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서 ‘참여하는’ 음악으로,
음악 챌린지 신드롬

  • 437호
  • 기사입력 2020.02.09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무슨 노래 들을래?” 


“음... 아무 노래나 듣자.”


불과 두 달 전인 2019년이었다면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대화였겠지만, 2020년 2월을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꽤 익숙하게 들린다. 지난 1월 13일, 가수이자 음악 프로듀서 지코의 ‘아무노래’가 발매되어 심상치 않은 흥행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매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가는 지금, ‘아무노래’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 점유율 측정 최고치를 뜻하는 단어인 ‘지붕킥’ 51회를 기록한 데 이어 다양한 음원 차트와 각종 지상파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음원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런 성과들을 지코가 지상파 방송에 별다른 출연 없이 이뤄냈다는 부분이다. 기존에는 가수들이 신곡을 발매한 후 주로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곡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가수의 방송 활동과 홍보가 거의 없는 이 노래가 이토록 주목을 받고 흥한 것은 상당히 낯설어 보인다.


‘아무노래’가 이토록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아티스트의 역량과 노래 그 자체만의 매력이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노래의 흥행에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아무노래 챌린지’다. 2018년부터 국내에서 급부상하기 시작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과 함께 진행한 '아무노래' 댄스 챌린지가 연일 화제를 모으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뜨거운 화제가 된 문화 트렌드 음악 챌린지는 일종의 마케팅이다.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유행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아티스트에 의해 기획된 음악 챌린지는 대중들이 스스로 음악 콘텐츠 제작의 주체가 되고 이를 하나의 유행으로 퍼뜨리도록 유도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코의 ‘아무노래’ 열풍을 들여다보면, 현재 태동하고 있는 음악 소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5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올리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함께 한 챌린지에서 지코는 약 한 소절 정도의 노래에 맞는 율동을 보여준다. 13일에 노래가 발매되고, 바로 직후인 14일 젊은 세대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가수 청하와 화사의 챌린지 영상이 곧바로 업로드 되었다. 이미 관련 틱톡 원본 조회수는 1억 건의 조회수를 돌파했으며, 해당 영상들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다른 사이트에도 공유되었기에 총 조회수는 정확히 집계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지코가 화사와 청하, 송민호 등을 모아 챌린지를 시작하자 이효리, 장성규, 지석진, 강한나, 박신혜 심지어 Z세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캐릭터 뚝딱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인들까지 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아무노래 챌린지’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을 누구나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몇몇 영상만 보더라도 확인되다시피 아무노래 챌린지는 안무 자체의 템포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 주로 팔과 목을 흔드는 동작과 같은 상반신을 이용한 단순한 안무가 반복되기 때문에 춤을 못 추는 사람들도 몇 번 보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연예인들의 영상을 보면 모두 칼 같이 정확한 안무동작을 추구하기 보다는 개인만의 개성을 살려 챌린지에 참여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 춰야 하는 것이 아닌 자기 식대로 표현한 자연스러움이 대중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화사나 송민호 같은 연예인들의 영상을 보면 왠지 멀게 느껴지다가도 가까운 지인들이 챌린지에 참여한 것을 보면 ‘이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음악 챌린지를 홍보의 일환으로 삼았던 가수는 지코가 처음이었을까? 사실 사람들의 뇌리에 이번 챌린지만큼 각인되어 있지 않을 뿐, 기존에도 새롭게 뜨는 틱톡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 형태(고객 참여형)의 마케팅 캠페인들은 많았다. 2017년 말에 새로이 런칭된 틱톡 플랫폼이 2018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가수들이 고객 참여형 마케팅의 한 형태인 음악 챌린지를 기획하고 시도했다. 음악 챌린지의 성공을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챌린지이다. 당시 빌보드 최장기간 1위 기록을 세운 이 노래는 인터넷에서 이미지, 동영상, 해시태그, 유행어의 형태로 퍼져나갔으며, 방탄소년단도 그래미에서 이 챌린지를 재구성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캐나다의 래퍼 드레이크가 2018년에 낸 곡 'In my feelings’도 유사한 행보를 걸었다. 차도에서 운전하며 하트를 만드는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는 유행을 일으킨 이 곡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현아의 'Flower Shower'나 박진영의 'Fever' 챌린지 등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대중들은 아무노래 챌린지만큼 이들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대중성이라는 문을 여는 가장 중요한 열쇠인 ‘쉬움’과 ‘자연스러움’이 부족했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국내에서 성공했던 선례가 없었던 음악 챌린지지만, 지코는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최적화된 환경을 이용해 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올려주는 컨텐츠를 통하여 대중들의 취향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지코의 이번 아무노래 챌린지의 성공으로 적지 않은 국내 가수들이 유사한 방식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중문화예술 분야가 대부분 그렇듯 음악은 전통적으로 가수나 아티스트가 주체가 되고 이를 듣는 대중들이 객체가 된다는 인식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음악 챌린지는 대중들로 하여금 누구나 음악컨텐츠 제작자가 되어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그렇기에 주체적인 놀이 문화에 누구보다 민감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이다. 시시각각 긴밀해지는 SNS 사용망은 더이상 우리의 일상과 분리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음악 챌린지가 단지 일시적인 유행으로 남겨질지 혹은 앞으로 수많은 문화적, 음악적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을 양산할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