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스크린에서 만나는 뮤지컬

  • 508호
  • 기사입력 2023.01.27
  • 취재 윤지아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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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노래, 연기, 춤이 한데 어우러져 공연되는 무대 예술이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무대 장치, 조명, 노래와 동작, 연기로 여러 공간과 장면을 만들어낸다. 뮤지컬은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로 무대 위가 아닌 스크린에서 표현되기도 한다. 무대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기술과 촬영 기법을 활용하는 영화는 무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무대와 스크린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4편을 소개한다.



 누가 죄인인가, <영웅> 


출처: 에이콤 공식 인스타그램


“누가 죄인인가.” 

웅장한 코러스에 이어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읊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노래는 뮤지컬 <영웅>의 대표적인 넘버이다. <영웅>은 1909년 2월 단지동맹 결성부터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의 거사를 단행하기까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더해 그려낸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에 가상 인물을 더해 탄생한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초연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감동을 선사하는 음악과 뛰어난 무대 연출로 호평을 얻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아홉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영웅>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2023년 2월 28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영웅>은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2022년 12월 개봉했다.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 역을 맡았던 배우 정성화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고은이 출연하여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동안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우리나라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인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다. 

영화 <영웅>은 새로운 넘버가 추가되는 등 원작을 각색하여 탄생했다. 무대와 영화로 각각 어떻게 표현되었고,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면 작품을 더욱 색다르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뮤지컬의 웅장한 넘버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어 감동을 선사할지 주목해 보자.



 세상을 바꿀 위대한 소녀가 온다, <마틸다> 


출처: 신시컴퍼니 공식 홈페이지


“작고 힘이 없는 아이라고 해도 자꾸 작다면서 물러서면 안 돼. 가만히 앉아 당해주다 보면 익숙해지고 말 걸.” 

어린 나이에도 도서관의 어려운 책들을 모조리 읽어내는 천재 소녀 마틸다. 마틸다의 부모는 마틸다에게 무관심하고, 교장 트런치불은 엄격한 규칙과 폭력으로 학생들을 억압한다. 선생님 미스 허니의 격려와 함께 어른들에게 저항하고 더 나은 삶을 쟁취해 나가는 마틸다의 이야기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뮤지컬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소설 <마틸다>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201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공연했다. 한국에서는 2018년 라이선스 뮤지컬로 처음 선보였다. 아역 배우들의 출중한 실력과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아이와 어른 모두를 사로잡은 뮤지컬 <마틸다> 두 번째 시즌은 2022년 10월 5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지난 12월 25일 뮤지컬 <마틸다>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가 공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파벳을 활용한 재치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스쿨송(School Song)’이 운율과 의미가 잘 드러나게 번역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가사가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번역되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알파벳 블록을 쌓아가며 펼치는 안무, 그네를 타고 날아오르는 장면 등 동화를 현실로 구현한 듯한 다이내믹한 무대로 새로운 경험을 준다. 무대 위 장치들이 영상으로는 어떻게 다르게 연출되어 생동감을 더했을지 주목해 보자.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스위니토드> 


출처: 오디컴퍼니 공식 인스타그램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복수에 불타던 이발사.”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터핀 판사에게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억울한 누명을 써 추방당하게 된다. 15년 후, 벤자민 바커는 스위니 토드가 되어 돌아와 복수를 계획한다. 파이 가게를 운영하는 러빗 부인의 도움을 받아 이발소를 운영하며 복수를 꿈꾸던 스위니 토드는 점점 더 광기 어린 복수심을 품게 된다. <스위니토드>만의 잔혹함과 블랙코미디의 공존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197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19세기 영국의 도시 전설 ‘스위니토드’를 소재로 한다. 거장이라 불리는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과 섬세한 무대 연출, 충격적인 스토리로 지금까지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라이선스 뮤지컬로 초연한 후, 현재 네 번째 공연 중이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2023년 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뮤지컬 영화는 2008년 개봉하여 지금은 넷플릭스, 왓챠 등 OTT 서비스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사랑받는 팀 버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흑백 영화로까지 보이는 어두운 색감과 팀 버튼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의 암울함, 기괴함을 살려낸다.

<스위니토드>만의 암울한 위기와 충격적인 반전 스토리는 불협화음으로 설계된 음악과 함께 그 불안함과 기괴함이 극대화된다. 오케스트라 연주, 무대 장치와 조명, 배우들의 섬뜩한 연기로 관객들을 끌어들여 생생한 경험을 안겨주는 뮤지컬이 영화에선 어떤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할지 주목해 보자.



 사랑이 열정을 만나는 곳, <물랑루즈> 


출처: 뮤지컬 <물랑루즈!> 공식 인스타그램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진정한 사랑을 꿈꾸던 작가 크리스티안은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틴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질투심 많은 공작의 방해 속에서 둘은 새로운 공연을 준비해 나간다. <물랑루즈>의 슬프면서도 낭만 가득한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랑루즈>는 2001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이다. 화려한 세트장과 의상, 음악과 춤,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사랑 이야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지금은 디즈니플러스 등 OTT 서비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물랑루즈>는 뮤지컬로 제작되어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원작 영화에는 당시 인기를 얻었던 팝송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뮤지컬 <물랑루즈>는 여기에 현대 팝송들을 더 가미해 ‘매시업(MASH-UP)’ 뮤지컬로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2022년 12월부터 라이선스 뮤지컬로 첫 공연을 진행 중이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국 공연은 2023년 3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물랑루즈의 상징인 빨간 풍차와 거대한 코끼리 모형, 현란한 붉은 조명으로 가득한 무대와 마치 무대의 일부인 듯 화려하게 꾸며진 포토존으로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화려한 카바레 ‘물랑루즈’와 댄서들의 공연이 어떻게 무대로 옮겨졌을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