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소설 원작 드라마 추천

  • 453호
  • 기사입력 2020.10.11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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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욕망의 잔여물인 젤리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참신하고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된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는 달리,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새로 부임한 자신의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현상들을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고자 하는 내용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내용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 우리 나라에서 흥행한 소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보건교사 안은영’과 같이, 보통 이러한 소설의 드라마화는 소설이 어느 정도 흥행을 이루었다는 전제 하에 추진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각색된 드라마가 소설만큼의 완성도와 전개를 보여주지 못해 대중의 실망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완성도는 물론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명작’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드라마 역시 존재한다. 오늘은 이처럼 원작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몇 편을 추천하고자 한다.


# 정은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 KBS2 성균관스캔들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서사를 대중들의 뇌리에 가장 인상깊게 남겼을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은 정은권의 장편소설 ‘성균관유생들의 나날’을 원작으로 한다. 탄탄한 전개의 소설처럼, 정조, 성균관, 노론과 소론 등 익숙한 우리 조선 후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다. 자세한 인물 묘사와 신선한 연애담과 같은 다채로운 소재로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 명작으로 회자되는 이유이다. 남장 유생 김 낭자의 성균관 입성기와 김윤희, 문재신, 이선준, 구용하의 ‘잘금 4인방’이 함께하는 성균관 생활기가 전체 스토리라인을 튼튼히 메우고 있다.


# 문유석의 ‘미스 함무라비’ - JTBC 미스 함무라비



 

 저자인 문유석이 전직 부장판사였기에 법정을 배경으로 하였다는 작품의 특성이 더욱 현실감 있게 부각된다. 재판을 당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반영한 기존의 많은 법정 배경 드라마와는 다르게, 사건을 재판하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일반인들에게 왠지 멀게 느껴지는 판사들은 실제로 어떤 생각과 고민들을 품고 사는지를 알 수 있어 법조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꼽힌다.


# 허영만의 ‘각시탈’ - KBS2 각시탈


 

 소설이 아닌 만화가 원작이지만, 만화부터 드라마까지 모두 대중들에게 특유의 통쾌함과 가슴 뜨거워지는 서사로 인식되는 명작이다. 모든 조선인에게 암울한 시절이었던 1930년대 일제강점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스스로 친일경찰이 된 이강토가 사실은 각시탈이었던 형을 죽이고 만다. 그후 그는 자신이 직접 각시탈이 되어 친일경찰과 조선 민중의 영웅 각시탈이라는 상극의 신분의 이중생활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한다. 주원, 진세연, 박기울, 한채아, 신현준 등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2012년 방영 당시 최종 시청률 22.9%를 달성했다.


# 하명희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SBS 사랑의 온도




 피상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는 청춘들의 감정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원작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원작 소설은 서로의 세계관에 부딪히며 오해하고, 자신의 세계관에 상대를 편입하려 들며 결국은 홀로 남게 되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선을 사랑하면서도 그것이 사랑인지 몰랐던 현수를 비롯한 네 남녀의 이야기가 자신과 꼭 닮아 와닿았다는 후기가 많았던 드라마다.


 사람마다 드라마를 보고, 평가하는 기준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문제이기에 매우 상이하다. 그러나 글의 초반부에 언급했듯,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작 소설을 얼마나 실제 세계에서 잘 연출하고 상황을 적절히 구현하였는지는 소설 기반 드라마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드라마화할 수 있는 소설이나 만화의 장르가 어느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술과 매체의 발전으로 이번 ‘보건교사 안은영’과 같은 판타지물의 시각적 구현이 가능해진 요즘, 앞으로 더욱 많은 소설과 만화들의 인물들이 스크린 속에서 우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