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우리는 준비가 되었을까?

  • 425호
  • 기사입력 2019.08.14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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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해도 생소했던 키오스크. 이제는 되려 키오스크가 없는 가게들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지난해,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무려 2,500억원까지 달했다. 햄버거 하나를 사 먹더라도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해야 되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손짓 한번으로 햄버거를 손쉽게 먹지만 누군가는 돈이 있어도, 햄버거를 먹고 싶어도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없다. 우리의 일상에 편리함을 주기 위해 도입된 키오스크와 무인 결제 시스템이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 키오스크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일까?


‘키오스크(kiosk)’?

 ‘키오스크’란 본래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정보∙통신 서비스를 통해 각종 행정 절차, 상품 정보, 이용 방법, 주문 및 예약을 제공하는 무인 단말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지하철의 교통 카드 충전 및 일회용 교통 카드 발권 기계, 은행의 ATM 기계 역시 키오스크다. 키오스크란 단어의 생소함 때문에 몰랐지만, 생각보다 우리와 키오스크의 인연은 깊었다.


키오스크가 우리에게 준 편리함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일손을 줄이고 인건비를 줄여 보다 더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대부분 업체들이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는다면, 굳이 주문 받는 데에 인력을 할당할 필요가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대면을 통해 이른바 ‘감정 노동’을 하는 직원들의 고충 역시 덜 수 있을 것이다.


고객 역시 직원과의 대면을 통해 받는 부담감을 덜 수도 있다. 몇몇 요식업체 특유의 복잡한 주문 방식 때문에 주문을 꺼리는 고객들에겐 특히 반가울 일이다. 영업 시간이 지난 후에도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늦은 밤, 급하게 은행에 볼 일이 생겼을 때 ATM기계를 통해 업무를 해결했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친절하지만은 않은 키오스크

 하지만 이 키오스크가 모두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다. 직접 터치 스크린을 통해 셀프로 주문해 결제하는 방식은 중∙장년층에게 절대 쉽지 않다. 특히 장년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알아보기 힘든 UI에, 모르는 외국어, 읽기 힘든 작은 글자, 버벅거리는 사이 시간 초과로 초기화되는 시스템까지. 사용 방법을 UI로 알려주긴 하지만, 터치 하나도 벅찬 마당에 주문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직원들에게 가보지만, 돌아오는 직원의 반응은 “주문은 저쪽에서 해주세요”일 뿐이다. 결국 노인들은 ‘안 먹고 말지’하며 가게를 나온다. 


장애인에게도 키오스크로 주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히 터치 스크린으로 이루어진 주문 방식에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존재가 지워진 꼴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은 또 어떻게 화면을 터치한다는 말인가? 성인이 똑바로 서야 마주 볼 수 있는 높이의 키오스크는 그들에게 너무 높은 산이다.


 기술의 진보를 마냥 탓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기술의 진보가 모든 이들을 고려하지 못한 채 빠르게 독주하고 있다. 키오스크로 불편을 겪고 있는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기술이 발전하며 하루가 빠르게 변하는 지금이야말로 소외당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늙었거나, 다르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효율과 속도만 따라가다 보면 결국 늙어버린 우리가 다시 소외를 당하게 될 것이다. 소외되는 이 없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기술의 특권을 누릴 수 있어야 기술 진보의 진정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버거운 무인화 시대. 지금이라도 사회적인 대책과 배려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