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비일상, 여행도 유행 따라

  • 417호
  • 기사입력 2019.04.14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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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이 힘들어지면 비일상을 찾곤 한다.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 무엇일까?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반복되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비일상을 선사한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마음 내킨다고 아무 때나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인지, 여행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욕구의 대체재가 되어왔다. 어릴 적 주말마다 보던 <1박2일>, <패밀리가 떴다>를 떠올려보라.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여행 콘텐츠는 어느덧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모든 콘텐츠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여행 콘텐츠 또한 문화 흐름을 따라간다. 기존의 버라이어티 예능을 벗어나 힐링 예능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며,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브이로그’라는 새로운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성균웹진과 함께 여행 예능 속 숨겨진 문화 흐름을 따라가보자.


♥리얼 버라이어티 여행 예능의 시작 - <1박 2일 시즌 1>, <패밀리가 떴다 시즌 1>

여행 예능의 ‘레전드’가 아닐까 싶다. <1박 2일 시즌 1>의 유행어 ‘버라이어티 정신’은 당시 예능 흐름 자체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예능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상황에 기반한 해프닝을 담는 버라이어티 예능이 유행했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정해진 포맷을 고수하던 기존 예능과 정반대로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는 형식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박 2일 시즌1>과 <패밀리가 떴다 시즌 1> 역시 이러한 유행에 맞춰 제작된 예능이다. 그 배경으로 다양한 여행지를 선택한 것은 이른바 ‘신의 한수’였다. 매번 다양한 국내 여행지를 방문하며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통한 웃음을 선사한 여행 예능은 여행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잔잔하고 차분한 ‘다큐멘터리’스러운 이미지로 인식되던 여행이 즐겁고 자유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여행 예능의 시초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버라이어티 추구가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관찰 여행 예능 - <꽃보다 할배>, <아빠 어디가?>, <삼시세끼>

앞서 말한 <1박 2일 시즌1>의 성공에는 담당 PD 나영석의 새로운 시도가 한 몫 했다. 그는 이후 다시 새로운 여행 콘텐츠 형식을 만든다. 대본을 최소화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넘어 제작진의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한 채 출연진들을 관찰하는 ‘관찰 예능’이 시작되었다.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다양한 관찰 예능이 유행했다. 이러한 형태의 여행 예능이 성공한 것은 시청자들이 피로감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한 몫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다시금 고착화되었고, 경쟁과 상황극을 통한 웃음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준 것이다. 힘들게 현실을 살아가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연예인들의 버라이어티 쇼는 공감을 사기 힘들었고, 일상적인 여행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관찰 여행 예능이 유행했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웃음과 힐링을 찾던 시청자들의 욕구가 관찰 여행 예능을 통해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아빠 어디가?>와 <삼시세끼>의 경우 육아와 요리라는, 시청자들이 공유하기 쉬운 콘텐츠를 여행과 결합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과 재미를 자아냈다.


♥시청자도 즐길 수 있는 평범한 여행 콘텐츠 - <짠내투어>, <뭉쳐야 뜬다>

아무리 관찰 예능이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한 여행을 통해 공감 요소를 높인다 한들, 일반인들의 여행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한 것이 <짠내투어>, <뭉쳐야 뜬다>와 같은 여행 콘텐츠이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더욱 더 값싼 비용으로 여행을 즐기는 방법, 패키지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보여줬다. 경제적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과 여행사를 통해 일정이 패키지 여행을 자주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유익한 생활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짠내투어>의 경우 경기 불황으로 소비를 줄이고자 했던 사회적 흐름을 정확히 겨냥했다. 기존의 여행 콘텐츠는 부유한 연예인들이 제작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부담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러한 포맷을 뒤집어 비싼 돈을 내지 않아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짠내투어>는 시청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되었다.


♥지친 일상을 비일상으로 달래다, 힐링 여행 - <효리네 민박>

관찰 예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힐링 여행 예능이 아닐까 싶다. 관찰 예능에서 ‘힐링’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킨 형태이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은 ‘힐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힐링’을 주제로 삼은 힐링 여행 예능은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억지 웃음과 감동을 연출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얻는 휴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효리네 민박>은 특히 다양한 일반인 출연자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힐링’ 욕구를 해소시켜줬다. 시청자들은 자신과 닮은, 현실을 살아가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휴식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연예인 출연진들의 역할 또한 관찰 대상이 아니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맞이하고 위로하며, 휴양지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힐링을 위한 일종의 힐링 수단이자 매개체가 된다. 철저히 ‘힐링’을 겨냥한 이 예능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일반인들의 여행기 – 여행 브이로그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1인 미디어의 성장이 이뤄졌다.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전하는 ‘브이로그’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탄생한 미디어 콘텐츠다. 여행은 이러한 새 미디어 콘텐츠에 자주 사용된다.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여행 브이로그, 교환학생 브이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들은 일체 등장하지 않고, 평범한 크리에이터들의 여행기, 교환학생기를 엿볼 수 있다. 100% 일반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여행 콘텐츠는 현실적인 공감과 도움이 된다. 특히 교환학생 브이로그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접근성 또한 쉽다. 클릭 한번으로 쉽게 여행 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며, 댓글을 통한 소통으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양방향 매체의 정점으로서 여행을 접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을 엿보다 - <윤식당>,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현지에서 먹힐까>

몇 년전부터 외국에 나가 한국의 문화를 시도해 보거나,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을 보여주는 콘텐츠 역시 인기다. <윤식당>, <현지에서 먹힐까>는 외국에 나가 한국의 요리를 영업한다. 시청자들은 이 과정을 보며 한국 문화가 외국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소비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이와 반대이다.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들을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관찰한다. 해당 방송들은 단순히 외국 문화를 체험하던 기존 포맷을 넘어 한국 문화를 외국에 접목시켰다.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모르고 지나쳤던 한국의 모습을 돌아본다. 자국의 문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엿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른바 ‘국뽕’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한류 문화가 더욱 성행하면서 한국의 정체성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문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었다는 지적을 생각해보면 조금 씁쓸한 콘텐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