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정의(正義)로운 결말을 위한 둘만의 연극

  • 537호
  • 기사입력 2024.04.12
  • 취재 이다윤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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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경성, 소설작가 수현은 실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열두 편 연작 소설을 집필 중이다. 멈추지 않는 주변의 혹평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 지망생인 인호가 찾아온다. 수현이 쓴 소설을 언급하며 수현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인호. 수현은 그런 인호에게 흥미가 생긴다. 자신의 문하생이 되길 원하는 인호를 인터뷰하는 수현. 인호는 수현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용해 소설을 쓸 것을 권유한다. 각자가 꿈꾸는 완벽한 소설을 위해서, 그토록 바라왔던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자신의 생애를 모두 건 둘만의 연극을 시작한다.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공연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공연 일정: 2024. 03. 12~2024. 06. 01

관람 연령: 만 13세 이상

출연진: 이수현 役 | 오종혁 정원영 백인태

강인호 役 | 황민수 원태민 조성태 차규민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서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교차하며 완벽히 변해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서스펜스 스릴러극이다. 이 작품은 뮤지컬 <엔딩 노트>, <리차드 3세: 미친 왕 이야기>, <테레즈 라캥>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을 대학로 흥행작 반열에 올려놓은 정찬수 연출과 한혜신 음악 감독 콤비의 순수 창작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동안 두 창작진이 선보이지 않았던 장르인 스릴러를 통해 더 많은 뮤지컬 관람객의 발걸음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 완벽한 복수를 위해, 내가 당신이 되겠어요.


작품 내에서는 수현과 인호 두 남자의 세밀한 감정선이 돋보인다. 창작과 복수라는 각자의 욕망에 고립된 채 치열하게 싸우는 수현과 인호는 마음속에 다른 목적을 품고 서로를 탐색한다. 넘버 <내가 너였다면>은 각자의 욕망을 두고 갈등하는 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을 마무리하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서로가 될 것을 자처하는 수현과 인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미묘한 섬뜩함마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넘버 <흉터>와 <신이 없는 막간극>에서는 연대할 수 없는 이들이 결국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러니함이 눈에 띈다. 이들이 그토록 숨겨왔던 진실을 원망과 증오의 대상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관객들이 수현과 인호가 되어 그 이유를 함께 고민해본다.


각자가 꿈꾸는 완벽한 소설을 위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던 수현과 인호는 서로의 말투와 표정, 생각마저 훔쳐내며 마침내 ‘데칼코마니’가 된다. 날 선 경계 위에 있는 그들의 심리를 데칼코마니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전반적인 극의 흐름은 다채로운 무대 요소와 어우러져 더욱 유려하게 느껴진다. 규칙적인 타자기 소리와 조명을 활용한 연출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수현의 작업실, 수현의 범행 장소, 인호의 과거 회상 장소 등으로 전환되는 무대 디자인 역시 관객들의 흥미를 더한다.



| 누가 이수현이고 누가 강인호인가. 우리는 사라지고 있었다.


인호는 수현이 저지른 범죄의 강렬함으로 인해 사라지고 잊힌 존재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인호는 수현에게 복수할 순간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수현과 대치하면서 마주한 인호 자신의 모습은 어땠을까? 괴물을 이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상황. 인호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이 작품은 무대를 마주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의(正義)는 무엇인가.


수현은 비뚤어진 논리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가 세상에 남긴 게 무엇인지는 수현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수현 역시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분노만 내뿜고 있을 뿐이다. 이때 작품은 관객들에게 또다시 질문을 던진다. 죄의 무게는 누가 정하는 것인가.


정의로운 결말을 꿈꿨던 수현과 인호. 두 사람은 그토록 바라왔던 순간 앞에서 자신의 인생마저 걸었다. 그런데 이들이 정의롭다고 믿었던 결말이 사실은 정의롭지 않았던 걸까. 수현과 인호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사라지고 있었다. 과연 이 이야기의 정의(正義)로운 결말은 무엇일까. 수현과 인호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했을까. 오는 6월 1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이프아이월유’에서 함께 그 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