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내 인생 사진, 셀프 사진관

  • 449호
  • 기사입력 2020.08.11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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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인생 사진을 기대하고 오랜만에 사진관을 방문했건만, 카메라 앞에서 한없이 어색한 웃음만 짓다 아쉬운 결과물을 얻은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충에 공감했던 것인지, 요즘은 직접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마음에 드는 순간에 맞춰 셔터를 누르는 셀프 사진관이 하나 둘씩 자리잡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은 요즘 대세인 셀프 사진관에 대해 알아보자.


셀프 사진관의 형태로 우리에게 가장 먼저 친숙해진 장소는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사진 부스 ‘인생네컷’일 것이다. 2017년 5월 처음으로 등장한 인생네컷은 2장당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4컷의 개성 있는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출력할 수 있어 대중들의 폭넓은 관심을 얻었다. 이후 관련 사업이 한둘씩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배우와 모델 등 유명인, 만삭의 모습을 남기고픈 임산부, 특별한 졸업 사진을 간직하고픈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셀프 사진관을 찾아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셀프 사진관이 대중들을 단기간에 사로잡는 데 성공한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자.


#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 바로 ‘나’

동네 사진관에서, 그동안 우리는 카메라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자세를 바꾸며 표정을 지어왔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 탓에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기 어렵다는 사람 또한 적지 않았고, 사진 속 본인의 경직된 표정과 부자연스러운 각도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셀프 사진관에서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포즈를 취하고, 표정을 바꿔가며 다양한 사진을 남기기 쉽다. 나의 황금 각도와 표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나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순간에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으니 사진에 대한 만족도는 자연히 올라간다. 잘 나온 사진을 보니 돈이 아깝지 않고, 이는 재방문과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가장 주된 이유가 된다.


10주년 기념으로 셀프 사진관에 방문한 걸스데이


# 셀카와는 또 다른 느낌

  사실 촬영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현대 사회에서 내 모습을 찍고 기록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셀카’, 영어로는 ‘selfie’, 이제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익숙한 단어가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사진관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셀카’와 셀프사진관을 찾아 찍는 사진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요즘 흔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셀카는 분명 내 모습을 담는 사진이긴 하지만, 따로 보정을 설정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필터와 미용 효과가 처음부터 적용되어 있어 나 자신의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진관용 카메라 앞에 서 카메라에 비친 나를 바라보면 거울로만 바라볼 수 있었던 ‘있는 그대로의 나’가 나타난다. 촬영실에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취하며 촬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색다른 어색함과 함께 감정의 복받침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이제는 언제든 찍을 수 있는 일상적이고 흔한 느낌의 셀카와는 다르게, 셀프 사진관에서는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는 직접 무언가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Z세대의 특성과도 맞물려 젊은 세대로부터 더욱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신 윤지성, 이우진, 김현우, 정시현의 네컷사진


# ‘사진’의 놀이화, SNS의 활성화

아날로그 방식으로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연희동 사진관’이나 ‘북촌 사진관’, 개성 있는 증명사진으로 입소문을 탄 논현동의 ‘시현하다’ 등 뚜렷한 개성과 특색의 사진이 어느 때보다 관심 받고 있고, 사진을 찍기 위한 전시회가 따로 마련될 만큼 사진의 중요성이 다른 분야를 압도하는 지금, 질 좋고 예쁜 ‘나’의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셀프 사진관을 방문하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귀찮은 일이 아닌 즐겁고 기대되는 일이다. 또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활성화로 프로필 사진이나 각종 사진들이 이전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된 것도 셀프 사진관의 활성화 원인 중 하나이다. 자신을 가장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각종 ‘사진’들에 민감해진 사람들은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셀프 사진관으로의 방문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셀프 사진관 시장을 발전시켜 왔다. ‘혼자’하는 것이 점점 우리의 삶에 어느 때보다 깊게 들어오고, ‘사진’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지금, 셀프 사진관은 분명 편리하고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전통적 형태의 사진관과 셀프 사진관 각각의 매력과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셀프 사진관이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 해온 전통적 사진관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하나의 핵심적인 트랜드로 자리잡을지는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가올 약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셀프 사진관을 조심스레 추천한다.



기사 일부 출처 : https://1boon.kakao.com/goodjob/5bf75fbd6a8e510001fd00c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