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아도 알아요,
비대면 팬덤 플랫폼의 확산

  • 462호
  • 기사입력 2021.02.25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6339

다양한 문화생활의 카테고리 가운데 아티스트(연예인)와 그의 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팬덤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소통이 대체적으로 일방향성을 띄고 있을지라도,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통해 본인의 애정에 효용을 느끼고 그 애정의 정도를 유지한다. 팬 사인회에서의 대화와 같은 직접적인 방법에서부터 SNS에 업로드되는 안부 메시지까지. 대한민국의 아티스트와 그들의 팬덤은 각자만의 소통 방식으로 미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0년 1월 유례없던 대규모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콘서트, 팬미팅 등의 대면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기에 이른다. 구멍이 난 숟가락으로는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없듯 대면 행사 없는 팬덤문화는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없기에, 엔터업계는 비대면 행사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팬덤에게 색다른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는 다양한 소통 플랫폼을 출시 중이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팬데믹이 불러온 색다른 방식의 팬덤 소통 방식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아티스트와 친구처럼 주고받는 메시지 서비스: 디어유 버블(DearU bubble)

지난 2020년 출시된 비대면 팬덤 플랫폼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서비스는 바로 ‘디어유 버블(DearU bubble)’일 것이다. 

‘디어유 버블’이 서비스되고 있는 플랫폼 ‘Lysn’은 2019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디어유 버블’의 서비스 이후 2분기에만 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DearU bubble은 ‘최애(사용자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직접 작성하는 개성 넘치는 프라이빗한 메시지를 수신하는 서비스’다. ‘디어유 버블’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기존의 소통 플랫폼과 구분되는 차별화된 소통 메커니즘 덕분이다. 기존 온라인상의 아티스트-팬덤 소통은 아티스트가 소통 플랫폼에 글을 게시하고 팬들이 그 글에 일정한 반응을 하는 메커니즘을 띈다. 아티스트의 글 게시와 팬들의 댓글(반응)로만 이루어진 소통 구조라는 점에서 팬들은 본인의 댓글(반응)이 가지는 효용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댓글이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으로 ‘선택’받지 않는 이상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이와 다르게, ‘디어유 버블’의 소통 인터페이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카카오톡 등)와 크게 닮아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디어유 버블’은 아티스트가 채팅창에 전체메시지를 보내면 팬들에게 알림이 전달되고, 팬들은 아티스트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는 형태이다. 기존의 글-댓글이 가지는 일방적인 위계를 시각적으로 덜어내고 아티스트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만 같은 감상을 주면서 팬들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만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디어유 버블’ 서비스는 현재 FNC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의 소속사에도 도입되어 운영중이다. ‘디어유 버블’ 서비스 외에도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Universe)’,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IZ*ONE Private Mail)’ 등의 플랫폼에서 역시 이와 같은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물론 단점 역시 존재한다.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답장이 악의적인 메시지와 비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답장으로 전송하지 못하도록 설정해두었을지라도, 모든 답장을 검열하지 않는 이상 아티스트가 비방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방구석 1열 콘서트: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

전국의 학생들이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처럼, 콘서트를 비롯한 많은 공연들 역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작년 6월 중계된 그룹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동시 접속자 수 75만명 가량을 기록하며 220억 가량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콘서트로 인한 굿즈 수익과 광고 효과를 고려한다면, 시대에 걸맞는 팬덤 문화 기획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코로나 이후의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는 기존의 온라인 공연 영상 스트리밍보다도 아티스트와 팬덤간의 소통에 방점을 두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에서는 실제 콘서트를 현장에서 즐기는 것처럼 공연 생중계 영상과 응원봉을 연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연 사이에 글로벌 팬들과의 소통 코너를 마련해 간접적으로나마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난 1년간의 비대면 팬덤 산업은 대면 소통보다는 아니었을지라도 분명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한 실험적인 시도가 일궈낸 유의미한 결과물이다. 아쉬운 점은, 팬과 아티스트 간의 애정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 하나의 사업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와 소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대중’문화가 가진 보편성이라는 본질을 흐리며 새로운 문화 향유자의 유입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문화 생산자와 향유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끊임없는 고민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