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차트, 음원 ‘역주행’

  • 420호
  • 기사입력 2019.05.29
  • 취재 현지수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ID의 ‘위아래’, 멜로망스의 ‘선물’, 윤종신의 ‘좋니’ 모두 오랜 시간 음원차트의 최상위권에서 큰 사랑을 받은 노래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래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처음 노래가 공개됐을 때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차트 ‘역주행’을 통해 주목 받은 노래라는 점이다. 음악 업계에서 ‘역주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사용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만큼 ‘역주행’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이 되었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나만 아는 노래’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가 되는 현상인 음원 차트 ‘역주행’에 대해 알아보자.


◈ 역주행이란?

 ‘역주행’이란 처음 음악이 발매되었을 때 인기를 얻지 못하고 가수의 활동 종료 등의 이유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곡들이 시간이 지난 후 재조명되어 음원 차트, 음악 방송 등의 순위가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스트리밍이 보편화된 요즘, 일반적으로는 곡들이 발매 직후 음원 차트 상위권에 머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하위권으로 내려가곤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음원차트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하위권에 위치하던 곡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음원 차트 혹은 음악 방송의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역주행은 이전에도 존재했는데 한국의 음원 차트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용어가 보편화되어 사용된 것은 걸그룹 ‘EXID’의 노래 ‘위아래’가’ 발매된 지 3개월 만에 다시 입소문을 타고 차트 1위에 오르면서부터다. 앨범이 발매되었을 당시에는 노래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한 멤버가 행사장에서 공연할 때 찍힌 ‘직캠’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덩달아 노래 ‘위아래’ 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활동이 종료되었지만 다시 음악 방송에 출연하여 1위를 거머쥐고, 음원차트 순위가 서서히 올라 1위를 하는 등 완벽한 반전 드라마를 쓰게 된 이후로 ‘역주행’이라는 말이 보편화되었고 더욱 다양한 역주행 곡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 역주행 현상, 어떻게 일어날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실시간 인기순위 TOP 100을 재생하는 것이 보편화된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한다면 차트의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한 무명 가수 혹은 인디 가수들의 곡이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접하는 창구가 음악방송, 음원 서비스로 한정되었던 과거와 다르게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의 등장으로 음악과 무대 영상을 접할 창구가 다양해졌다. SNS에 게시된 노래 영상들이 화제를 모으면 수많은 사용자들이 영상을 스스로 공유하고 전달하며 노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SNS에서 인기를 끌게 된 곡들이 자연스레 ‘역주행’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멜로망스의  ‘선물’, 윤종신의  ‘좋니’ 모두 노래 영상이 SNS에서 바이럴(viral)되며 수백만 뷰를 기록했고, 이것이 음원 차트 상승으로 이어졌다.

 

◈ 역주행, 과연 문제는 없을까?

 음원 차트 가운데에서 낯선 가수의 노래를 발견해도 더 이상 의아하지 않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해진 역주행 현상. 과연 문제점은 없을까? 지난해 4월 한 무명 가수의 발라드곡이 대형 기획사의 인기 아이돌의 곡을 제치고 음원 차트 1위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무명 가수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을 이기고 차트 1위에 오르는 일은 이례적이라 논란이 됐다. 이 경우 차트 역주행 신화는 ‘스텔스 마케팅’의 결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텔스 마케팅’이란 일반 매체에 식상해져 있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한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홍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역주행을 통해 차트 1위에 오른 가수의 소속사는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음악 관련 페이지들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 페이지들에 숨겨진 명곡을 발견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소속 가수들의 노래를 지속적으로 업로드 해 대중들이 홍보임을 알아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SNS를 통한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을 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순전히 좋은 노래만으로 대중들의 선택을 받아 인기를 끌었다고 믿었던 대중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회사의 마케팅 결과였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드러냈다. 거대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대중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SNS상의 인기를 통한 역주행이 사실은 자본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뤄진 것이며, 이를 홍보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숨겼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다양한 역주행 곡이 등장하며 이와 같이 인위적인 방식으로 역주행을 의도해 인기를 끌고자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사례들은 ‘대중들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역주행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진정한 의미의 역주행 곡들까지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주행!

 역주행의 악용 사례들이 일부 밝혀지며 역주행 곡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명곡들이 차트를 역주행하며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중들은 SNS를 통해 숨겨진 명곡들을 찾아내고, 평범한 개인들이 직접 역주행 곡들을 만들어간다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유명 아이돌의 곡들이 차트 순위를 독점하다시피 했던 한국의 음악 시장에서, ‘역주행’ 곡들을 통해 소위 ‘마이너’인 인디 가수들의 노래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대중음악의 지평이 확대되고 폭넓은 음악 창작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도 역주행의 긍정적인 효과이다.


잠깐의 유행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역주행’, 다음에는 어떤 역주행 곡들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할지 기대되지 않는가? 앞으로도 빛을 보지 못한 많은 명곡들이 역주행을 통해 우리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해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