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한걸음, ‘비건’

  • 455호
  • 기사입력 2020.11.09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 조회수 5227

 지난 11월 1일은 세계 비건의 날이었다. ‘비건’이라 하면 그것의 영문 표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채식 혹은 채식주의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비건은 여러 종류의 채식 중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 실험을 거친 음식도 먹지 않고 채식만 하는 가장 엄격한 단계를 지칭한다. 현재 전 세계 채식인구는 1억8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 명, 그중 비건 인구는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제 비건은 ‘채식’이라는 단순 먹거리의 문제뿐 아니라 비건 패션, 비건 뷰티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외연이 확장되었으며, 어느덧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박쥐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권,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기에 비건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커지는 추세이다. 오늘은 다양한 형태의 비거니즘에 대해 알아보자.


# 비건 푸드



 많은 사람들이 비건을 실천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로, 단지 육류뿐만 아닌 달걀, 우유,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만을 취급한다. 젓갈이 들어간 김치나 우유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아이스크림 등 본래 비건이라면 섭취할 수 없었을 음식들도 여러 기업들과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비건’ 식품으로 하나둘 출시되고 있어 메뉴 선택에서의 제약이 좁혀지고 있다. 신촌의 수수밭, 연남동의 수카라 등 대중들의 발걸음이 잦은 지역에서도 비건 레스토랑이 핫플레이스로 하나둘 자리잡고 있으며, 2년째 비건 요리 브이로그를 운영하는 유튜버 '아모르베지'는 유튜브에서 밀고기장조림, 어묵 맛 두부 크로켓, 채식 짬뽕 등 채식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공유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으로 맛있는 향기와 식감을 위해서 꼭 동물성 재료를 써야 하는 건 아니며, 비건 요리도 맛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비건 패션


(기사와 무관한 사진)


 의류 분야에서도, 공정 과정이 친환경적이고, 동물을 희생하지 않는 패션인 비건 패션이 각광받고 있다. 비건 패션에서는 동물의 털로 만들어진 의류(양모와 거위털 패딩 등)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데,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최소 30마리에서, 많게는 70마리까지의 밍크의 가죽이 필요하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설명일 만큼 의류 산업권에서의 동물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패션의 공정 과정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소비자들의 의식에 발맞추어 이른바 ‘비건 패션’을 선언하는 유명 브랜드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명품 브랜드 코치(COACH)의 조슈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9년 가을에 출시하는 제품부터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구찌, 스텔라맥카트니도 유사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최근 ‘프록시엘 (PROXY.L); 동물 가죽 대체’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신생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 비건뷰티


(기사와 무관한 사진)


 동물성 원료 사용과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뷰티' 화장품은 이제는 성분부터 기능까지 일반 화장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발전해왔다. 동물 실험을 반대하기만 한다고 해서 모두 비건 화장품으로 분류될 수는 없으며, 비즈왁스, 동물성 글리세린, 달팽이 점액 등의 동물성 원료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야만 진정한 비건 화장품으로 불릴 수 있다. 따라서 비건 인증은 동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원료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만 부여되기 때문에 동물 보호뿐 아니라 피부에도 자극이 보다 적다는 장점이 있다. 비건 화장품 중 색조 제품은 그 발색력과 지속성 테스트를 위해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기가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천연원료를 사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표적으로 `깨끗한 아름다움(Clean Beauty)`를 지향한 화장품 브랜드 디어달리아는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메이크업 브랜드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에게는 입욕제로 익숙한 러쉬 또한 자연주의 모토를 내세워 동물실험 반대와 천연 원료 사용을 지향하는 브랜드이다.



포털 사이트 ‘비거닝’ 메인 화면 캡처


이처럼 비건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지하고 비건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생활 습관을 버리고 한 번에 비건이 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나의 삶에서 작은 부분들을 조금씩 바꿔 가며 비건의 삶을 진행하는 일이야말로 비건의 시작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 비건이 바라보는 세상에 관심이 생겼다면 한 번에 완벽한 비건을 꿈꾸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일들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자료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고기는 NO! 채식주의 (재미있는 음식과 영양 이야기, 2014. 4. 18., 현수랑, 박재현, 김초일)

포털 사이트 비거닝 https://veganing.co.kr/

[출처: 중앙일보] 11월 1일 비건의 날, 채식을 처음 시작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