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부캐’로 통한다

  • 450호
  • 기사입력 2020.08.27
  • 취재 이솔희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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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선보인 ‘싹쓰리’ 프로젝트가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유재석, 이효리, 비가 각각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그룹을 결성한 것이다. 이미 연예계에서 톱스타에 위치한 그들이 신인으로 돌아가 활동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예능계에 불고 있는 부캐 열풍과 멀티 페르소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부캐’란?


 부캐는 게임 용어 ‘부 캐릭터’에서 유래한 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주력해서 키우는 캐릭터를 ‘본캐릭터 (본캐)’로 칭하는데 부캐는 색다른 플레이를 원할 때 활용하는 캐릭터이다. 최근 들어 그 의미가 넓어지면서 기존의 인물이 그와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되어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재석의 유산슬, 유케스트라, 유라섹 등 또는 김신영의 다비이모, 그리고 박나래의 조지나가 있다.


-왜 사람들은 ‘부캐’에 환호하는가? 부캐가 선사하는 즐거움


 때로는 ‘부캐’의 인기가 ‘본캐’의 인기를 넘어서기도 한다. 한 사람이 다양한 자아를 가지면서 보여주는 다양하지만 허술한 설정이 대중의 흥미를 자극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이 실제 인물과 캐릭터를 분리해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부캐 도전이 그 자체로 새로운 놀이 문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참신한 발상과 노련한 연기로 탄생한 새로운 캐릭터를 소비하면서 즐거워한다. 일례로 김신영이 변신한 ‘둘째이모 김다비’는 빠른 45년생 신인 가수 컨셉의 캐릭터다. 봉긋한 머리와 화려한 색의 의상, 치아에 묻은 립스틱까지 어딘가 친근하면서도 웃긴 모습이다. 컨셉에 딱 맞는 유쾌한 입담으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트렌드 코리아 2020’이라는 책에서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여러 부캐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연예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흔한 모습이 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여러 사회적인 맥락을 반영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직장에서의 ‘나’와 퇴근 후의 ‘나’가 다르고 온라인상의 ‘나’와 오프라인상의 ‘나’도 다른 모습을 가진다. 마치 연극배우가 캐릭터에 따라 여러 가면을 쓰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부캐와 멀티 페르소나 모두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앞으로 더 다양하게 나타날 이 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해보자.


※ 참고자료

‘유두래곤, 린다G, 비룡 ‘부캐 열풍’ 게임 용어에서 문화 현상으로’, 오시영 기자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예능계는 지금 ‘부캐’열풍, 남유정 기자

김난도 외 9명의 저자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트렌드 코리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