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프다’의 정석, 장성규의 워크맨

  • 435호
  • 기사입력 2020.01.11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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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유튜브 내 국내 구독자 수 증가 1위, 2019 유튜브 인기 영상 2위 보유 (뮤직비디오 제외). ‘다 그만두고 유튜버나 해볼까’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던 2019년의 유튜브 시장. 이같이 독보적인 기록을 가진 채널은 손꼽힌다.  유튜브를 자주 접속하지 않는 사람도 익숙할 정도로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장성규의 ‘워크맨’. 이 채널의 공감 이유를 찾아 봤다.


▶ 워크맨은? 말 그대로 Work Man!

워크맨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세상 모든 JOB것들을 리뷰’한다는 짤막한 소개가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체험한다는 내용. 그리고 ‘잡것’이라는 거침없는 워딩에 비추어 우리는 단번에 장성규의 워크맨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워크맨은 ‘프로이직러’ 컨셉의 아나운서 장성규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직업을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하루 동안 체험하는 모습을 담았다. 현재 빵집, 영화관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부터, 인기 아이돌 보이그룹 'EXO'의 매니저까지 체험하는 영상까지 공개된 상태다. 앞으로의 컨텐츠가 더욱 기대되는 채널이다. 특히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보이그룹 엑소와의 만남이 성사된 영상을 통해 워크맨과 장성규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선넘규, 선넘규 해도 식을 줄 모르는 화제

아르바이트, 고용주-고용자의 관계 혹은 손님-직원의 관계, 그 어디서도 큰 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그야말로 갑을 관계의 가장 큰 피해자 자리에 위치한 신분으로 장성규는 하루 동안 일하며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애환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상사, 손님, 고용주 등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의 풍자 방식은 앞에서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뒤에서 자조적으로 분을 삭이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 세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쾌감을 선사한다.


워크맨의 인기는 '웹예능' 이라는 특수한 장르의 자유로운 분위기 덕도 톡톡히 보았다. 공중파 채널에서 워크맨이 방영되었다면 이는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장성규 스타일의 풍자를 지금처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여러 세대를 상대로 메세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TV 방송과는 달리 컷이 매우 빠르게 전환되고 자막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집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유튜브의 주 이용자인 2030세대를 정확히 공략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모습으로 영상 속에서 발로 뛰는 장성규지만, 모든 영상의 공통점이 있다. 장성규는 영상의 마지막 부분마다 등장해 '생각보다 돈이 얼마 안되네.'라며 그날 하루 동안 각종 궂은 일을 맡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평소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매회가 공개될 때 마다 화제의 반열에 오르는 장성규. 하지만, 건설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를 체험하고 일급을 받으며 했던 한 마디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적 공감을 하게 하고 가슴 한 쪽이 아려오게 한다. "1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래미안 아파트 한 평도 못 사." 그야말로 입은 웃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딘가 슬퍼오는 감정을 우리는 매 회마다 장성규의 한 마디 한 마디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장성규의 워크맨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한 번쯤 경험해봤을 답답한 상황에 대해 속이 뚫리는 ‘사이다’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존에 뇌리에 박혀있던 방송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기존의 일일 아르바이트 컨텐츠와 대비되는 워크맨의 가장 큰 새로운 매력은 남달리 익살스러운 언행을 자랑하는 장성규의 모습이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모니터 속 장성규의 모습이 나와 겹쳐 보임을 시작으로 자연스레 저 상황에 놓였던 내 모습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워크맨을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한 즐거움과 공감은 물론 뜻밖의 돌아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