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과 '먹방' 유행 파헤치기!

  • 413호
  • 기사입력 2019.02.13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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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학교 연기예술학과  ‘조보아(연기예술학과,12학번)’ 동문이 출연 중인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화제다. 몇 년 전부터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문화 콘텐츠들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편성표를 보면 케이블 채널 뿐만 아니라 공중파 채널에서도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문화 읽기’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 분석해 보고자 한다.


♥쿡방과 먹방의 시작은?

‘쿡방’, ‘먹방’ 은 모두 신조어로, ‘먹는 방송’, ‘요리(cook) 방송’을 뜻한다. 당연히 각각 음식 먹는 모습과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가리키는 단어다. 쿡방은 요리 프로그램만을 보여주는 전용 채널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방송 소재이다. 하지만 초창기 쿡방은 주요 타깃 대상이 주부였다. 예능 요소가 아닌 교양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쿡방 양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먹방은 인터넷 방송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할 때 생겨난 단어다.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음식 먹는 모습을 타 콘텐츠를 진행하며 부가적으로 보여주는 요소가 아닌, 하나의 주제로 삼아 방송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콘텐츠를 지칭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먹방 역시 이전부터 어느정도 쓰이던 방송 소재로, 우리에게 익숙한 ‘정준하의 식신로드’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쿡방의 유행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쿡방이 주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은 요리를 주제로 한 경쟁 프로그램들이 시초가 아닐까 싶다.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요리 서바이벌 소재를 가져와 한국에서 시도한 ‘마스터 셰프 코리아’가 소소한 인기를 끌며 쿡방의 새로운 포맷을 열었다. 이러한 형식을 더욱 가볍고 예능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냉장고를 부탁해’가 큰 인기를 끌며 이른바 ‘쿡방시대’의 문을 열었다. 


셰프들이 한 주제에 대해 각자의 레시피를 통해 완성한 요리를 보여주고, 평가하며, 승패를 가리는 방식의 가벼운 경쟁 요소가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동시에 예능적인 즐거움을 보여준 것이다. 셰프들 뿐만 아니라 연예계 MC들의 입담과, 화려한 게스트들을 초청함으로써 자칫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요리’와 ‘경쟁’의 요소를 부담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게끔 보편화한 것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즐거운 요리의 요소를 다시 한번 크게 터트린 것이 바로 백종원의 ‘마이리틀 텔레비전’ 요리 방송이다. 외식 사업가 경력을 앞세워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쉽고 맛있게 요리를 하는 방법을 보여준 그는 하나의 요리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숙한 재료들과 방법들로 솔직하게 그만의 요리 방법을 보여준 해당 방송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걸은 다양한 요리 방송들이 현재까지도 방영되고 있다.


♥먹방의 유행 비결은 무엇인가?

‘먹방’이 크게 유행하게 된 것은 인터넷의 특성을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이 아닌 자신과 같은 친근한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온것 같다. 기존 방송은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상업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시청자들이 이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접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쪽에 더 쉽게 이입 할지는 뻔한 문제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쌍방향 소통을 진행하며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제3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함께 참여하며 더 크게 이입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최근의 TV 먹방 프로그램들 역시 친근함과 소통을 내세워 인기를 얻은 요소들이 많다. 먹방을 토크∙고민해결과 결합한 ‘밥브레스유’나 2018년을 휩쓸었던 예능인 이영자 씨가 친근한 소재의 음식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그 예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연예인들의 먹방과 달리 가릴 것 없이 거침없이 먹는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주며 유행했다. 정석으로 푸드파이터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먹방 요소를 보여준 연예인들은 꽤 있었지만 비현실적인, 예능적인 요소로 소비되었다. 이와 달리 자신과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방대한 양의 음식을 거침없이 먹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자 현실적인 재미를 안겨줬다.


♥쿡방과 먹방이 우리에게 주는 의의

때로는 문화 콘텐츠가 우리의 생활을 바꾸기도 하지만, 문화 콘텐츠가 우리의 생활을 따라 가기도 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쿡방과 먹방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이 쿡방과 먹방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쿡방과 먹방이 유행하게 된 것은 우리의 미숙함과 외로움을 어느정도 반영한 문화가 아닐까?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음식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 속 ‘먹방’과 ‘쿡방’의 인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쿡방을 통해 요리를 매개로 휴식을 가지고, 먹방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야 말로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