대회를 가리키는 그랜드슬램은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한 해에 네 번 열리는 그랜드슬램에는 1월에 열리는 호주 오픈(호주), 5월 말에서 6월에 열리는 롤랑 가로스(프랑스), 6월 말에서 7월 초에 열리는 윔블던(영국), 8월에서 9월에 열리는 US 오픈(미국)이 있다. 그랜드슬램은 1877년 윔블던에서 열린 제1회 영국 선수권 대회가 효시로 미국, 프랑스, 호주가 그 뒤를 이어 개최했다. 그랜드슬램의 특징은 각 대회 코트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호주 오픈과 US 오픈은 하드코트를, 롤랑 가로스는 클레이코트(벽돌 가루인 ‘앙투카’)를, 윔블던은 잔디코트를 사용한다. 코트의 특성에 따라 선수가 발휘하는 기량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수여도 대회별 성적은 다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서버에 강한 선수가 잔디코트에서 두각을 발휘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랜드슬램은 가장 많은 랭킹 점수와 상금을 부여하고,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높은 위상에 많은 테니스 선수들은 그랜드슬램에서의 수상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선수 생활 중 4개의 대회에서 모두 한 번 이상 우승한 것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 한다. 한 해에 모든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캘린더 이어 그랜드 슬램’ 혹은 ‘그랜드 슬램’이고, 연도와 관계없이 모든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논 이어 그랜드 슬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정현 선수가 호주 오픈의 4강에 진출하고, 2022년 조세혁 선수가 윔블던 주니어 14부에서 우승하며,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에서 쾌거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테니스는 정식 선수 외에도 이삼십 대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테니스 초보자를 뜻하는 ‘테린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이다. 과거 신사의 스포츠 혹은 귀족 스포츠로 여겨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이유에는 전보다 쉬워진 테니스의 접근성이 있다. 혼자서도 무인 테니스장에 가서 테니스를 즐길 수 있고, 강습 비용도 골프와 같은 다른 운동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캐주얼한 테니스 웨어도 그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테니스 웨어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흰색 셔츠와 팬츠 또는 스커트다. 이는 윔블던 대회의 엄격한 복장 기준의 영향이기도 한데,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는 흰색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과거 품위를 중시했던 시기에 성행해 셔츠와 팬츠를 입는 것이 관습으로 굳어졌다. 초기에는 복장의 엄격한 기준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테니스 웨어 브랜드 라코스테가 뻣뻣한 소재의 셔츠 대신 니트 섬유의 셔츠를 만들며, 실용적이고 감각 있는 패션을 완성했다. 그 덕에 현재의 테니스 웨어는 일상복으로 입어도 될 만큼 캐주얼하고 감각 있는 복장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러한 테니스 웨어를 하나의 유니크한 패션으로 여기고 있다. 테니스를 치는 즐거움에 테니스 웨어를 입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테니스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테니스만이 주는 희열감이다. 테니스는 백핸드, 포핸드, 서브 등 익혀야 할 기술이 다양하다. 초보자는 통통 튀는 공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많은 노력과 체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공과 라켓이 정타로 맞는 순간, 나는 ‘팡’소리는 어느 무엇보다 짜릿한 희열감을 선사한다. 그 희열감은 새로운 목표를 가져다준다. 더 발전할 자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경기가 끝날 동안 펼쳐지는 직사각형의 세상 속, 선수는 상대방 그리고 자기 자신과 경쟁한다. 짜릿한 희열감을 기대하며, 직사각형의 코트 안 치열한 경쟁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