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잇는 전통

  • 456호
  • 기사입력 2020.11.25
  • 취재 이솔희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 조회수 5354

 Fusion(퓨전),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든 것’을 뜻하는 단어이다. 최근 우리의 것, 전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를 재해석해 선보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퓨전 문화의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또 우리는 어떤 자세로 그것들을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성균웹진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 대한 내용을 담아보았다.


# 퓨전 판소리

 지난 여름, 유튜브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영상이 있다. 바로 한국관광공사와 이날치, 그리고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한국 홍보영상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댄스팀은 “범 내려온다”라는 퓨전 판소리 음악에 맞춰 서울 곳곳을 누비며 익살스러운 춤을 춘다. 중독성 있는 비트의 국악에 세련된 군무가 더해져 세계인의 호응을 받게 되었다.


 특히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엄청난 중독성으로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전통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에 락 밴드의 연주가 더해져 조화를 이룬다. 베이스 기타와 드럼이 기존 판소리에서 고수의 장단과 추임새를 대신한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판소리가 이제는 ‘조선의 힙’이라는 별명을 얻어 많은 사람이 흥얼거리는 모두의 음악이 되었다.



# 퓨전 한복



 지난 추석 연휴,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렸다.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보자는 취지에서 문화재청이 제안하여 진행된 공연이다. 여기에서 방탄소년단의 화려한 퍼포먼스,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그들이 무대의상으로 선보인 ‘한복 정장’이다. 한복의 옷감, 색감, 문양, 자수 등 고유 특징을 일상복과 결합함으로써 보다 현대적인 한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이 화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K-pop 스타, 모델, 스포츠 선수 등 많은 사람이 퓨전 한복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퓨전 한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퓨전한복은 전통한복의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것을 넘어서 개량을 하기 때문에 한복 고유의 멋과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반대 입장이 나오는 것이다. 다양한 개인의 개성을 담으면서 한복을 현대화하고 더 나아가 세계화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 퓨전 굿즈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 공식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다음으로 살펴볼 퓨전 문화는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선보인 굿즈다. 마스크, 머그컵, 파우치, 등의 물건에 전통의 멋을 더했다. 그 중 최근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고려청자 에디션’으로 선보인 상품이다. 에어팟, 휴대폰 케이스에 고려청자의 색과 문양을 입혔다. 청자상감국화문잔탁과 국보 제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활용해 특유의 비색과 국화문양을 재현해냈다. 우리나라 전통의 멋을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었다.


 이 외에도 각종 문화재를 활용해 일상의 물건에 멋을 더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니 관심이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https://www.museumshop.or.kr)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퓨전 한옥



 마지막으로 소개할 퓨전 문화는 바로 한옥이다. 최근 들어, 멋스러움과 옛스러움이 담긴 한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옥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해 전보다 편리한 퓨전 한옥이 등장하게 되었다.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도 한옥 인테리어를 사용하며 그러한 가게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옥이 주는 따뜻함에 현대적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독특한 감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퓨전문화가 있다. 옛 것을 계속 기억하면서 많은 사람이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도가 지나쳐 전통문화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역사와 전통을 원래 모습 그대로 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 영향에 따라 문화가 변화하는 것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것을 지켜내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문장처럼 우리의 문화가 이룰 세계화를 기대해보자.



출처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 스포츠 경향, 강석봉 기자

“BTS가 공연때 입어 전세계서 시선집중…외국인도 입기 편하게 한복 재해석했죠”, 매일경제, 이영욱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