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참여,
‘크라우드 펀딩’

  • 477호
  • 기사입력 2021.10.10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4326

성균관 대학교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명륜이와 율전이 캐릭터 인형에 대한 사랑이 높아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매를 기획했던 걸 기억하는 학우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 성균관대학교 공식 학생단체 청랑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목표 금액의 166%의 수익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처럼 기존에 제품을 파는 단체가 아니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거나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경우 크라우드 펀딩을 판매 수단으로 이용하곤 한다.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정해진 기간동안 온라인에서 모아 후원금을 전달받고 이를 프로젝트 진행비로 사용하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이란?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의미하는 ‘crowd’와 자금 조달을 의미하는 ‘funding’이 결합해 생긴 단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창작자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대중으로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투자를 받는 것이다. ‘텀블벅’, ‘와디즈’, ‘카카오메이커스’ 등이 국내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목표 인원의 사람들로부터 돈을 모아 제품을 만드는 ‘후원형’, 투자를 받는 개념의 ‘투자형’, 순수히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기부형’ 등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결과물의 형태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골라 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와디즈, 카카오메이커스



-후원형 펀딩은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이다. 보통은 목표하고 있는 금액이 설정되어 있으며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는 기준은 목표 금액만큼 후원자들을 모았다는 것을 뜻한다. 후원자들은 후원한 금액에 따른 차등적으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상으로 받는다.

-투자형 펀딩은 사업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투자를 받고 그에 따른 수익을 후원자들과 나누는 형태의 펀딩이다. 이는 국내에서 2016년부터 시행된 펀딩 방식으로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분야의 스타트업이나 영화 업계에서 다수 진행된다. 영화의 예시를 들어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설명하자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 후원자들이 제작비를 충당하며 펀딩에 참여한 다음 개봉 이후 관객 수에 따른 수익이 후원자들에게 지급된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적으로 제작된 영화의 대표적인 예로 “인천상륙작전”, “너의 이름은”이 있다.

-기부형은 순수한 기부의 목적을 가진 채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펀딩이다. 후원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다른 종류의 펀딩과는 달리 펀딩을 통해 모인 전액 모두 기부가 되는 형태다. 기부 행사의 기획자가 펀딩 사이트를 통해 기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어 펀딩 자금을 모은다.



●커지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규모는 5년 사이에 2.5배 넘게 증가했으며, 2020년 기준 100조 원대까지 커진 것으로 추산될 만큼 대폭 성장을 이루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대표적인 펀딩 사이트 중 ‘와디즈’는 250% 성장률을 보였으며 ‘텀블벅’은 2만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모집했다.


기존의 생산 구조 속에서는 상품 제작에 드는 유통비와 재고때문에 소규모 기업의 창작자가 느끼는 부담이 커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생산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으로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으기 쉬워졌고 수요만큼 생산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후원자와 창작자 간 거리를 대폭 줄여주어 유통 시간과 과정을 줄일 수 있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 냈다. 크라우드 펀딩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므로 대면 소비가 줄어드는 요즘 더욱 각광받고 있다.


과거에는 소규모 신생 창업자와 스타트업이 크라우드 펀딩의 주 이용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많은 영역으로 넓혀졌다. 신생 또는 소규모 기업이 아니더라도 한정판이나 특별 기획 상품을 판매하고자 할 때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신제품 출시를 할 때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기도 한다. 신제품을 기존 웹사이트나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할 때보다 펀딩 사이트를 이용하면 구매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쉽고 관심 정도를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대량생산에 특화된 대기업들이 소규모 제작을 필요로 하는 제품 판매를 할 때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 예로 이마트는 캠핑 마니아들을 겨냥한 차박텐트를 펀딩을 받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성공적으로 마친 차박텐트 크라우드 펀딩, 출처: 와디즈 상세페이지 캡쳐



●‘소통’에 특화된 플랫폼

후원자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 혹은 ‘투자’라는 개념을 ‘구매’ 대신 사용하는 이유는 제품과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직접 보거나 체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창작자가 가진 아이디어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자와 후원자간 소통이 중요하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쌍방향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하기에 후원자와 창작자는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러한 의견들이 서로에게 바로 전달돼서 피드백을 빠르게 수렴할 수 있다. 따라서 크라우드 펀딩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은 소통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 설명과 더불어 창작자에 대한 소개가 상세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창작자가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된 의도나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어떻게 프로젝트 속에 녹여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나와있다. 제공하는 제품이나 창작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에 필요한 예산, 현재 제작 현황, 그리고 프로젝트 전반의 진행 일정도 확인 가능하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생산 자체는 창작자가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성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생산 환경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오로지 아이디어만을 제시한 상태에서 후원을 받는 만큼 창작자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궁금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전달하며 정기적으로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등 소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상세 페이지 목차, 출처: 텀블벅 캡쳐


창작자들은 후원자들이 후원한 금액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펀딩이 마무리되곤 한다.

이때 결과물과 더불어 후원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추가 구성품을 증정하며 후원 선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창작자가 직접 쓴 감사 편지로 마음을 담기도 하고 영상이나 출판물에는 ‘Thanks to’ 리스트를 별도로 만들어 후원자들의 이름을 프로젝트 속에 흔적으로 남기기도 한다. 

이렇듯 소소한 부분에서 소비에 감성을 더하고 창작자와 후원자간 직접적인 소통을 하며 만족감을 서로 채워주는 부분이 크라우드 펀딩의 묘미다. 크라우드 펀딩은 가치 중심의 소비와 제품 참여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현황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