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달 특집 기획] 낭만과 현실 사이,
독립서점 ‘후란서가’를 만나다

  • 476호
  • 기사입력 2021.09.28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4347

점차 하늘의 뚜껑이 열리고, 연어는 지난 가을의 기억을 새겨 넣은 알을 산란한다. 숨만 들이쉬어도 가슴께가 가렵다. 이 감각에 어떻게든 이름을 붙이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찾는다. 9월이 독서의 달인 이유다.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베스트셀러 페이지를 훑어 보는 사람, 종로의 대형 서점에 방문해 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사람까지. 그 유형은 너무나도 다양하겠지만, 이번 <문화읽기>에서 다룰 소재는 바로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은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대형 문고와 다르게 책방 주인의 색깔이 묻어나는 소규모 책방이다. 독립서점주들의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이야말로 독립서점을 관통하는 주된 정체성이다. 개인의 독특한 취향 탐색을 중요시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독립서점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2021년 퍼니플랜(독립출판물 전자책 발간 서비스 플랫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89곳의 독립서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2018년 조사결과에 비해 200곳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낭만의 물살을 탄 독립서점이 보이는 것만큼 이상적일 것이란 기대는 하기 힘들다. 낭만과 현실 사이, 독립서점은 과연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을까? 


성균웹진에서는 홍대 독립서점 ‘후란서가’의 서점지기이자 강사인 김후란 작가님을 인터뷰해 궁금증의 실마리를 찾아 보았다.



▶ 김후란 작가님과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후란서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세이 <나는 불행하면 글을 쓴다>로 시, 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독립출판물 작가 김후란입니다. 작년쯤 제 첫 책 <나는 불행하면 글을 쓴다>가 디자인 이음의 청춘문고 시리즈로 나온 후로 많은 분들이 제 책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원래 저는 소설가를 꿈꾸며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했고, 문예창작학과를 석사졸업했습니다. 이후 중소기업 두 곳에서 마케팅, 기획, 카피라이팅 업무를 3년 반 정도 했는데, 그 중 주업무를 담당한 건 기획입니다. 


중간에 편집자가 되기 위해서 편집자학교를 다녔다가 우연히 독립출판물을 알게 되어서 독립출판물을 내며 작가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모든 과정이 ‘소설가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믿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서점에서 2년 반 정도 글쓰기, 출판, 인쇄 등을 가르치기도 했고 ‘가가77페이지’에서 정규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후란서가’는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에 후란서가를 시작하면서 저는 제일 잘하는 게 ‘책을 추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작가가 큐레이션하는 책방을 컨셉으로 잡았어요. 향초제작자인 소화캔들과 협업하여 블라인드북을 판매했는데, 이게 코로나 시대에는 아주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잡진 못한 것 같습니다. 온라인 서점이 많은데다가 이미 컨셉형 책방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죠.


어렵게 가더라도 좀 더 컨셉추얼하게 갈 필요가 있었는데, 제가 이도저도 아닌 컨셉을 잡았다고 생각하여 이번에 ‘글쓰기 지향 서점’이라는 타이틀 아래 <문심>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책방으로 변화를 꾀하려고 합니다.


▶ 이미 체계가 갖추어진 기성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대신 직접 책방을 연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편집자 학교에서 대형문고와 온라인 책 쇼핑몰의 담당자 분들께서 해주시는 강의를 듣고 그동안의 환상이 깨졌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접속하는 온라인 책 쇼핑몰의 검색창에 회색 글씨로 흐릿하게 뜨는 광고문구조차 일주일에 얼마라는 얘기를 들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게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대형서점에 갔을 때 큐레이션이 복잡하다, 정신이 없다, 결정하기 힘들다고 느꼈던 건 돈이 개입되어있어서였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갔습니다. 반면 작은 서점에 들렀을 때 전시형으로 테마가 있거나 혹은 큐레이션이 명확할 때 짜릿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서점의 예시로는 속초의 문우당 서림, 홍대의 땡스북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런 서점들이 마음에 남기도 했고요.


저는 회사보다는 강의가 맞아서 일을 관뒀는데요, 당시 강의를 꽤 오래해서 독립서점에 제안을 했을 경우 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준비된 강의가 다 취소되자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러다보니 작업실 겸 강의를 가르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월세를 충당할 겸 서점을 열면 어떨까 하는 갑작스런 결심이 섰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성급한 판단이었죠. 뭔가에 꽂히면 무조건 해야 하는 제 성격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올해는 강의로 버티고 살았기 때문에 책 판매 수익이 좋지는 않았는데요, 월세가 더 저렴한 곳에서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책방 운영에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내부 인테리어, 분위기, 큐레이션 콘셉트 등)

책방지기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다 신경써야 합니다. 워낙 완벽주의자 성격이기도 하고, 인정욕구가 강하기도 해서요. 어설프게 보이는 건 싫어하거든요.


인테리어는 일단 저에게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케아에서 전부 해결했습니다. 이케아를 다섯 번 정도 오가면서 물건을 고르고 추려 상담을 통해 3D 모델링을 한 후 물건을 구매했습니다. 그 도면 그대로 설치를 했고요. 덕분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공간이 최대한 넓어보이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그 대신에 제가 모아온 빈티지 소품, 가구들을 전부 다 서점으로 옮겼습니다. 이케아의 장점은 기가 막히게 모든 것과 조화가 된다는 것인데요. 오래된 조명, 짙은 색 협탁, 최신식 엘피플레이어, 빈티지 촛대 등. 모든 것과 어우러져서 결국은 이 공간을 아지트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간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언제든 와도 좋을 곳’, ‘무언가 사가지 않아도 마음 안 불편한 곳’. 이 두 가지였습니다. 최신가요나 비트가 강한 팝송이 아니라 부드러운 재즈나 서정적인 가요를 틀어놓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향초를 켜놓으면 손님들도 들어왔을 때 긴장감이 풀리거든요. 그 상태에서 책을 자유롭게 봐도 되고, 물어봐도 된다고 말씀드리면 이곳에 30분이고 1시간이고 머무는 분들이 생깁니다. 수강생들의 경우에는 일찍 오거나, 끝나고 수다 떨고 가시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만큼 이 공간이 편하다는 증거겠죠.


컨셉면에서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가 후란서가가 단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서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성공한 서점의 일대기를 읽고, 브랜딩에 대한 책을 읽고, 특히 일본 서점 중 작은 서점에 관한 얘기를 독파하듯 읽어제꼈습니다. 그러다가 후란서가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게 뭘까 했을 때 저는 ‘글쓰기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할 때 가장 장점으로 꼽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그 자리에서 제목과 내용의 흐름, 전개를 고쳐주는 것인데 거의 지금 자판기 수준으로 나오는 터라. 가끔은 저도 놀랄 정도입니다.


그리하여 ‘글쓰는 마음’이라는 <문심>이라는 타이틀 하에 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영업일마다 주제가 주어지고 책방지기이자 작가인 저는 이 주제로 먼저 글을 써서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으로 업로드합니다. 이후 이 주제에 관심있거나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싶은 분들은 온라인으로는 구글폼, 오프라인으로는 직접 와서 영업시간 내 결제 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저는 앞으로 후란서가의 색채를 <문심>이 결정할 거라 봅니다.




▶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일단 두 개가 생각나네요. 먼저 정산이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기로 모두 진행되는데, 개인/사업자로 나뉘는 데다가 가끔은 누락된 정보들이 많거든요. 제가 처음 입고를 결정할 때 계좌번호부터 시작해서 모든 정보를 다 받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작가분께서도 계좌를 틀리거나 혹은 이메일 주소가 변경되었는데 안 알려주시거나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정보를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팔린 책을 맞춰보고, 계산서를 만들고, 이를 메일로 보내고, 입금을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했던 거 같은데요. 100종 가까이 되는 저희 서점도 이 정도인데, 다른 서점은 어떨지 진짜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다음으로 모든 자영업이 그렇겠지만 들쭉날쭉한 매출과 손님. 서점도 특수직종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절대 안 읽습니다. 카페나 미용실처럼 꼭 가야하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끌어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시작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정말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기대를 버리고 하루를 여는 일은 익숙해졌지만 매일 겁이 납니다. 1층이었으면 나았을까. 혹은 이 자리가 아니라 다른 자리였다면 나았을까. 이런 고민들에 빠지기도 합니다.


▶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이 가지지 못한 독립서점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아버지께서 얼마 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는데 책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너무 힘들더라. 내가 원하는 책의 종류가 있는 곳에 갔는데 매대와 책장에 책이 나눠서 있고, 종류는 너무 많아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라.” 이 말에 저는 조금 놀랐는데, 요즘 세대들은 교보문고에 가기 전에 이미 살 책의 리스트를 추려 그 책의 재고가 있는 지 확인한 후 방문하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중장년층에게 대형서점이란 ‘가면 원하는 책을 쉽고 빠르게 고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더 혼란스러운 곳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제는 홍보 매대가 중앙에 있고, 스테디셀러/베스트셀러로 나뉘어진데다가, 심지어 같은 장르의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규모 서점들은 서점의 컨셉에 맞게 혹은 서점 내의 분류에 맞게 필요한 책만 들여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사람들은 100개 중에 한 개를 선택하는 것보다 10개 중에 한 개를 선택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가짓수가 많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더 좁혀 말하자면 독립서점들은 일반서적은 선별해서 들여오고, 독립출판물은 나름의 기준을 거쳐 받습니다. 이런 면에서 독자의 고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책을 사겠다는 결심으로 온 손님에게는 굉장히 편한 거죠. 거기다 대형서점에서 거절하거나 돈이 안 된다는 기획을 감행하는 제작자 혹은 작가의 기획으로 가득찬 아이디어 창고입니다. 이런 게 책이라고? 와 이런 걸 낼 생각을 하다니. 서점에 온 손님들은 작게 말하지만 제 귀에는 크게 들리곤 하죠.


추가적으로 요즘 독립서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출판물 작가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줍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독립출판물이 나오면 북토크를 하는 작가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외에도 작가들이 하는 워크숍도 많은데요. 단순히 글쓰기 만이 아니라, 습관을 만든다거나 혹은 치유의 목적으로 하는 기획이 뛰어난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후란서가는 제가 작가이자 책방지기이다보니 기획-원고-출판-인쇄를 하는 장기 프로그램부터, 시-소설-에세이-비평을 배우는 글쓰기 강의 등을 다양하게 진행합니다. 특히 저는 일대일 맞춤형 클래스로 아예 수강생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짜서 진행하기 때문에 장기수강생이 많은 것을 자랑으로 꼽습니다. 가끔은 고등학교로 출강을 가기도 합니다. 이런 면들이 독립서점만의 매력이자 재밌는 점이라 할 수 있죠.


▶ 최근 독립서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독립서점이 늘어나는 이유는 초기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점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죠. 위탁 판매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가는 책을 입고하고 팔리기를 기대하고, 정산이 될 때까지 책 판매율을 알기 힘듭니다. 서점에서는 운영이 바쁘기 때문에 수시로 작가들에게 이 판매율을 알려주기 힘들기도 하죠. 초기비용이 적은 사업은 당연히 매력적일 겁니다. 거기다 판매하는 물건이 추천이나 권유가 필요없이 사람들이 알아서 구매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이요. 전문적 지식도 필요없다면 저라도 뛰어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는 모든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고 독립출판물을 아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 독립서점의 장점 중 하나는 대형서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립서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 희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립서점의 수 증가에 따라 그 희소성도 점차 흐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다른 분들도 느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요. 바로 독립출판물의 기성출판물화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직면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빨리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갑작스러운 서점의 증가수, 각종 도시에서 서점과 출판물에 대한 사업 지원 등이 이유라고 보는데요. 어느 순간 독립출판물에서 볼 수 있던 신박하고 재밌는 기획들이 없어졌습니다. 독특하고 재밌는 판형도 요즘은 보기 드뭅니다.


이유는 많을 것입니다. 이력서에 한 줄 쓰기 위해 독립출판물을 내보는 사람, 나도 책 한 권 내보고 싶어서 쓰는 사람들의 증가. 이는 독립출판물 내기 프로그램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기존에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이 어느새 가려진 건 왜일까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독립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기고, 서점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책들이 생겨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 봅니다. 가끔 피드를 내리다보면 재밌는 책인데 다른 서점 피드에 소개가 안 되는 책이 있거든요. 그런 책들은 신진 작가이거나 혹은 다른 신간이 너무 많아서 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역시 독립출판물을 계속 내는 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에게도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하고 인쇄하는 고생을 하는 것, 자신이 그 출판비 부담을 떠안는 것을 권유하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투고해보고 독립출판으로 가자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도 내년에는 투고를 한 번 해볼까 싶습니다.


▶ 젊은 층에게 독립서점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감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 독립서점의 ‘감성’을 찍어 개인 SNS에 업로드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러한 책 바깥의 요소에 초점을 둔 ‘독립서점’의 유행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법적으로  ‘책의 내지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되어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은 책 표지를 찍는 것도 제지하는 서점도 봤습니다. 그런 경우는 짐작이 가시겠지만, 온라인으로 사려고 찍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이 저렴하니까 이해하기는 합니다만 서점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겠죠. 몇몇 독립서점은 아예 사진 촬영 금지이기도 합니다. 책을 보는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서점에서 인증샷을 찍는 손님들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 서점은 아무래도 소품이 많다보니 DSLR로 찍어서 블로그에 포스팅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긴 했는데요. 인스타그램에 감성사진을 올리시는 분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오히려 저희 서점에서 산 책을 카페에서 읽는 사진을 리뷰하는 건 몇 번 후기로 접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공간 자체, 인테리어 자체를 잘 짜놓은 공간은 분명 어느 세대에게나 먹히리라 봅니다. 컨셉추얼한데다가 큐레이션까지 잘 해놓은 ‘어쩌다 산책’같은 서점은 제가 봐도 감탄이 나왔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더군요. 정갈하고 단정한 공간 위에 책 배치, 소개까지 그저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점은 분명 자본력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뤄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 독립책방을 이야기하면서 그 이면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역린을 건드리는 것 같아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서점의 유지를 위해서는 판매량이 높은 대중적인 취향의 서적과 작가님의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 서적 사이의 균형이 중요할 것 같아요.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 서적’과 ‘수익성이 좋은 서적’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 편이신가요?

저희 서점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결과가 이미 나온 바가 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서적’이 안 팔립니다. 하하. 예를 들면 이슬아 작가, 하루키, 정세랑 작가 등의 누군가는 사갈 법한 책들은 아주 늦게 나갑니다. 대신 제가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던책, 취향이 갈리더라도 추천하는 책, 특정 이유로 데려오는 책 등 ‘명확한’ 이유가 있는 책은 정말 빨리 나갑니다.


저도 이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답은 간단한 것 같습니다. 후란서가에는 저같은 손님들이 옵니다. 뻔한 책이 아니라 제가 추천해주는 책이 읽고 싶은 분, 독립출판물 중에 진솔하고 솔직한 책이 읽고 싶으신 분. 공간은 주인을 닮나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은 ‘수익성이 좋은 서적’에 끌리지 않습니다(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서적이라 해도 어차피 저는 많이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 국내 소규모 책방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편인가요? 없다면 바라는 제도(유통구조의 개선 등)가 있을까요?

요즘 경기도가 서점/작가 지원 사업에 굉장히 큰 지원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시도 서울형 책방사업을 비롯해 다양하게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저희 서점은 경의선 책거리에 붙어있어서 지원사업 쪽에서는 먼저 제안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제도의 개선이나 지원에서는 ‘서점’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다 결국 서점도 자기가 자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기에 이 부분에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 미래에 독립서점 운영을 꿈꾸는 사람들, 혹은 독립서점 방문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점을 꿈꾸는 분들께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일단 1~2년치의 자금은 꼭 모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독립서점은 거의 2년만에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익성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랑하고 평생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면 저처럼 N잡러를 염두에 두고 운영하세요. 지금 서점을 운영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외주일부터 시작해서 강연 등 원래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 많습니다.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서 어쩌면 자기가 떠나고 싶던 그 일을 계속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책이 좋다면, 그 부분까지 고려하고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후란서가를 방문하실 혹은 궁금하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을 전하겠습니다. 이곳은 작가이자 책방지기인 저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도, 조용히 책을 고를 수도 있는 공간입니다.  만에 하나 글을 써보고 싶다면 상담을 통해 글쓰기 강의를 들으실 수도 있으니 편하게 생각하시고 들러주세요."

 


결국 독립서점도 보이는 모습과 같이 그 속사정마저 산뜻하지는 못했다. 독립서점도 결국은 하나의 출판계 ‘사업’인 만큼, 손님의 니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듯 보였다. 가을이 끝나기 전 근처의 독립서점을 방문해 글의 행간 사이에서 잊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신 김후란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