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변주하는 콘텐츠

  • 516호
  • 기사입력 2023.05.22
  • 취재 윤지아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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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행어를 낳는 등 대중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세포의 의인화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잘 표현해 내 호평을 얻은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모두 원작이 존재하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와 세계관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원작은 2018년 완결된 동명의 웹소설로, 먼저 웹툰으로 제작되어 연재하고 있었으며 이후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원작 웹소설과 웹툰이 새롭게 떠올라 새로운 독자들을 유입하는 데 성공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원작 웹툰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드라마 역시 공개 전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특히 <유미의 세포들>은 원작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고 웹소설로도 연재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처럼 하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콘텐츠는 캐릭터 상품, 팝업스토어, 오프라인 이벤트 등 더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콘텐츠의 활용은 콘텐츠 IP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 유미의 세포들 팝업스토어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란,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관련 지식재산권 묶음’을 말한다. 지식재산(IP)의 개념이 콘텐츠 산업에 적용되어 확장된 개념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른 장르나 매체로 확장할 때 이 원천 콘텐츠가 가진 고유한 스토리나 세계관 등의 요소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 IP를 활용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 인기 웹툰에서 천만 영화로,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한 웹툰으로 한국 신화, 저승과 이승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현실 사회와 적절히 엮어낸 스토리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연재 당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 웹툰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이야기를 다룬 1부 저승 편, 재개발을 앞둔 판자촌에 사는 인물을 중심으로 가택신을 다룬 2부 이승 편, 단편으로 여러 신화를 다룬 3부 신화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웹툰 완결 이후 2017년 웹툰의 1부 저승 편을 각색한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관객 수 1,400만 명을 달성해 국내 상영 영화 역대 3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가 되었다. 저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화려한 CG와 액션신과 함께 그려내 웹툰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생동감을 주며 호평을 얻었다. 이후 2018년 원작 웹툰의 2부 이승 편을 기반으로 한 <신과 함께: 인과 연>이 연이어 개봉하여 또 한 번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영화가 개봉할 즈음 원작 웹툰이 재연재되고 있었는데, 영화 개봉의 영향으로 조회수 1위를 달성하는 등 다시 한번 큰 인기와 관심을 받았다.

영화로 제작되기 전 2015년에는 <신과 함께: 저승 편>이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2015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크게 흥행하여 올해 네 번째 시즌까지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2019년에는 <신과 함께: 이승 편>이 제작되어 공연되었다.



웹툰 형태라 구현될 수 있었다고 생각되었던 ‘저승’과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장르의 작품이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형태로 더욱 다이내믹하고 실감 나는 형태로 제작되는 것은 원작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반대로 웹툰을 몰랐던 관객들은 영화나 뮤지컬을 통해 원작을 찾아보게 된다.


이처럼 <신과 함께>는 인기 웹툰이라는 검증된 콘텐츠를 적절히 각색하고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웹소설의 판타지 세계관을 예능에 접목해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여 흥행한 사례도 있다.



- 예능에 판타지 세계관을 더하다, <플레이유 레벨업>


<나 혼자만 레벨업>은 판타지 장르의 웹소설로, 인류 최약 병기로 불리던 주인공이 퀘스트를 수행하고 레벨 업을 통해 최강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웹툰으로도 연재되며 전 세계 누적 143억 뷰를 기록한 인기작이다. 이 작품의 세계관을 접목해 탄생한 것이 <플레이유 레벨업>이다.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시청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 <플레이유>의 후속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포맷에 웹소설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더한 것이 <플레이유 레벨업>이다. 원작 웹소설의 주인공처럼 시청자와 출연자 유재석이 함께 미션을 수행하여 숨은 빌런(적)을 찾아내 퇴치하는 것이 주요소이다. 미션에 성공해 빌런을 퇴치하면 이후에는 그 빌런의 능력을 쓸 수 있고, 퇴치하지 못하면 그 빌런이 재등장하기도 하며 스토리가 이어지게 된다. <플레이유 레벨업>은 첫 라이브 방송에서 2시간 동안 실시간 채팅 1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플레이유 레벨업>은 인기 웹소설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기존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식의 예능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쌍방향 소통이라는 기존 콘텐츠의 장점에 인기 웹소설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더해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이렇게 콘텐츠 IP의 활용은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 새롭게 다시 떠오른 캐릭터 IP, ‘쿵야’


크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캐릭터 ‘양파쿵야’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양파쿵야는 ‘맑은 눈의 광인’, 이른바 ‘맑눈광’이라는 밈과 함께 떠오른 캐릭터이다. 양파쿵야를 비롯한 ‘쿵야’ 캐릭터는 2001년 출시된 <쿵야 캐치마인드>라는 그림 퀴즈 게임에서 등장했다. 넷마블 콘텐츠 마케팅 자회사 엠엔비(MNB)가 기획한 ‘쿵야 레스토랑즈’를 통해 2022년 다시 등장한 쿵야 캐릭터는 귀엽고 개성 있는 캐릭터와 특유의 재치 있는 ‘짤’과 각종 밈을 통해 큰 유행을 이끌었다.


출처: 쿵야 레스토랑즈 공식 홈페이지


이후 쿵야 캐릭터를 활용해 출시된 <머지 쿵야 아일랜드> 게임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인기에 힘을 실었다. 인기에 힘입어 쿵야 굿즈(캐릭터 상품) 펀딩과 팝업스토어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방면으로 쿵야 캐릭터 IP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양파쿵야 이모티콘은 출시 직후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더불어 <쿵야 애니메이션>이라는 3D 애니메이션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그 세계관과 캐릭터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쿵야 캐릭터는 20년도 더 된 캐릭터이지만 현세대의 유행에 발맞춰 새롭게 활용하며 뛰어난 콘텐츠 IP로서 사랑받게 되었다. 특히 각종 캐릭터가 유행의 선두에 있는 요즘에는 이러한 캐릭터 IP가 캐릭터 상품 판매나 여러 브랜드와의 콜라보, 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처럼 최근 다양한 콘텐츠들이 기존의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큰 인기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 IP 확장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기대를 받았다가 오히려 원작의 매력을 반감시키거나 저하된 퀄리티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콘텐츠 IP의 활용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좋은 콘텐츠 IP의 확장은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원천 콘텐츠와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콘텐츠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대중들에게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고 각종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 사회에서 좋은 콘텐츠 IP의 확보와 활용은 콘텐츠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적절한 2차 가공은 뛰어난 콘텐츠를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IP의 확장은 기존의 장르나 매체 특성상 자주 등장하지 못했던 소재나 주제를 다룰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K-드라마와 영화, 웹툰, 예능 등 콘텐츠들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되고 변신하여 등장할지 기대해 볼 만하다.





참고 자료

이성민·이윤경(2016). 콘텐츠 지식활용산업 활성화 방안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