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보증 수표,
스타 드라마 작가

  • 403호
  • 기사입력 2018.09.16
  • 취재 이현규 기자
  • 편집 주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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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매체에서, tvN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의 원고료가 회당 1억에 육박한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김은숙 작가 측에서 실제 원고료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아서 이를 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주연 배우의 회당 출연료를 넘어서는 수준의 높은 회당 원고료는 많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직접 출연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드라마 작가에게 이처럼 많은 원고료를 지급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영향력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시청률 보증 수표’라고 불리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드라마 작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썼다’하면 ‘대박’, 김은숙 작가

대표작: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태양의 후예> 外


그야말로, ‘썼다 하면 대박’이다. 2004년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적 인기를 불러 모은 <파리의 연인>은 주/조연 배우들 모두를 일약 스타덤에 올렸다. 그 이어 방영된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의 작품들 역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흥행무패’의 높은 시청률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대사체 덕택에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예뻤나”, “나 너 사랑하냐”, 다나까 말투 등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냈다는 점, <도깨비> 코트나 <시크릿 가든> 김주원 트레이닝복 등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트렌드세터’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닌, 배우들의 매력을 살려내는 작품을 만들어 작품에 등장한 배우들을 모두 한류스타로 도약시켰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다양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가장 최신작인 <미스터 션샤인> 역시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이름을 증명해내듯 성공했다. 김은숙 작가는 여러 스타 드라마 작가들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로코’ 드라마의 달인 - 홍자매 작가

대표작: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환상의 커플>,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外


홍씨 성을 가진 두 여성이 공동으로 집필 한다고 해서 붙여진 필명 ‘홍자매’로 유명한 홍정은 홍미란작가 역시 드라마에선 정평이 나 있는 스타 작가다. 2005년 ‘쾌걸 춘향’ 흥행 이후 ‘환상의 커플’(2006), ‘미남이시네요’(2009),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까지 숱한 화제작을 집필했다. 시청률도 높지만, 트렌디한 소재로 매 작품마다 높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점. ‘한국형 로코’ 장르에서는 홍자매 작가를 단연 우선으로 추켜세울 수 밖에 없다. 다만 최근 방영한 유연석, 강소라 주연의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이나 이승기 주연의 TVN ‘화유기’가 흥행 부진과 표절 논란을 겪으면서 ‘홍자매’ 브랜드 자체가 다소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내년 방영 예정인 ‘홍자매’의 새로운 작품이 이러한 ‘부진’을 이어나갈지, 이러한 걱정이 ‘기우’임을 증명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독특하거나, 일상적이거나 – 박지은 작가

대표작: <별에서 온 그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프로듀사>, <푸른 바다의 전설>, <내조의 여왕> 外


박지은 작가 역시 대표적인 ‘스타 드라마 작가’이다. 김수현, 전지현이 주연을 맡고 SBS에서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는 국내 흥행을 넘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박지은 작가는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등 스타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박지은 작가의 차기작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 역시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를 필두로 큰 화제를 모았다. ‘내조의 여왕’이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같은 다소 일상적인 느낌을 지닌 작품은 물론, ‘별에서 온 그대’나 ‘푸른 바다의 전설’처럼 판타지스러운 작품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박지은 작가는 얽히고 얽힌 사람 간의 관계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다. ‘회사’와 ‘가정’이라는 소재를 내조로 풀어낸 ‘내조의 여왕’, 톱스타와 초능력자라는독특한 관계를 전생으로 풀어낸 ‘별에서 온 그대’ 역시 사람 간의 관계를 상투적이지 않게 풀어낸 좋은 작품이었다. 2012년 시청률 40%를 돌파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박지은 작가의 전성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중 차기작이 예정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응답하라, 흥행 보증 수표 – 이우정 작가

대표작: <응답하라 1988>,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外


예능작가 출신의 드라마작가가 급증하는 상황이지만 예능과 드라마를 병행하는 작가는 이우정이 이례적이다. 정극 드라마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모두가 경험했던 시대 배경을 이용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30∼40대 시청자들은 물론 신세대 배우들의 등장으로 젊은 층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예능에서는 나영석 PD와 호흡을 맞추며 <꽃보다 청춘>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 시리즈> 등의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한편, 드라마에서는 신원호 PD와 호흡을 맞추며 케이블 역대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고, 국민적인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되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집필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순간을 포착하던 예능작가 이우정은 드라마 작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작가로서의 이우정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시대’를 ‘응답’시킬지 기대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드라마 작가의 유명세와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데 소재와 출연 배우 뿐만 아니라, 작가가 누구인지 까지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 드라마 작가들에게 따르는 명성과 수익은 일종의 ‘왕관’이다. 이러한 ‘왕관’에는 좋은 스토리와 대본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무게’가 포함되어 있다. 수많은 스타 드라마 작가들이 이 ‘왕관’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낼지, 또 어떤 드라마 작가가 이 ‘왕관’을 가질만한 작품을 만들어낼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