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글이 가져다준 힐링, ASMR에 대해서

  • 467호
  • 기사입력 2021.05.11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4524

바삭! 리츠 크래커! 과자의 바삭거리는 소리와 비닐봉지의 바스락 소리를 필요 이상의 좋은 음질로 들려주는 광고를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취준생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진통제 ‘그날엔’ 광고와 소리만 듣고 무슨 소리인지 맞히는 민감성을 테스트하는 ‘닥터벨머’의 민감남녀 연구소 광고 또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광고의 공통점은 모두 ASMR을 활용한 광고라는 점이다. 위의 광고는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몇 백만 조회 수를 달성하고 있으며 일부러 광고를 찾아서 듣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ASMR의 꾸준한 인기의 원인을 살펴보기 앞서 ASMR 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RITZ KOREA 유튜브 채널 ‘소리로 먹는 리츠 크래커 - ASMR 체험’

ⓒ그날엔돌핀 유튜브 채널 ‘그날엔 디지털 취준생편_30’


◇ ASMR은 무엇인가?

ASMR 이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이며 ‘자율 감각 쾌락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07년 미국의 스테디 헬스 (Steady Health) 라는 웹사이트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제니퍼 알렌에 의해 ASMR이라는 용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위 개념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의된 개념은 아니었으며 ‘트리거’라고 지칭하는 부드러운 청각적 자극을 주었을 때 ASMR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기분 좋은 쾌감인 ‘팅글’을 설명하기 위해 생긴 용어였다.  초기의 ASMR 개념은 소리 자체만을 지칭했지만 현재는 쾌감을 주는 소리와 그 소리로 인해 느끼는 자극과 경험까지 모두 통틀어 나타내는 개념이다. 스트레스 해소, 즐거운 쾌감, 집중력 강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주로 수면 및 집중의 목적으로 소비하는 청각 콘텐츠다.


◇ 온라인 영상 플랫폼 속 ASMR

ASMR 영상 콘텐츠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나 손톱으로 사물을 천천히 두드리는 소리 등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두드리거나 문지르는 소리의 마찰을 담는 유형이 있다.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거나 책이나 가사를 읽는 입소리를 담는 유형도 있다.  특정한 상황을 설정 아래에 대화나 연기를 하는 롤플레이 형태의 영상도 있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콘텐츠다. 예를 들어 피부관리 숍에 방문한 것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피부관리를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동시에 영상에 등장하는 화장품 소리, 스펀지 소리, 물소리 등을 다른 소음 없이 1시간 남짓 들려주는 방식이다. 주로 우리의 일상 속에 조용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들을 배경으로 다뤄 마음이 안정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바로 옆에서 대화를 건네거나 소리를 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실감 나는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느린 동작과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해 안정감을 배로 느끼도록 한다.


ASMR 콘텐츠는 기존 소비하던 영상 플랫폼 영상들과 달리 시각적 자극보다 청각적 자극에 크게 집중하고 부드러운 자극을 유발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곤 한다. ASMR 콘텐츠의 목적인 ‘팅글’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 


하지만 ASMR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ASMR을 듣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찾아 듣기 때문이다. 불면증 해소를 위해 ASMR을 듣는 경우 수면의 어려움이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면을 위해 ASMR의 도움에 의존하곤 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ASMR을 들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긍정적인 경험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ASMR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높다. 


두 번째 이유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사이에서 시각이 아닌 청각적 자극에 중점을 두어 차별성이 있다는 점이다. 영상 콘텐츠 속 소리의 자극이 주는 의외성은 신선한 효과를 선사하므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장기간 화면에 노출되는 탓에 눈에 피로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귀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피로도를 덜어준다. 게다가 ASMR이 다루는 소리는 작고 부드러운 소리이기에 콘텐츠 소비자들의 집중을 이끌기 쉽고 몰입력이 뛰어나다.


◇ 다양해지는 ASMR 활용 분야

ASMR은 국내에서 2015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힐링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콘텐츠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ASMR 전업 유튜버가 개설한 전문 채널은 30만 개에 육박하며 관련 콘텐츠는 천 만개를 뛰어넘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꼭 전문 채널이 아니더라도 ASMR의 꾸준한 인기를 활용해 단독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의 경우 개인 채널 혹은 소속사 채널을 통해 이벤트로 ASMR 콘텐츠를 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해 팬들과 가까워질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활동 홍보 및 인터뷰에도 ASM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매니지먼트숲 유튜브 채널 ‘스포숮 컴백’

ⓒM2 유튜브 채널 ‘[팅글인터뷰] 마마무 문별&휘인 편’

 

ASMR의 시작은 온라인 플랫폼이었지만 현재는 TV 광고와 프로그램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ASMR을 이용한 광고는 기존 시각적인 자극으로 대결하던 광고와 달리 색다른 호기심을 이끌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소리가 주는 기분 좋은 쾌감 덕분에 광고를 끝까지 시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으며 일부러 광고를 찾아보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와 같은 광고는 반복적으로 노출해도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고 기억에 남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ASMR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가장 먼저 ASMR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부분이 먹방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과 함께 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경우 두 감각의 시너지 반응으로 실감 난 표현이 가능해져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ASMR은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오디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라면 어디에나 적용이 가능해서 팟캐스트, 라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이 용이하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ASMR이 ‘찾아보는’ 콘텐츠에서 나아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편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휴식과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ASMR을 통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마음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음으로 ASMR의 인기는 꾸준할 것이다. 앞으로 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더욱 세밀한 자극까지 담을 수 있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팅글이 주는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