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 실천을 위한 슬기로운 소비생활

  • 469호
  • 기사입력 2021.06.13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4972

6월 5일은 UN에서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적으로 지정되어, 한국에서는 1996년부터 환경의 날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의 날을 맞아 여러 브랜드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다회용기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영상이나 포스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환경 보호라는 표현에  ‘환경’이라는 단어의 넓은 의미 때문인지 아니면 ‘보호’를 거창한 개념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환경보호를 실천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어렵기만 한 일이 아니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개념은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구에 유해한 쓰레기를 남기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물건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에코백과 텀블러

일상 속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으로 비닐 혹은 종이로 만들어진 일회용기 대신에 에코백을, 플라스틱 혹은 코팅된 종이컵 대신에 텀블러를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 에코백과 텀블러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화된 제로 웨이스트 제품이다.  이미 대중화된 만큼 예쁜 디자인의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에코백과 텀블러를 구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만약 다회용품을 구매한 후 여러 번 사용하지 않는다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에코백과 텀블러가 실질적인 친환경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제품을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2. 대나무 칫솔

2개월 남짓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칫솔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데에는 500년가량이 소요된다. 칫솔은 많은 사람들이 단기간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라는 점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기존의 칫솔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칫솔모는 양치질을 할수록 마모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이와 달리 대나무 칫솔의 칫솔대는 대나무다. 대나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식물이라 원자재 공급과 속도가 빠르고 지속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칫솔모는 완벽하게 자연분해 되면서 칫솔 기능을 제대로 하는 소재가 없어 현재 연구 중이다. 대나무 칫솔은 완벽히 재생 가능한 물품이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소각되고 매립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칫솔보다 분해가 빨라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적다. 한편, 사용을 마친 대나무 칫솔은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버려야 한다.


▲출처: 지구샵 홈페이지



3. 고체 치약, 고체형 샴푸 (샴푸바)

고체형 치약과 샴푸는 조금 낯선 제로 웨이스트 상품일 것이다. 지난 4월 종영한 ‘윤스테이’에서 투숙객들을 위한 친환경 어메니티로 소개되면서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치약과 샴푸는 주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생산되고 있다. 치약 중 짜는 형태의 튜브는 단일 플라스틱 소재로 구성되어 있지 않거나 얇은 알루미늄으로 덮여 생산되는 일이 많다. 내부를 깨끗이 비우기가 어려워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중 하나다. 샴푸도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용기 겉면에 라벨 스티커가 붙어있거나 색깔을 띠는 단단한 용기일 경우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체형 치약과 샴푸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고체 치약은 고체 치약 한 알을 잘게 씹은 뒤 거품이 나기 시작하면 칫솔질을 하면 된다. 고체 샴푸의 사용 방식은 망에 넣어 거품을 내거나 비누처럼 손으로 비벼서 거품을 내서 사용하면 된다.  


▲ 출처: 알맹상점 인스타그램(위 사진)과  아로마티카 홈페이지(아래사진)



4. 다회용 빨대

최근 몇 년 사이에 음식점과 카페에서 제공하는 빨대가 플라스틱에서 종이 소재로 바뀐 것을 몸소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잘 썩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소재인 점은 맞지만 종이 빨대가 재활용 쓰레기 선별과정에서 누락되는 일이 대부분이며 음식물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해 완전히 친환경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빨대는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등 여러 소재로 제작되고 있는 다회용 빨대 사용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회용 빨대는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제 때 쓸 수 있다는 점과 항상 세척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 과정에서 빨대를 담아야 하는 가방이나 세척 시 필요한 솔 등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쓰레기를 더 만드는 소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친환경 소재인 돈모나 식물모로 제작된 세척 솔과, 빨대 휴대를 위한 린넨 파우치까지 한 번에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최대한 덜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5. 허니 랩

허니 랩은 비닐 봉투와 비닐 랩의 대안으로 제시된 포장 팩의 한 종류이다.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꿀벌의 벌집에서 채취한 밀랍과 함께 송진, 코코넛 오일, 오가닉 면 등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음식물이 묻으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 봉투나 비닐 랩과는 달리 허니 랩은 여러 번 세척해서 재사용 할 수 있어서 6개월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허니 랩은 사용이 완료되면 일반쓰레기 배출을 통해 버리면 되며 그대로 생분해 되는 제품이어서 친환경적인 포장재이자 비닐 소재의 효과적인 대안이다.


▲ 출처: 허니 랩StickyHoney Wadiz 구매 페이지



물론 제로 웨이스트 생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되는 제품을 앞서 소개했지만 당장 쓰고 있던 물건들을 버리고 새롭게 구매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물건을 깨끗하게 사용 완료 후 새롭게 물건을 구매해야 될 때 제로 웨이스트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방법이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소비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 이외에 일반적인 소비 생활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포장에 유의하기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비닐 재질의 테이프와 봉투, 완충재(뽁뽁이)는 한 번만 쓰고 버려지며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으므로 과잉 포장에 유의해야 한다. 비교적 친환경적인 종이 재질의 포장재를 활용하는 법과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완충재 등을 활용하면 불필요한 일회용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불가피하게 나오는 포장재와 완충재는 깨끗이 정리해 우체국에 가져다 주면 재활용이 가능하다.


2. 배달음식과 즉석 식품보다는 집밥

배달 음식을 시킬 경우 대부분 음식점은 음식을 담는 그릇부터 식기도구까지 모두 일회용품을 사용하곤 한다. 음식물이 깔끔히 제거되지 않은 일회용품 식기는 일반쓰레기로 분류되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회용품 소비가 많은 배달음식 주문을 하거나 겹겹이 포장된 즉석식품을 먹기 보다는 집밥을 먹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다.


3. 중고거래 이용

새로운 물건을 사기에 앞서서 혹은 쓰던 물건을 처분하기에 앞서 중고거래를 하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 소비다. 물건 하나를 제작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폐기물이 발생하기에 새로운 물건을 사고 버리기를 반복하기 보다는 중고거래를 통해 새로운 제품 소비도 줄일 수 있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처음에는 일상 곳곳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해서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시작하기에 앞서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 속 작은 부분부터 쓰레기를 줄이고자 의식하고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첫 걸음이다. 결국 우리가 버린 쓰레기에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 것도 우리이기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쓰레기 문제 개선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서 동시에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기업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 요소 중 탄소 배출, 폐기물 관리, 에너지 효율 등의 친환경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환경의 날을 맞아 SNS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들을 밝혔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해 협력하고자 한다면 환경을 위한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