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타내는 또 다른 네 글자, MBTI

  • 443호
  • 기사입력 2020.05.09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 조회수 7189

최근 SNS나 포털 사이트를 접속하면 ‘인프피(*인프피:infp, MBTI 성격 유형 중 하나) 특징’, MBTI별 성격궁합 등의 컨텐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연예인들과 유튜버들 역시 각종 방송이나 토크쇼에서 자신의 MBTI를 밝히며 자신을 어필하고, ‘MBTI 유형 별 반응’, ‘극과 극 MBTI’ 등 유튜브에서 당장 MBTI만 검색해도 수많은 컨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과거에는 혈액형 성격론이 재미로 개인의 성격을 분석하는 근거였다면, 요즘은 MBTI가 대세의 흐름을 타는 중이다. MBTI는 각자가 가진 성향에 대해 비교적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소재로 접근한다. 오늘은 최근에 대중화된 MBT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MBTI는 정확히 무엇이고, 도출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우리는 얼마나 이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된 MBTI는, 사실 외국에서 고안된 검사 도구이다. MBTI는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써 미국의 모녀인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MBTI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선호 지표에 따른 결과에 의해 수검자를 16가지 심리 유형 중에 하나로 분류한다.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Myers, Kirby, & Myers, 1998)


'한국 MBTI 연구소' 홈페이지에서는 이렇게 도출된 성격 유형별 간략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ISTJ는 조용하고 신중하며 철저함과 확실성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고, ENFP는 열정적이고 따뜻하며 상상력이 풍부하다. MBTI는 이처럼 이 4가지 지표의 조합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설명하고,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MBTI 성격 유형은 개인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항들을 통해 결정되는데 검사에 따라 문항 수는 수십 개에서 백여 개까지 다양하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 수검자는 한 문항에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의식적으로 일관성 있게 응답해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더 가까운 항목을 선택해야 하며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이 아닌 현재의 행동과 선호를 바탕으로 대답해야 한다는 점도 수검자가 유의해야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의 성격을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에도 많았다. 유사 과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혈액형이나 별자리 별 성격 분석은 오랫동안 나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결과로서 우리 주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들은 일회성이고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MBTI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에 따라 결과가 달리 산출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적인 검사가 가능하며, 응답에 따라 여러 기준으로 자신을 해석할 수 있어 유동성을 띤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MBTI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MBTI가 계속 변화하는 자신을 관찰하는 도구로써 이용되는 셈이다.


MBTI는 개인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구현하기 좋아하는 Z세대의 특성과 잘 맞물려 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MBTI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검자는 자신도 몰랐던 입체적 자아를 확인하고 스스로 비교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진짜 나’를 바라보고 싶어 하는 욕망을 충족해주는 것이다. 또한 ‘같은 MBTI’라는 이유만으로 낯선 이들과 내적 친밀감 형성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도 MBTI가 가진 힘이자 대세의 비결이다. 검사를 마친 뒤에는 체계적인 그래프와 분석 결과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결과물들도 인증 욕구를 자극해 MBTI를 접하는 사람들을 늘리는 데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MBTI는 시행이 쉽고 간편하여 학교, 직장, 군대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도출된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믿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성격 검사가 그러하듯 이를 무조건적으로 신봉할 필요도, 불신할 필요도 없다. 다만, MBTI가 그 전문성에 있어서는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는 것은 사실이다. MBTI는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수검자의 상황이나 기분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우울증 등의 정신적 병리가 있는 경우 결과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MBTI에 대해, "MBTI가 나름대로 잘 구성되어 있는 검사이긴 하지만 정상-비정상 개념이 포함되지 않아 최근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검사결과를 맹신하기보다는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 또한, 애초에 MBTI는 세상 모든 사람을 16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저 일관되고 공동적인 부분을 묶어 분석과 이해를 쉽게 하려는 접근이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지나치게 몰입할 필요는 없다.


MBTI는 본인의 적성과 객관적인 성향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신중히 생각해보면, 16개의 알파벳 조합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을 분류하고 정의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은 섣불러 보인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인격이 존재하며 각자가 모두 하나뿐인 ‘나’로서의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MBTI에 연연해 사람을,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저 스스로를 부담 없이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재미와 기회를 한번에 잡은 도구로서, 우리가 이에 몰입하지 않아도 MBTI는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 The PR(http://www.the-pr.co.kr), ‘MBTI쯤은 알아야 요즘 애들’(2020.03.30)

- 문화뉴스(http://www.mhns.co.kr),‘나의 MBTI 성격 유형은? 검사 방법과 유의할 점’ (2020.03.31)

- 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734241, ‘젊은층 MBTI(성격유형검사) 열풍...결과 믿어도 될까?’